김 차장의 퇴사 그 후 삶에 대해 14편
약 1주일간의 OJT를 뒤로 한 후 실제 콜 업무에 투입이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곳 OOO뱅크는 크게 카드, 예/적금, 일반대출, 주담대, 전월세 대출, 외환 정도로 업무 구분이 됩니다.
이 중 외환과 주담대, 전월세 대출의 경우 전담 조직이 따로 있고,
제가 속한 일반상담부서에서는 카드와 예/적금, 일반대출 업무 일부(신용, 마이너스 통장 등)를
커버하는 구조였습니다.
막 들어온 신입의 경우 약 2주 정도는 카드 관련된 업무만 분배가 되도록 회선 조정을 하고,
그 이후 주 별로 순차적으로 예/적금, 대출까지 약 5주 정도가 지나면 모든 상담 업무를 담당하게끔
구조가 되어 있었습니다.
콜 수 역시 인바운드(I/B) 콜 기준(이곳에서는 아웃바운드는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첫 주에는 20 콜, 그다음 주에는 40 콜 3주 차에는 50 콜 4주 이후에는 60 콜 이상으로 목표가 공격적으로
늘어나게 되어 있는 구조이고, 제 기억이 맞다면 산업안전보건법상 최대 1일 87 콜을 초과해서는
안된다는 법령이 있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실제 80 콜을 받는 베테랑 상담사 분이 제 부스 옆이었는데 거의 대기 타임 없이 바로바로 전화를
받고 일처리를 하는, 말 그대로 숨 쉴 틈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렇듯 내가 콜을 받지 않으면 분배되어온 전화가 다른 이들에게 몰리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나의 콜 응답률과 상담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팀장의 역할이고, 실제 콜이(상담) 길어지면
중간에 팀장께 보고를 해야 하는 구조로 타이트하게 움직였습니다.
처음 한 팀에 조인을 하게 되면 대략 15명 정도가 한 상담팀인데, 업무 메신저를 통해 공지사항을 알리는
창이 하나 있고, 팀장 지시 및 당일 이슈에 대해 알리는 창이 하나 있고,
이 이석 창은,
자리를 비울 시 메신저에 알려 주고 가는 기능이었는데요.
즉, 오전 8시에 시작해서 11시 점심시간을 갖는 직원과 9, 10시에 시작해서 12시, 1시에 점심시간을 갖는 직원들이 점심시간을 제외한 근무 시간에 총 2명이 넘게 자리를 비우면 안 된다는 것인데요,
일단 15명 중에 10명이 여성분이어서, 한번 자리를 비우면 적지 않은 시간을 소요하게 됩니다.
(아 자리 비울 시 최대 7분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팀장 지시도 있었습니다.)
여기에 절반 정도가 흡연자였는데, 동시에 흡연을 하는 것은 불가했기에 한 명은 늘 흡연장에 가 있다고
보면 사실상 화장실을 갈 수 있는 인원은 1명이라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죠..
특히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업의 특성상 목이 건조해서 수시로 물을 마셨지만, 그 물이 방광에 큰 부담이 되어서
엄청 참아가면서 일을 했던 경험이 기억이 납니다.
(참을게 따로 있지 참나.../신병 훈련소 이후로 이런 경험은 처음 이었습니다)
여하튼 규칙이고 조직의 룰이라니 따르면서 점차 적응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자리를 비우는 것보다, 아직 카드 업무 외 적응이 되지 않았던 신입이었던 제게
다른 문의가 들어올 때였습니다.
회사가 신입에게는 카드 관련 회선만 분배를 해도, 일반 고객들이 아무 번호를 ARS를 통해 타고
들어오는 것 까지는 막을 수도 없고, 그렇게 들어와서 연결이 되어도 "저는 신입이라서 해당 상담은
못한다"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죠.
이곳 OOO뱅크 상담조직에 금기어 중 하나가 "안된다, 못한다"라는 것이었을 정도니까요.
그 분위기는 대략 짐작이 되실 수 있을 듯합니다.
"고객님 정말 죄송한데, 확인 후 곧 전화드려도 되겠습니까?"의 양해를 구하고,
부 팀장이라 불리는 콜 응대를 전업으로 하지 않는 슈퍼바이저 격의 선임 상담사에게 관련 내용을 묻고,
다시 전화를 하는 날들의 반복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OB콜은 쌓여갔고 실적으로 인정했던 IB콜의 수는 정체가 올 수밖에 없었죠.
거의 일 단위 마감(퇴근 전)과 업무 시작 전 조회를 통해 전일 콜 실적에 대해 팀장이 공지를 하고,
기준선에 미달하거나 채찍이 필요한 상담사들에게 푸시를 하는 구조였습니다.
그 팀장도 좋아서 그런 푸시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IB콜 실적과 동시에 콜의 질적 평가를 받는 '만족도 조사'라는 어마 무시한 지표가
또 상담사들의 목줄을 쥐고 흔들고 있었습니다..
총 10점으로 구성이 된 상담만족 조사인데, 이게 웃긴 게 10번 10점(만점)을 받더라도,
한 차례 0점이 나오면 평균이 깎이고 또 팀 단위 만족도 평가를 측정하여 9점 미만일 경우
콜 실적이 목표에 초과해도 기본급 외 성과급이 나오지 않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한 명이 0점을 받아서 평균을 깎아 먹으면 공공의 적이 되어버리게끔 되게 되어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이 만족도 조사는 실시간으로 모든 상담사들의 자신의 팀 동료 것을 공유해서
열람이 가능했기에, 압박이 더했습니다.
상담 내용에는 만족한다고 고객은 통화를 끊어도,
장난으로 혹은 실수로 0점을 누르는 경우도 많았기에, 상담사들의 스트레스는 생각 이상으로
높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점차 적응이 되어서 한 달이 지나가던 때쯤,
말로만 듣던 여러 유형의 '진상'들의 유형을 경험해 보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