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백화점 주차장 일을 시작하다

김 차장의 퇴사 그 후 삶에 대해 21편

돈이 있고 없고에 따라 '계급'이 존재하는 

세상을 경험해 보다.



축구경기장 아르바이트는 일이 고정적이지 않은 말 그대로 알바 개념의 Sub였고, 

택배 상하차 일은 일 자체도 고되지만, 휴학한 대학생들 등 저 보다 더 젊고 힘 잘 쓰는

청년들이 많았기에 기회가 자주 오지 않았습니다.


상대적으로 남들이 선호하지 않지만, 

그나마 고정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일을 다시 물색해야만 했습니다.


말 그대로 '일용직'이기에 매일 하는 일에 대해 그날 일이 있다, 없다는 것이 정해지는 시간을

지금까지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국내 최고 유통기업 중 한 곳의 백화점에서 주차 유도, 수신호 일자리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형식적인 면접(문신, 염색 유무와 장애 유무 정도, 말을 할 수 있는지 정도만 확인하는 수준)

을 본 후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때가 본격적인 더위가 올 때 즘이었습니다. 


일 자체는 크게 어렵거나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은 물론 없었습니다.


이 일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크게 지하 주차 유도와, 지상 수신호 2개 파트로 구분이 됩니다.

지하 주차는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에 방문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쪽으로 내려가라', '이쪽에 자리가 있다', 무전을 받고 고객들에게 안내와 일정한 통제를 하는 업무입니다.


지상 수신호는 알록달록한 옷과 여름에는 밀짚모자 같은 것을 쓴 후 손짓과 허리를 크게 숙이며

정해진 '멘트'를 하면서 고객들을 응대하는 개념의 일에 더욱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제가 일했던 곳의 경우(다른 백화점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지하는 보통 연장자들이나 여성을,

지상은 아무래도 젊고 어린 친구들을 올려 보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 날 근무를 신청하게 되면 신청자가 많으면 다음날 일을 못할 수도 있고, 신청 접수가 되어도 

(근무) 전날 저녁 늦게 혹은 당일 오전에 내가 어느 근무지(Post)에서 일을 할 수 있을지 알게 되는 

구조였습니다.


처음에는 지하로 배정을 받아 일을 했습니다.

지하 주차 근무 시 입었던 유니폼

오래된 백화점 지하는 환기시설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냥 개미굴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공기도 탁하고 공회전하는 차량의 매연과, 아직도 지하에서 흡연을 하는 무개념 인간들이 종종 있었기에

가끔 지하주차장 페인트 공사를 하는 날에는 머리가 깨지는 듯한 경험을 하곤 했었죠. 


이것보다 힘든 건 습하고 더운데 하루에 7시간 이상 부동자세로 서 있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 정도 대가를 치르지 않고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버티고 하루하루를 지냈습니다. 


하루 일당 12만 원.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비정규직이기에 한 달에 근무 가능한 일자라 14일로 제한이 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이 백화점이란 곳이 돈을 쓰러 올 때는 참으로 화려한 곳이지만, 

이곳에 돈을 벌러 오는 저와 같은 입장일 때는 참 비참한 곳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일단 본사 사무직종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용역직(경비, 판매, 미화, 주차 등)의 휴게 공간은 지하 4층 아래에

있습니다. 정말 동굴로 내려가는 느낌이죠. 

또 전 용역직 공통으로 고객 이용시설(엘리베이터, 화장실, 휴게공간 등)은 사용 불가라는 점.


따라서 지하로 근무 공간을 이동할 때는 늘 비상계단으로 안 보이는 곳으로만 다녀야 했었습니다.

화장실 사용도 많이 불편했고요 물론. 



종일 지하에서 근무를 선 후 환복 후 1층으로 올라가 집으로 갈 때,

1층에 올라서자마자 느껴지는 시원한 에어컨 공기와, 각종 향수 냄새와 밝은 조명이

마치 지하 갱도나 개미굴에서 땀에 절어 올라온 저와는 어울리지 않는 

그런 배경 같다는 생각을 늘 하곤 했었습니다.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하루 일 해서 12만 원을 손에 쥐고 적어도 이곳에서는 일을 하면 점심도 많이 먹여주었니까요. 



지하 주차장에 서서, 하염없이 매일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도 지상으로 올라가서 내 인생을 제대로 살아 볼까..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 이 자리가 임시일 것이라는 '자위'를 하면서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지하 주차 업무가 이제는 익숙해질 무렵.




용역사에서 당혹스러운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일급 12만 원에서 9만 원으로 삭감. 

앞으로 지하 말고, 지상 수신호 근무도 올라가야 한다는..


실제 그 이후로는 지하보다는 이제 지상으로 올라가는 날이 더 많아졌는데요, 


지상에서 경험한 백화점은 또 다른 느낌이었고,

특히나 소위 백화점 VIP들이라는 돈 많은(실제 돈이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돈을 백화점에서 많이 쓴)

이들의 행태를 부동산 때와는 또 다른 관점에서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김 차장의 퇴사 그 후의 삶은 진행형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땀 흘리는 일을 시작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