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퇴사 후 일용직을 하며 느낀 생각들 (1)

김 차장의 퇴사 그 후 삶에 대해 24편

사무직 시절의 과거?를 잊지 못하고 

자주 비교하며 든 여러 생각들에 대한 정리.



늦봄부터 지금까지, 몸 쓰는 일용직 일을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의 정리와 반성 

지난날들의 후회와 옛 직장과의 비교 등 오만가지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회사 재직 시절 내 개인 자리에 앉아 PC를 앞에 두고 동료들과 chatting을 한다던가,

혹은 커피타임을 갖는다던가 하는 사적 잡담은 물론이고, 뭔가 회의 등 협업을 통해 공통의 목적 달성을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기회가 없는, 철저하게 1인 역할 분담제의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오히려 생각할 시간이 더 많아진 듯합니다. 




그런 생각들의 정리 몇 가지를 적어보자면,



- 앉아서 일하고 싶다.

내 자리. 내 책상에서 앉아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솔직히, 서서 일하는 거 별거 아닌 듯 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혹은 날이 좋지 않을 때는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는 것 자체가 '고됨'이자 '고난'이라고 생각이 되더군요. 


일을 마치고 만원 지하철에 탔을 때는 '노약자 석'이라도 앉고 싶을 만큼 앉아서 뭔가를 하면 참 좋겠다는

그런 몸의 본능에 따른 생각이 자주 들더군요. 



- 인사를 그만하고 싶다.

모르는 이들에게 '마음에 없는'인사와 허리를 그만 숙이고 싶다. 

특히 주차장에서 일을 할 때는 '서비스 업무'특성상 무조건 허리 숙여 인사를 해야만 합니다. 

한 번은 하루에 내가 몇 번이나 인사를 하고 허리를 숙일까 세어 보려다가 중간에 까먹고 또 까먹고를

반복해서 포기한 적도 있었는데요,, 


잘 모르는 사람들 특히나 나보다 어린 사람들, 내 인사를 무시하는 사람들에게까지

'그만 인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더군요.


유치하죠 어떻게 보면, 그냥 내가 허리 숙여 메뉴 얼 데로 읆어야할 

하나의 피사체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멘털이 약해질 때 들던 생각 같습니다. 



- 쉬고 싶을 때 쉬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싶다.

'연차'라는 개념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혜택?이라는 것을 하루벌이 일을 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내가 일 하지 않은 날엔 'No Money'시스템이기에, 

휴일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색하며 그러기에 남들이 쉴 때 상대적으로 일 손이 부족할 때 일 자리가 많이 나와

아무래도 공휴일에 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아내와 아직 많이 어려 아빠와의 놀이가 필요한 아들에게 많이 미안해지곤 합니다.

아빠는 늘 일을 가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아들에게 특히 미안하고, 그런 제가 없는 자리에서 아이를 돌보고

놀아주는 아내에게 역시 많이 미안한 생각이 늘 들고 있습니다.



- 존중받고 싶다.

'반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주에 한두 번은 드는 것 같습니다.

왜 사람들은 '유니폼을 입고 길에서 수신호를 하면' 반말을 할까요?


'XX 가려면 어디로 가냐?'

'XXX 매장 있는 데가 어디야?'


부모 잘 만나(물론 본인이 자수성가했거나 코인 부자일 수도 있겠지만) 20대 초반 정도 나이에

억대의 고가 수입차를 타고 오면서 반말하며 조롱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그놈의 일당이 뭔지' 꾹 참고 참고하면서 지내온 것 같습니다. 


이 또한 일당에 다 포함된, 일당의 값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 돈을 많이 벌고 싶다. 

하지만 가장 많이 하면서 고민하고 또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왜 이렇게 한 달에 며칠 쉬지 않고 일하는데, 

"이거 밖에 벌지 못할까.."


'영혼이라도 팔고'싶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이 문장이 너무 미사어구인듯 느껴질 수도 있을 텐데, 임상시험을 통해 회당 100만 원 이상 준다는

실험대상자로도 지원을 한 두 차례 해 보았다면 '돈벌이에 대한 절실함'이 좀 와닿으려나요..


아내와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 들어가는데 왜 돈은 더 적게 버는 건지..


답이야 알고 있지만, 갑갑스러운 느낌이 계속 들었습니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부분과 이 일을 계속하는 이상 해결 불가능한 것들이 다수라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대안이 없이 무작정 손을 놓고만 있을 수 없기에,, 


그렇기에 오늘도 또 집을 나서 봅니다.



(다음 편에 계속)



김 차장의 퇴사 그 후의 삶은 진행형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