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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가장 역할을 하는 최동훈 씨.

일터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 1편



넥타이(실제 넥타이를 맨 기간은 짧긴 하지만)를 메고 책상에 앉아 펜과 PC로 일을 했던 일을 17년 넘게 한 뒤 원치 않는 '퇴사'로 생존의 일터로 본의 아니게 나온 저.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하루 벌이를 해 오다. 그래도 자주 했던 일인 대형 백화점 주차장에서 

일을 한 지 1년 정도 벌써 되어 가는군요,


그 일 터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그 사람들을 보며, 내 관점에서 느낀 점. 배운 점. 기타 등등의 이야기.. 


먹고 사니즘의 치열한 상황에서 기존에 갖고 있던 내 생각의 틀, 고정관념을 깨준 그런 이야기들 말이죠.. 





" 스물 다섯 가장? 최동훈 "



최동훈[가명] 씨는 이 쪽 일을 하면서, 몇 개월동안 눈인사 정도는 해 온 사이였으나,

그가 정확히 몇 살인지, 어떤 배경을 갖고 이쪽 일을 하기 시작했는지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던 그냥 안면만 있는 그런 사이였습니다. 

(앞으로 소개할 인물들 역시 대부분 비슷하긴 할 듯합니다만)


늘 근무 투입 시각 전 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오는 성실함과,

교대 시간을 칼같이 지켜주는, 그리고 근무에 투입이 되어서도 장시간 서있어야 하는 

'고통 아닌 고통'을 인내로 잘 승화시키는 그의 모습에 


대기실에 둘이 있을 때 한 번 말이나 걸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 " 동훈 씨는 실례지만 나이가?..." (대 놓고 호구조사 하는 걸 보면 저도 참..)

[동훈] "99년 생입니다."


[나] "아 그럼 총각이겠네, 부모님이랑 같이 살겠고?"

[동훈] "아뇨,, 독립했고 여자 친구랑 동거 중입니다."




동거..


2003년 MBC에서 했었던 '옥탑방 고양이(김래원, 고 정다빈 주연)'에서나 들어 봤던

발칙한 혹은 감추고 싶은 사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리 당당히 언급을 하다니... 


그는 동거를 전혀 어색해하거나 감추려 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더군요,, 






몇 마디 건넨 후 그가 스스로 본인이 살았던 이야기를 잠시 했습니다. 



스무 살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은 진로 결정과 함께.

주식, 도박, 그리고 몇 번의 자살 시도.


이때 그의 손을 놓지 않고 잡아 준 것이 그의 현 '피앙세'인 동거녀.. 


그 '의리'와 '사랑'으로 현재 같이 생활하고 있다는,, 




동거녀 역시 '동갑'으로 200벌이 동훈 씨 급여로 두 젊은 내외가 생활도 하며, 

도박으로 진 빚도 갚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말이죠,, 



아재 '오지랖'을 좀 펴서, 몇 가지를 더 물었습니다. 



200 벌이로 현실적인 주거, 부채 탕감, 생활 등이 가능한지,, 



보증금 300에 월세 40짜리 강북의 원룸에서의 생활과


주차장 일을 쉴 때 혹은 오전 조에 배정이 될 때는 야간에 할 수 있는 다른 아르바이트를 통해

모자란 돈을 충당하는(그래도 매 달 적자라는..) 구조


그러나 그의 동거녀는 '일체의 경제 활동도 하지 않는'은둔형에 가까운 젊은이라는,,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의 이야기에서 스물 다섯 남성이 갖기엔 깊은 '삶의 피로감'이 느껴지더군요,, 




[나] "왜 그렇게 살아?"

다소, 아니 무례한 질문이란 걸 지금 생각해도 느낄 수 있습니다만,, 


조카 같고, 막내 동생 같아서 몇 마디 얹어서 줬습니다. 






과거의 의리와 정에 얽매여 현재의 젊음과 시간을 저당 잡혀 사는 건 아닌지,, 


사랑과 다른 감정을 구분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과연 동거녀도 최동훈 본인이 생각하는 수준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건지,, 



시간이 지난 후 동훈 씨가 먼저 말을 건네오더군요,,



지난번 이야기 그 고민으로 다시 이야기하고 싶다고,

본인이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조언'을 좀 해 줬으면 한다는,, 




'헤어지진 말되 동거 생활은 청산해 볼 것'

사랑한다고 꼭 처음부터 같이 살아야 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켜줬습니다.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책임 질 행동을 한 것도 아니기에, 

부양의 의무를 동훈 씨 혼자 떠 앉을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그런 말..



'데이트 비용은 부담하되 생활비는 부담하지 말 것'

과거 의리? 혹은 사랑으로 소위 '남자 가오'를 살리기 위한 데이트 비용은 제공할 수 있지만,

먹고사는 비용까지 지금의 동훈 씨가 다 부담하는 건 아니라는 것.

'설거지 남'이 될 수도 있음을 주의할 것이라는 조언.



'부채 청산부터 빨리 할 것'

개인회생 등을 알아봐서 지금 떠 앉고 있는 부채 중 '악성 채무'먼저 정리를 한 후

조금씩이라도 저축을 하는 경험을 해 볼 것.


꼭 부자가 목표는 아니어도 돈을 굴리고 모으는 경험을 이십 대 때는 해봐야 한다는 점을 상기

시켜주었습니다.



'젊어 고생은 골병든다'

마지막 조언으로 지금 월에 몇십 더 벌기 위해 '자는 것 먹는 것'아끼며 소위 '몸빵'하는 건

나중에 40, 50대 되어서 약 값이 더 든다는 점과 본인을 위해 투자(먹고 싶은 것도 사 먹고)를

할 것을 일러 주었습니다. 





지금 최동훈 씨는 법무사(변호사)를 통해 개인회생을 알아보고 

동거녀와의 관계를 고민 중이라고 하더군요,, 



경제적 자유는 아니어도 경제적 겁박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으면 싶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터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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