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정신과에서 ADHD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약물 가운데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라는 성분이 있습니다. 중추 신경계(뇌)에 작용해서 우리가 원하는 효과를 이끌어내는 약물입니다. 이 성분은 우리 몸에 들어가면 2시간 정도 뒤에 효과가 최고치에 도달하고, 4시간 정도면 분해 및 배출 등으로 인해서 효과를 상실하곤 합니다.
그런데 ADHD 환자/환아가 약의 도움을 받아서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시간은 4시간보다 훨씬 더 깁니다. 아침에 약을 먹고 갔는데 점심 전에 약물의 효과가 다 떨어져 버리면 오후 시간에는 집중을 하기가 어렵겠지요. 때문에 같은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약이라 하더라도 다양한 포장 - 약물이 우리 몸에서 전달되는 방식을 다르게 만든 - 의 제형들이 존재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으로 쓰이는 것은 페니드 정(환인제약), 메디키넷 리타드 캡슐(명인제약), 콘서타 OROS 서방정(한국얀센) 등이 있고요. 오늘은 메디키넷 리타드 캡슐의 약물 전달 방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메데키넷의 젤라틴 캡슐 안쪽에는, 위 그림에 보이는 것처럼 두 종류의 알갱이가 들어 있습니다. 한 종류의 알갱이는 별도의 처치가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산성의 위장 속에서 바로 흡수되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약물을 복용한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약의 효과를 느끼게 됩니다. 다른 한 종류는 특수 코팅 처리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산성의 위장 속에서는 이 코팅 때문에 안쪽의 약물이 흡수될 수 없습니다. 이 코팅은 위장관의 pH가 6.8보다 높아지는 소장에 들어가서야 서서히 분해되고 흡수되기 시작합니다.
이런 방식에는 두 가지의 이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약물을 아침과 점심에 각각 한 번씩 총 두 번 먹게 되면, 번거롭습니다. 약을 챙겨 다니고 제 시간에 복용하는 일은 특히 ADHD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침에 복용한 약이 1차로 몸 안에서 작용해 오전 시간을 커버하고, 3-4시간 뒤에 소장에서 2차로 작용해 주어 점심 이후를 커버해 준다면 번거롭게 약을 한 번 더 챙겨먹지 않아도 됩니다.
두 번째로, 약물이 몸 안에서 좀 더 부드럽게(?) 작용합니다. 약물의 농도가 몸 안에서 급격하게 올라갔다가 내려가게 되는 경우 긴장, 초조, 불안, 두통 등의 부작용을 경험하기 쉬운데요, 약물이 위장관을 통과하면서 서서히 흡수된다면 이러한 부작용을 훨씬 덜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약물의 혈중 농도를 나타낸 그래프를 살펴보겠습니다.
FDA report: methylphenidate hydrochloride capsule, extended release
같은 제품은 아니지만, 같은 맥락의 전달 방식을 사용하는 제형의 혈중 농도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약을 두 번 따로 챙겨먹는 경우에는(흰색) 혈중 농도의 변화가 뚜렷합니다. 코팅 처리를 통해 몸 안에서 두 번에 걸쳐 서서히 흡수되도록 한 경우(검은색)에는 역시 피크가 두 번 생기기는 하지만 훨씬 더 완만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