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스무 살 이후 매년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옆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는데 그 시기가 항상 가을과 봄이었다는 것, 따뜻한 햇살이 즐비한 낮과는 정반대로 저녁과 밤이 유독 춥게 느껴지는 그때 아무도 없는 깜깜한 집에 혼자 머물기 두려웠던 나는 당장이고 거실 소파에 쓰러져 잘만큼 피곤하지 않은 이상 이곳저곳 쏘아 다니며 시간을 축내곤 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어땠냐 묻는다면 온기라곤 없는 차가운 바닥을 맨발로 닿고 싶지 않아 무조건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녔고, 혼자 있는 게 싫었지만 그렇다고 집 전체에 불을 켜두면 혼자 있다는 사실의 무게가 나를 더 크게 짓누를 것만 같아 방 스탠드 하나 켜두고 어둡고 침침하게 지냈다. 곧 죽어도 혼자서는 절대 보일러를 틀지 않겠다는 고집과 함께 대충 씻고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으면 그제서야 쌓였던 피로감이 몰려왔지만 아직 오지도 않은 아침을 걱정하느라 불면증으로 괴로워했다.
한창 분주하게 나다닐 스무 살, 소주와 맥주의 알코올 향보다 대학병원의 알코올 향을 더 자주 맡았던 나는 지금 상상해 봐도 코끝이 시큰한 소독냄새를 생생하게 기억할 정도로 차갑고 거대한 병원에 자주 갔었다. 생일 당일에도 병원에서 소소하게 파티를 한 후 울면서 집에 돌아왔을 때 인기척이라곤 없는 공간이 주는 고독감에 휩쓸려 식탁에 멍하니 앉아 친구에게 선물 받았던 아이스크림케이크를 숟가락으로 혼자 퍼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생긴 습관이 바로 산책인데 걸으면서 생각하고 달리면서 잊는다는 타이틀을 아직까지 마음과 머리에 새기며 나를 다잡는다. 또 혼자 두면 도통 뭘 안 먹는 나쁜 습관까지 남았는데 글쎄 오늘 한 끼도 제대로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오후 5시가 돼서야 스멀스멀 느껴진 허기 덕에 깨달았다.
그리고 다음 달엔 할아버지 3주기 제사가 있다더라. 여러모로 믿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