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y Feb 12. 2022

작년 겨울

날이 점점 추워지는데 옷은 세상 얇게 입어놓고 따뜻한 향수 뿌렸다고 괜히 안심한다. 올겨울에 하나만 장만하려던 향수를 가을이 끝나기 전부터 진작 사고서는 다른 브랜드 제품도 2개나 더 샀는데 공통점이 있다면 좋아하는 사람을 닮고 싶어서 그의 향수를 따라 샀다는 거. 나는 여전히 술을 마시고 이따금 생각 정리 삼아 짧은 기록을 하고 이유 없이 답답하다고 느껴지는 귀갓길에 한 정거장 먼저 내려 무작정 걷는다. 다소 건조한 삶을 살고 있지만 이 정도의 텐션과 상태가 썩 나쁘진 않아 당분간 유지되길 바란다. 연말이라는 핑계로 올해 안에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부지런히 만나 눈을 맞추고 싶다는 마음과 상반되는 피로도와 무기력함이 나의 열정을 가로막는다. 약속을 잡는 과정부터 만남까지 고려했을 때 더 피곤해지지 않는 선에서 어찌어찌 매주 일정을 잡고 반가운 얼굴을 비추며 적당한 음식을 나눈다. 모쪼록 내가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나를 보고 싶어 해 주는 고마운 사람이 있어 다행이다. 요즘은 여러모로 뚝딱 거리느라 혼난다. 말을 예쁘게 하는 방법을 모색 중인데 대답 전에 고민하다가 타이밍을 놓칠까 싶어 약간의 리액션을 먼저 가미하지만 워낙 메마른 반응이라 가짜 인간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또 다가올 새해엔 어떤 다짐을 하면 좋을까 가볍게 생각하다가 빗금 치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 어떤 합리화도, 눈 가리고 아웅도 하지 않겠다는 거.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그대로 받기. 빗금 금지. 그리고 방 침대에 누워 하루를 정리하며 고심한다. 내일 많이 추울까? 비나 눈이 오진 않을까? 그럼 어떤 향수를 뿌릴까.

작가의 이전글 나에게 닿는 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