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0-12
모처럼 한가한 토요일,
오전 수업을 마치고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가볍게 짐을 챙겨 나와 강변으로 향했다. 나른한 오후, 배도 부르고 사실 옷을 챙겨 입고 외출하기까지 1시간 정도 미적대는 시간이 있었다.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나오기만 해도 너무 좋은 걸, 걷기 딱 좋은 가을날이다.
랜덤으로 플레이되는 노래들을 들으며 이런저런 잡생각들을 흘려보내며 계속 걸었다.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는 혼자 걷는 것만 한 게 없다는데 오늘의 나는 머릿속에 복잡하게 꼬인 생각도, 정리하고 싶은 일들도 딱히 없다.
오늘은 누군가와 함께 하지 않는 것을, 어딘가 특별한 곳에 머물지 않는 것을 일부러 선택했다. 내가 원하는 만큼 걷다가 힘들면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며 쉬고, 배고프면 밥 먹고 그냥 그렇게 내가 원하는 것에만 충실하고픈 그런 날이다.
그렇게 쭉쭉 길을 따라 걸었다. 1시간 반 정도를 걷다 주변 아무 카페나 가보기로 했다. 그러다 여기가 어디지… 어디 골목 2층에 숨어있는 카페에 잠깐 쉬러 왔는데, 생각보다 분위기가 조용하고 좋아서 글을 쓰며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예상과 다르게 혼커하며 책 읽는 손님들이 많아 고요히 녹아들기 좋은 곳이다. 집 근처에 이런 카페가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카페 화장실에 붙어있는 안내문을 읽다가 ‘산책‘의 한자에 ‘흩을 산,‘ ’꾀 책‘자를 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꾀를 부리다‘ 할 때 그 ’꾀‘라는 것이다!!! 놀라워!!!!
어쨌든 나는 ’꾀, 즉 생각을 흩어 버리는 시간‘이란 말로 받아들였다.
한가로운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다시 발길 따라 걸었다. 둥둥 떠다니다 이내 흩어져버리는 생각들을 감지했다. 오, 이것이 바로 흩어지는 꾀, 산책.
또 촐촐해져서 맥도날드 베토디 세트 먹고 다시 걸었다. 꿀. 배가 많이 부르고 입 안이 너무 짜서 이번 선택에 좀 후회했다. 혼자 먹을 것이 애매할 때는 김밥 한 줄이 딱인 것 같다. 배를 꺼트리려 더 열심히 걸었다.
그렇게 단골 카페에 도착해서 대략 16,000보로 오늘의 걷기 마무리.
어제 늦게 자서 좀 피곤하긴 하지만 너무 특별하지는 않게, 소소하게 재미있는 하루였다. 내일은 밀린 일과 독서를 열심히 하는 일요일을 보내볼 예정이다.
“나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건 나의 정신 위생에 좋다“ _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순돌이와의 산책으로 20,000보 넘기고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