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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 아빠 Nov 19. 2022

[독후감]"더 해빙"

저자 : 이서윤, 홍주연

발행: (주)수오서재

발행 연도: 2020년


"도대체가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들떠있는 아내에게 짜증을 폭발시켰다.


백수의 삶을 선택하면서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역시 돈이었다. 물론 부어놓은 적금으로 쓸 거 안 쓰고 안 쓸 거 더 안 쓰며 계획이었지만, 직장인의 안정된 소득 속에서 버릇 들린 나의 소비행태는 찰랑찰랑 가득 찬 독에 밑 빠져라 두들겨 구멍을 내기 일쑤였다. 말로만 "근검"이다 "절약"이다 가족들 앞에서 공표했지만 솔선수범이 동반되지 않은 리더의 외침은 팔로워들 앞에서 웃음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끄는 대로 쫓아오지 않는 그녀들에게 자격지심을 느끼며 머리털을 쥐어뜯고 있는데, 이리 재보고 저리 재보고 발품 손품 팔아가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식기세척기의 구매 버튼을 누른 아내를 향해 폭발적으로 짜증을 내버렸던 건 어찌 보면 정해진 수순이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내가 무턱대고 나 몰라라 질러버린 것도 아닌데 마치 보릿고개를 버텨낼 곳간을 몰래 털어먹은 생쥐마냥 몰아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나의 사정을 느낌 적인 느낌으로 알아챘는지 내가 가장 아끼는 후배 녀석이 이 책, "더 해빙"을 씩씩거리는 내 앞에 살포시 내밀었다. 사실 얼마 전 그 녀석과의 안부 연락에서 11월 달부터는 일하게 됐다고 하니 축하한다며 자신의 인생 책이니 꼭 읽어보라며 선물을 건네는 것이었다. 학교 후배지만 현장에서 일할 때 친해져서 의형제를 먹기로 했고, 서로 현장을 떠나 멀리 떨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오랜 세월 동안 보지 못했지만, 피가 끌리는 혈육처럼 친숙한 온정이 내 앞에 택배 박스로 놓인 것이다.


책의 두 명의 저자 중 한 명인 홍주연 작가가 다른 한 명의 저자 이서윤 작가를 찾아가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서윤 작가는 세계 부자들의 구루(힌두교에서 혼자 힘으로 영적 혜안을 얻은 정신적 스승이나 지도자)로 불리고 있었으며, 부자가 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있는 홍수연 작가가 그녀를 만나며 깨달음을 얻고 이 책을 출판한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책 표지에는 부자, 성공, 창업주, 경영인, 투자자, 퀀텀점프 등등 돈에 관한 여러 표현들이 즐비해 책을 펼치기 전 언뜻 보기에는 그동안 몇 번 접했던 금융서적 같아 보였다. 인생 2막을 시작하는 나에게 돈 많이 벌라고 응원하는 귀여운 조언 정도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 오해의 식상함에 책을 바로 펼쳐 들지 못하고 한쪽 구석으로 잠시 미뤄 뒀음을 지금에 와서 후배에 진심에 대고 고백한다. 하지만 인생 책이라고 건넨 후배 녀석의 성의를 무시한 건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긍정의 길을 안내해 준 이 책이 나에게 인생 책이 되었음을 녀석에게 전한다.

"고맙다 LHS!"


Having하라. 책의 중심 내용이자 목적이다.

having[hǽviŋ]
동사  
1.[be(am, are, is, was, were)+having의 형태로 진행형] …하고 있다, …하고 있었다He is having a bath.그는 목욕 중이다.
2.[분사구문] …을 갖고 있으므로, …을 갖고 있으면Having a lot of money, she spends freely.그 여자는 돈을 많이 가지고 있어 마음대로 쓴다.
조동사, 동사  
1.[분사구문] …해 버리고, …을 마치고[끝내고]Having done my homework, I went out.나는 숙제를 끝내고 외출했다.
형용사  
1.욕심 많은She has a having nature.그녀는 욕심쟁이이다.
(출처: https://papago.naver.com/)

검색되는 뜻 중에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동사의 2번 "…을 갖고 있으므로"가 가장 어울리는 것으로 보인다. 갖고 있다, 읽는 것만으로도 충족감, 충만함이 느껴진다. 이 책이 바로 그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충만함! 그 긍정의 힘은 우주의 기운을 받아 우리를 행운으로 이끌어 준다는 것이다. 당장 물질적으로 보이는 것이 돈이기 때문에 부자, 돈 이런 단어로 독자를 끌어 들였지만 결국 긍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마인드 셋으로 흐뭇하게 책장을 덮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긍정의 힘은 내가 걱정하고 있는 목표를 실천하게 만들 것이다.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
There is a difference between knowing the path and walking the path.
<매트릭스>
(본문 중에서)

그러고 보면 내 아내는 이미 Having을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노발대발했던 식기세척기는 이제 나의 삶에 있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있다. 그깟 설거지 손으로 하면 되지 생각했던 비아냥은 다섯 명의 식사가 끝난 산더미 같이 쌓인 식기들을 보며 '야 이 많은 설거지를 그동안 어떻게 하고 살아온 거야? 많게는 하루에 두 번씩 그것도 할 때마다 한 시간 이상씩을 소비하면서 말이야'라는 안도의 한숨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내의 Having이 나의 손을 뽀송하게 만든 것이었고, 그 시간 동안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다.


"여러분도 한번 Having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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