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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 아빠 Nov 12. 2022

[독후감]"나는 오늘부터 화를 끊기로 했다"

저자 : 레너드 셰프, 수전 에드미스턴

발행: 생각의 서재

발행 연도: 2018년


99개의 장점과 1개의 단점을 가진 남자.


아내는 그녀의 인스타그램에서 나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보는 사람들은 아마도 99개의 장점보다는 그 한 개의 단점에 대해 궁금해할 것이다. 물론 그것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묻지는 않겠지만 속으로 이것저것의 단점을 대입해 보고 있을 수도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 혹이 있나, 능력이 없을 까, 아니면 재미가 없을 까? 여러 가지 빗나간 질문들을 던져 보겠지만 99개의 장점보다 돋보이는 그 한 개의 정답은 바로 "화"라는 것이다.


아내도 그렇게 표현하고 있지만, 사십 년 이상을 살아오면서 나 자신도 내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이 "화"라는 녀석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었다. 집중관리 대상으로서 퇴치법, 관리법, 수용법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우뚝불 올라오는 그 녀석은 종종 통제가 되지 않았다. 그 녀석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눈 주위가 떨리면서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하고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고 오로지 그 녀석에게만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앞 뒤 따질 것 없이 그 녀석과 어깨동무하고 꾹꾹 담아뒀던 뜨거운 것들을 뱉어내가 시작한다. 그것은 사이코적으로 말하면 극강의 쾌락과도 같은 것이었다. 상대방이 상처를 입든 말든... 하지만 그 녀석이 지나간 자리는 상대방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기는 것은 물론이지만 나에게도 움푹 파인 쓰라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화를 내는 것은 상대방에게 던지기 위해 빨갛게 달궈진 석탄을 움켜쥐는 것이다. - 티베트 속담-
(본문 중에서)


"너나 나나 화를 줄이고 살아야 한다"

잔소리 쟁이 친구 녀석이 조만간 인생의 2막을 시작할 나를 걱정하며 책 한 권을 툭 던져준다. '나는 오늘부터 화를 끊기로 했다? 에휴, 또 그저 그런 소리겠지. 제목부터 너무 노골적이잖아'

"알따 알따, 내 쫌만 이따 읽어보께"

경상도 출신은 아니지만 한 때 경상도 친구들과 어울려 입에 붙은 사투리로 화답해줬다. 하지만 미뤄두고 읽지 않은 채로 2막의 사회생활을 시작할까 봐 조바심이 생겼는지 그 녀석이 완독 여부를 카톡으로 연신 확인한다. 등 떠 밀림에 이끌려 책 장을 펼쳤지만 역시 초반에는 그저 그런 소리다. 40년 이상 화를 연구해온 나로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소리들 뿐이었다.


하지만 3장(나는 왜 화가 났을까?)을 읽으며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화에 대한 나의 40년의 연구기간 동안 그 근원에 대한 연구는 그다지 깊게 하지 않았는데, 이 책 3장에서 콕 집어 쿡쿡 건드리기 시작했다. 욕구의 불충족, 요구의 불충족, 의도의 오해, 내 요구를 먼저 파악하라... 그래, 나는 어린아이 생떼 부리듯 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방에게 내가 원하는 요구가 무엇인지 알려 주지도 않은 채 원하는 대로 받기만을 바란 것이었다. 나의 마음속에 비밀스러운 착륙 코스가 있었다는 사실에 슬퍼지는 것이었다.

당신은 내 공항에 착륙할 수 있다. 너무 빨라도 느려도 안 된다. 너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치우쳐서도 안 된다. 또 너무 높거나 낮아도 안 된다. 그러나 나는 어떤 코스가 정확한지 알려주지는 않겠다. 그리고 한 번에 착륙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다음번에도 착륙 코스가 동일할 거라 생각하지는 마라.
(본문 중에서)


화에 대한 고찰을 생활화해오던 나로서 책에 더욱더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어렴풋이 잡히지 않던 그 희미한 조각들이 하나하나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화에 대한 원인 분석, 화냄으로써 일어나는 일들, 화를 내지 않는 방법, 화를 내는 사람들을 대처하는 방법... 그리고 최종적으로 화를 연민으로 승화시키는 방법.

연민! 그 찬란한 단어가 내 마음속에 깊이 아로새겨졌다. 그동안 아내는 나를 연민으로 대하고 있었구나. 99개의 장점보다 한 개의 단점을 사랑해준 여자. 이 글을 빌어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사랑합니다."


아, 그리고 이 책을 선물해준 그 잔소리쟁이 친구 녀석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고맙다. LJH!"


"얘야,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두 마리의 '늑대'가 싸우고 있단다. 한 마리는 악마란다. 악마는 화, 질투, 부러움, 슬픔, 후회, 탐욕, 교만, 자기 연민, 범죄, 분노, 열등감, 거짓말, 자만심, 거만함, 고집 같은 것들이란다. 다른 한 마리는 천사란다. 기쁨, 평화, 사랑, 희망, 행운, 겸손, 친절, 자비심, 공감, 관대, 진실, 연민, 믿음들을 준단다."

손자는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누가 이겨요?"

늙은 체로키 인디언은 말했다.
"네가 먹이를 주는 늑대가 이기겠지"  
 
(본문 중에서)   




이 감사한 책을 읽고도 어젯밤에 또 아내에게 아주 사소한 일로 화를 냈습니다. 역시 책을 읽었다고 해서 변화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 책의 내용을 계속 상기시키고 꼭 실천을 해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가르침이 저에게 10퍼센트라도 흡수되길 바라며 어제의 과오를 고백합니다. 다행히 제 아내는 대인배인 덕분에 흔쾌히 용서를 해줬습니다. 화를 잘 다스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화를 내고 난 뒤에 사과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곱창으로 아내에게 전한 사과의 마음, 화는 불태워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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