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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대리 Jan 19. 2023

[두뼘에세이] 더글로리 연진보다 사라, 혜정을 사랑한다

더글로리 악녀 3인방 중 메인캐릭터인 연진보다 사라와 혜정이 더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캐릭터의 입체성”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연진은 우리가 늘상 봐 왔던 신애리, 연민정과 크게 차이 없는. 절대 악. 인간쓰레기. 죽어야 끝나는 년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미 저런 나쁜 년은 우리가 수십 년간 브라운관에서 봐왔기 때문에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은 것이다. 단지 고데기 고문이 새로운 끔찍함으로 다가왔을 뿐.


사라는 어떤가. 대형교회 딸이 마약을 하면서 저명한 화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설정 자체가 역설적이고 흥미롭다. 인성면에서도 복합적이다. 연진은 혜정을 시녀 이상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는 인성을 가진 반면, 사라는 조금 다르다.


자신의 옷을 몰래 입은 혜정에게 문동은 아니었으면 네가 지져졌다는 대사만 오싹했지, 혜정과 나누는 다른 대사들을 보면 아주 오래된 불알친구에게 쌍욕 하는 수준으로 느껴지는 게 대부분이다. 그뿐인가, 동은에게 자신은 기도를 통해 구원받았다는 황당한 대사를 보면 약을 많이 해서 뇌가 순수해졌나 싶다가도, 학창 시절 고데기를 직접 지진 장본인이라 생각하면 또 죽어야 끝날 악인이기에 입체성이라는 측면에서 캐릭터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연진에게 악인 그 이상의 수식어가 전혀 필요 없었다면, 사라의 경우에는 절대악으로 밀어붙이기엔 여러 에피소드에서 보여준 다양한 모습 때문에 자연스레 “사라도 죽어야 끝날까”라는 반응이 형성되는 것이다.

더 복합적이고 현실적인 건 혜정이다. 더 높은 계급으로 상승하기 위해 악착같이 결혼에 집착하는 모습, 자신보다 상류사회에 사는 연진에겐 꼼짝 못 하지만 인사고과를 핑계로 후배 승무원에게 윽박지르고 피팅모델 삼아 쇼핑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강약약강 유형의 우리 주변인 아니던가.  


그뿐인가. 본인 나름의 처세술이랍시고 동은에게 달라붙고 하도영에게 남의 일 얘기하듯 연진이 동은을 괴롭혔다고 고자질하는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정작 동은의 집 벽면엔 본인 사진도 잔뜩 붙어있다는 걸 모른 채, 같은 편 돼서 다 용서받았을 것이라는 아둔한 판단까지.


그럼에도 혜정이 사랑받는 이유는, 동은이 없었다면 학폭 대상자였을 수 있었다는 상황과 넉넉지 않은 가정환경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했겠지만 일등급 에어라인 승무원의 고급스럽고 우아한 모습과 돈이면 모든 게 된다고 생각하는 속물근성의 이중성을 차주영 배우가 적절하게 잘 버무렸기 때문일 것이다.


캐릭터 인기와 별개로, 인간중독과 간신에서 노출로 주목받은 이후로 별다른 주목을 못 받은 임지연 배우도 이번 연진역할로 오랫동안 대중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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