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최근 가장 큰 고민은 '돈'이다.
대기업에서 안정적인 직장으로 옮긴 후, 가장 큰 단점을 찾자면 '생활물가 상승'의 체감인 듯싶다.
20대까지는 롱티 만이천 원짜리에도 너도 나도 벌벌 떨었다. 왜냐, 학생이니까.
30대 중반이 되면서 계속 몸값을 높이며 이직하는 주변인들과 그냥 편하게 살겠다고 안정적인 직장을 선택한 나와의 괴리는 의외로 소소한 일상생활에서 발생한다.
코로나 전에는 수십 번은 간 일본이지만, 지금 비행기값과 숙소값을 보면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 내 수입에서 그런 건 굉장한 사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친구들이 일본을 넘어 태국, 대만, 심지어 유럽까지 크게 어렵지 않게 다녀온다. 여유가 있으니까.
이게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도, 게이들한텐 크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린 양육비와 교육비가 들 일이 없기 때문에 그 돈을 온전하게 자신에게 쓸 수 있다.
쉽게 말해, 어차피 게이로 살다 죽을 거면 좋은 데 가고, 좋은 거 먹고 좋은 옷 입는 게 장땡이라는 이야기다. 행복을 거기에서 찾아야 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보고 대기업으로 돌아갈 거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절대 가지 않겠다고 대답하겠다.
계속 몸값을 높여야 한다는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크다. 이직은 아무나 시켜주는 게 아니다. 높은 연봉도 그냥 주는 게 아니다.
선택은 내가 했으므로, 그에 따른 책임도 온전히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