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으로만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윤리적, 도덕적, 법률적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못한 부분이 없으면 빈말이라도 미안하단 말이 쉽게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살다 보니, 모든 상황이 그리 쉽게 굴러가진 않다는 걸 알았다. 서로의 입장에선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다가도, 어찌 됐건 감정적으론 씹스럽고 뭣 같은 그런 많은 순간들.
“나라면 안 그럴 텐데”라는 좁은 시야로 갈등을 해결하기엔 골이 깊었다. 그래서 ‘그 상대’가 누구인가가 중요하다. 상대가 소중한 사람이기에 그 사람 입장도 돼보고, 어떻게든 그 사람 관점에 접근해 보는 노력과 수고가 들어가는 것이다. 혹자는 그 사람 그대로를 인정하라고 하는데, 맞는 얘기지만 갈등상황에서는 글쎄. 생각하면 열만 뻗칠 텐데.
다만, 우린 테레사 수녀가 아니다. 내 잘못이 없고 소중한 사람도 아니라면, 모든 순간 모든 상황에 그 사람 입장을 최대한 헤아리는 자비를 베풀 필요가 없다.
그러니 상대방도 열받는다고 길길이 날뛰며 사과를 받을 생각은 그만 접어두고 갈 길을 가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