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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서 Jan 11. 2022

엄마와 마지막 여행

엄마와 마지막 잠자리

"여보 !   엄마랑 장모님 모시고 사이판이나 다녀올까?"


살면서  엄마가 저렇게 희색이 만면하여 좋아하신 적은 없었던 것 같.


항공 마일리지가 충분히 적립되어 있기에  아내에게" 더 연세들이 드시면 어려울 수 있으니 엄마와 장모님 모시고 사이판이나 다녀 오려하는데 당신 생각은 어떻냐"라고 아내의 생각을 물으니  무척 기뻐하며 흔쾌히 동의줘서 곧바로 여행 계획을 잡기로했다.


중복 장애가 있는 큰누님 도 돌봐드려야 하려니와 아이들이 어려 아내는 집에 있기로 하였.


급한 성격 탓에 바로 항공기 예약하고 누이들이 준비한 티셔츠와 함께 선글라스 등 이것저것 여행용품을 준비하고 있으니  마음은 벌써 사이판에 가 계신 듯, 곁에서 연신 웃으시며 이것저것 물으시고 어린애 마냥 잔뜩 들떠 계다.


"폐암 말기입니다!"


출발 며칠 전,


이따금 기침을 하시기에 염려가 되어 기침감기약이라도 지어갈까 해서  우리 가족 주치의라고 할 만큼 가까운 동네 의원 의사 선생님께 가서 말씀드리니 "기관지 확장증이 의심되나 큰 병원 가서 자세히 검사 한번 받아보는 게 좋겠다"라고 말씀하셔서 가까운 혜화동 s병원 가서 검사를 받기로 했.



"보호자 잠깐 들어오세요"

"폐암 말기입니다!"


"항암 치료하기에도 너무 늦었고  길어야 3개월 정도 사실 테니  모시고 가서 드시고 싶은 거 드시면서 집에서 임종하는 게 나을 듯하다"는 말에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 하고 잠시 있다가, "사실 며칠 후 해외여행을 하시기로 되어있는데 며칠간 다녀오는 것도  안될까요?" 물었더니 예상대로 당연한걸 왜 묻느냐는 듯,


"절대 안 됩니다"


"그 정도는 괜찮다"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의 바람과 달리 의사의 한마디갑자기 잠시 정적이 렀다.

 

아마 의사로서는 당연한 대답이었을 거다. 혹시 먼곳까지 가서  갑자기 안 좋은 일이 생길까 저으기 염려가 되어서 리 이야기 했으리라.


진료실 밖에 앉아계셨던 엄마진료실 문을 나오는 게 안색이 안 좋아 보였고  당신께서도 혹시나? 하고 걱정을 하셨


 " 왜 암 이래니?" 하며 갑자기 단도직입적으로  물으시니 놀라서,

 "아니. 기관지 확장으로 기침하는 것"이라 대충 얼버무리고 병원을 나섰.



병원을 나서며 올려다본 하늘은 역시 푸르고 맑았으며 힘차게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평소처럼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스쳐 지나가는데 는 갑자기 두 다리에 힘이 풀려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 뿐이다.


함께 살면서 엄마의 건강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죄책감에 집에 와서 방에 들어와  흐르는 눈물도 주체하지 못하고 누이들에게 다 알리고 나니 좀 정신이 들다.


아내를 방에 불러 " 저렇게 좋아하시고  기력도 아직 좋아 보이니 며칠 정도는 괜찮을 거 같은데 그냥 여행은 가는 게 어떠냐? 취소하면 영문도 모르는 엄마도 상당히 서운해하실 거 같고 나중에 우리도 후회할 거 같다"라고  말하니 아내도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그래요,그렇게 하자구요!" 아내의 동의를 받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내를 방에 불러 " 저렇게 좋아하시고  기력도 아직 좋아 보이니 며칠 정도는 괜찮을 거 같은데 그냥 여행은 가는 게 어떠냐? 취소하면 영문도 모르는 엄마도 상당히 서운해하실 거 같고 나중에 우리도 후회할 거 같다"라고  말하니 아내도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그래요,그렇게 하자구요!" 아내의 동의를 받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그래 가보는 거다!"


이렇게 두 분을 모시고 사이판 항공기에 몸을 실었.


일찍 먼저 가신 아버지를 대신하여 자식들 키우시느라 너무 고생하셔서  오자형으로 휘어버린 짧은 다리로 이곳저곳을 날아다니시며 연신 "무슨 나무인데 저렇게 예쁜 꽃들이 는 게냐?" "야 정말 너무 좋다"를 연발하시며 몸이 왜소하셔서 가벼워서인지 나와 장모님 보다 많이 앞서 걸으시니 상대적으로 비대한 장모님과 내가 엄마 뒤쫓아 다니는 게 오히려 숨차고 힘들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날아갈까 눌러쓴 넓은 챙이 있는 모자를 한 손으로  단단히 잡으신 채로 다니시는 걸 보니 생 저렇게 가벼운 발걸음도 처음 보는 것 같.


" 엄마와 더블침대에 함께 누워"


숙소는 더블침대 두 개 있는 큰방을 빌려 언어 문제도 있고 해서  한방에서 모두 함께 지내기로 했.


장모님 침대 하나 쓰시고 엄마와 마지막 잠자리를 하고파서 나는 엄마와  한침대에서..


방에 들어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첫날 이곳저곳 다녔던 여행지 이야기를 하며 첫밤을 맞이하게 되었


어렸을 때 엄마 팔베개하고  누웠던 이래 결혼 후 두 아이를 둔 십대 중반의 아들이 하나의 침대에서 엄마와 함께 그야말로 엄마와의 마지막 여행에 마지막 잠자리인  "슬픈 잠자리"를  하게 되었.


주무시며 이따금 기침을 하시니 그때마다 눈물이 흘러내려 이리저리 뒤척이게 되어 침대가 자꾸 출렁거리니 에게 "왜 가만히 못 자고 뒤척거리냐"불편한 기색에 한마디 하시다 피곤 하셔서지 먼저  드셨다..


수경 끼고 손잡고 바닷물속에 들어가 물고기에게 먹이도 주시며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바다색을 보며 자주 감탄하시고 이곳저곳을 다니시다 갈증이 나면  좌판에서 파는 길거리 야자수로 목을 축이고, 저녁에는 석양의 붉은 노을을 말없이 바라보기도 하며.. 여기저기 관광명소는 거의 다 돌아다닌 거 같.


피곤하실 거 같아 호텔로 돌아와 일층 테라스 문을 열어놓고

" 엄마, 나 수영하는 거 보세요!"

" 엄마 나 수영 잘하지?"

어리광 부리는 애들처럼 평소에 하지 않았던 표현도 해보고..잘 표현 하지도 않던 말이며 없는말도 일부러 끄집어 내어 말을 걸기도 하였다.


당시 집사람 후배 동기가 마침 현지에서 목회를 하고 계셔서 목사님께서  소개해주신  박식하고 매우 친절하신 그곳 장로님께서 동행하여  상세히 안내를 해주셔서 일생에 기억에 남을 만한 여행을 더욱 값지게 하였기에 다시 한번 그분께 감사를 드리고 싶.


"가길 잘한 거 같다"


귀국하여 생각해보니 "가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참을 평소처럼 사시다가 , 하루 여섯 끼를 준비하며  병시중을 해준 아내의 정성 때문인지 이후 일 년 반을 더 사시다 우리 곁을 떠나셨.


 "평소에 더욱 세심히 신경 쓰고 보살펴 드렸으면 지금 까지 살아계시지  을까 "하는 자책도 사실 많이 하다. 지금도 여전히 엄마 생각할때 마다  죄책감에 그런 생각 자주 든다



이제는 당신의 모습과 음성은  사진과 녹화한 동영상 자료에서나  고 듣지만 매일 하얀 벽 위에 서서  웃으시며   " 그때 거기 가길 아주 잘했다. 정말 좋았구나" 이야기하시는 거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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