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회 연구기술서: 관계적 공격
학부모 상담에서 부모님이 가장 궁금해하는 주제는 교우관계이다. 단짝이 형성되어서 잘 지내면 안심하시는데, 성별에 따라서 상담하는 내용이 달라진다. 여자아이들은 보이는 모습만으로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활달한 성격의 B와 조용한 성격의 C는 학기 초부터 항상 같이 다니는 친구였다. 등하교시뿐만 아니라 자리를 바꿀 때면 같이 앉기를 희망하고, 점심시간에는 식판을 나란히 놓고 밥을 먹고, 내성적인 C가 남자 친구에게 놀림받으면 B가 나서서 대신 싸워주는 모습을 자주 봤다. 우리반 누구에게라도 B와 C에게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냐고 물으면 상대방을 말했을 것이다.
그러던 두 친구가 싸운 것 같은 날이었다. C는 B를 보려하지 않고, B는 C에게 계속 말을 걸려고 노력했다. 그날 저녁 C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B가 자기 말을 안 듣는다며 C의 머리를 때렸다는 것이다. C는 B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는 집에 와서 어머니에게 속상한 내용을 얘기했다가, 제대로 따지지도 못했다는 이유로 혼났다고 했다. 선생님이 B를 잘 타일러주면 좋겠다는 말에 다음날 B와 C를 따로 불러서 사정을 물어봤다.
C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B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화해하고 싶다고 했다. C에게 B의 의사를 전해주자 자신도 화해하고 싶다고 말해서 사과하고 화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한달 뒤 다시 전화가 왔다. C의 어머니였다. 술에 취하셔서 소리를 지르시던 어머니를 진정시켜드리고 사정을 듣자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일이 두 친구의 관계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C는 B를 싫어한다. 얼굴도 쳐다보기 싫고 친구라고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고 한다. 그런데 B가 성격이 강하니깐 어쩔 수 없이 같이 다니는 것이고, 나랑 같이 안 놀면 너는 왕따가 될 것이라며 협박해왔다고 한다. 급식을 먹을 때도 맛있는 반찬을 빼앗아 먹고, 다른 친구에게 싸워주기는 해도 자신이 다른 친구랑 놀려고 하면 바로 화를 내며 못 놀게 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학교폭력 사항을 담임교사 중재라는 절차로 각 학부모가 모여서 화해하고 학폭위 접수 없이 끝내는 제도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생각하는 관계가 전달이 되었고, 교실에서 B와 C는 서로 말을 섞는 기회 자체를 차단하게 되었다. B는 자신은 C를 친구라고 생각했다기에 C에게 배신당한 사람처럼 눈길도 주지 않았다. 만약 내가 조금 더 일찍 알아챘다면 두 친구의 감정의 골이 그만큼 깊어졌을까?
여학생의 친구 관계에 항상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 이 일로 인해서다. 친구라고 보이지만 서로의 생각은 다르고 잘 드러나지 않는 관계. 여학생들의 학교폭력은 이런 관계적인 공격으로 진행될 때가 많다. 서로의 지위가 다르다고 생각될때 발생하며 두 명의 여자친구가 항상 둘만 붙어 다닐 때 더 유심히 관찰해야한다. 여학생은 친구에 대한 기대가 꽤 커서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그것이 갈등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하나뿐인 관계가 끊겨서 힘들어하지 않게 다양한 친구들과 관계를 맺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구성원들과 섞이며 모둠 활동을 실시하고 예민한 학생들 같은 경우 모둠 활동 중간 중간 교사가 개입해서 소통을 돕는다. 다양한 관계 속에서는 불평등한 관계도, 관계적 공격도 효용을 잃기 때문이다.
여학생의 교우관계와 관계적 공격에 대해 이론적으로 더 파악하고 싶다면 책 '소녀들의 심리학'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