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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쓰파인더 Aug 17. 2023

광복절 맞이 천왕봉, 거림-세석

태극기를 들고, 한민족이 기상을 한 스푼 얻어왔다.

마음이 답답하면 지리산을 갔었다.

40대 동안 지리산 종주를 몇번 했던가? 7번? 8번?


올해 봄 종주는 떨어진 체력을 실감하게 했다.

지난 종주 때, 세석에서 만난 젊은이들이 발랄했다.

거림 쪽에서 올라와, 세석대피소에서 가벼운 아침을 먹고 장터목까지를 뛰어갔다 오겠다고 나서더라.

정상에 집착하지 않는 산뜻함. 가장 좋은 곳-지리산 연하선경-을 기는 센스에 감탄했다.


 코스를 본받아 처음으로 거림-세석-장터목-천왕봉 코스를 올라봤다.

8,14 밤 10시, 사당에서 안내산악회 버스를 탔다.

좁은 버스 좌석에 뒤척이다 새벽 2시 너머 거림 주차장에 도착, 짐을 추스리고 02:30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거림은 지리산 산청의 아래마을이다. 작게 마을을 이룬 민박촌 사이로 길을 올랐다.


실은 전날 가볍지 않은 술자리를 했다. 소주, 맥주 각 1.5병을 했나?

일을 겸하고, 사람 사이를 반갑게 나누는 자리였지만, 쌓인 술 기운이 어려웠다.

밤샘 버스에서 졸고 일어나 바로 산을 타기 시작하니. 걱정했지만 산이 활력을 줬다.


거림코스가 처음이었는데, 계곡의 물소리와 공기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이 좋았다.

새벽 3시 산을 오르는데도, 산은 생명력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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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여러 산을 다녔

대게 시작부터 높은 각도를 짚고 올라가는 길이었다.

반면 지리산 거림마을은 완만했다. 오르막이 있었지만, 거림에서 세석, 6킬로를 2시간 반만에 오르는 각도가 딱 적당했다. 시작하는 지대도 낮지 않았을 테지, 그럼에도 너그러운 오르막이 감사했다.


대부분의 산은 초입이 힘들다. '산'이라고 이름붙인 지역의 존재증명을 봉우리로 하는데, 봉우리를 오르기 위한 간증으로 높은 오르막을 견디라 한다


오르막이 너무 급하면 머리로 생각할 겨를없이 헉헉이고, 더 힘들면 화가 난다.


아주 느긋하면 지금 산행을 하고 있는지도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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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산공기, 높은 봉우리에서 일출과 구름을 보기 위해 이 몸을 옮겨줘야 한다.

곧 50대, 80킬로의 몸뚱이를 비루한 다리와 허파가 힘을 들여 한발한발 옮겨주는 것이다.

무거운 몸땡이는 앞으로도 짊어져야 할 실존이요 다리와 가슴은 가날픈 의지와 힘이다.


거의 두 시간 거림에서 세석까지 오르는 길에서 계곡 소리를 들으며 갔다.

지리산을 토산, 설악산을 악산 이라 한다. 지리산은 흙과 물이 많고, 설악산은 바위가 많다는 뜻.

최근에야 실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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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은 울끈불끈 멋있지만, 밟은 걸음이 쉽지 않다. 오르고 내리는 각도가 너무 급하다. 가는 길에 물이 거의 없다. 12시간 산행 길에 샘을 한번도 못 만나기도 한다.

지리산의 오르막은 친절했다. 깊은 계곡 옆을 걷는 기분이 생명력을 충전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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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10분쯤 세석에 도착했다. 거림-세석 2시간 걸린다는데, 그것보단 빨리 왔다.


잠시 목을 축이고, 얼른 채비했다. 근처에선 가장 전망이 트인 촛대봉에서 5시 40분 일출을 보고 싶었다.

시간은 늦지 않게 도착했지만, 해는 못봤다.

세석을 오를때만해도 쨍쨍했던 별빛 하늘이 구름인가, 인개인가 가득했다.

촛대봉에서 커피를 타 마시며 20분 기다렸지만 떠오르는 해를 보진 못했다. 산위에서 날씨는 함부로 예측할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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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셕에서 연하선경을 지나 장터목을 향했다. '선경'이라는 이름이 가진 곳, '연하선경'. 연하봉과 그 아래 이어진 고원이다. 산 가운데 고요함. 고목과 꽃, 산봉우리의 조화가 아름다운 작은 동산이다. 그 풍광을 느끼고자 지리산 종주를 한다고 해도 좋을 만한 곳이지만, 오늘 산행에선 인연이 없었다.

그 앞 고개에서 숨돌리며 10분 넘게 앉아있었지만, 안개는 걷힐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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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안개 사이, 연하선경을 지나 장터목으로 향했다. 장터목 돡 07:30, 컵라면, 커리를 더운 물로 덥혀먹었다. 장터목 역시 여러 봉우리 사이 평온이지만, 오늘은 구름이 쉬이 열리지 않았다.

08:20 장터목에서 천왕봉을 오르기 시작했다. 지리산에서 가장 힘든 고개길 중 하나다. 정상을 향하기에 참고 걷는다. 내가 한반도 가장 높은 고지를 오르고 있다는 걸, 낮은 풀과 나무, 마른 고목을 보며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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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지리산은 벌이 많았다. 늦은 봄 탓인지, 산 속의 꽃들이 화사한지, 윙윙하는 벌들이 날개소리 웅장하게 빰 옆에 머물렀다. 이름모를 보라색 야샹화 덤불에서는 거의 수백마리의 벌들을 지나 조심히 정상으로 올랐다.

09:40, 천왕봉 도착, 열 몇번째? 세보려 하다가, '626번째 등정, 000님의 팔순을 축하합니다' 플랜카드를 보고 겸손해진다. 8월 15일 광복절의 지리산은 발랄하다.

 


태극기를 든 산동무들이 오밀조밀 천왕봉 정상석 옆에서 사진찍는 모습 흐뭇하더라.

광복절,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임시정부를 만들게 한 선언의 날. 

일본으로부터 식민지배 겪은게 겨우 36년이지만, 청일전쟁 패배이후로 거의 100년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적지 않은 시간이고 오늘 날에도 이어져 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제국주의시기 식민을 겪은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질곡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이 빠르게 성장하고 정신적인 예속없이 회복한 것은, 국가-민족-공동체로 오랜 역사를 공유하고 가치가 잘 서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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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등산으로 거창하고, 그저 즐거운 이벤트이나, 8.15를 맞아 웃으며 남녀노소, sns 셀럽들이 태극기 사진을 올려 함께 하는 것을 보니 좋았다. 지리산 정상석 뒷면에는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고 쓰여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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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기인 하산길을 거쳐, 에너지 잘 갈무리해, 웃으며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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