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과학리뷰 2023년 하반기
(우리 연구소가 연2회 발간하는 치안과학리뷰에 싣을 글이다. 개별 과제와 성과를 말하는 것보다 5년간 경과와 변곡점을 말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썼다.)
Ⅰ. 부서의 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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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정책연구소는 1980년부터 경찰대학 부설 연구기관이었다. 경찰대학 교육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 크게 역할이 두 번 정도 변했다. 1997년 경찰 개혁이 화두였던 때다. 경찰의 제도 개선, 법령 검토 등에 대해 정책 연구가 활발해졌다. 경찰대학 부설이지만, 경찰청 부서들에게서 연구 요청을 받고 연구 결과를 환류하게 되었다. 두 번째 변화는 2015년이다. 경찰법 개정으로 경찰청도 과학기술연구를 할 수 있는 정부부처가 되었다. 과학기술 연구를 관리하고 평가하고 직접 연구할 부서가 필요했다. ICT, 화학, 교통공학 등 과학기술연구 인력을 채용하고, 부서를 갖춰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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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치안지능센터는 과학기술 연구 조직의 가장 큰 기대를 받았던 조직이다. 조직을 어떻게 구성해서 무엇을 할지, 기획연구를 했다. 경찰의 부서 창립 치고는 드문 일이다.
당시 기본 구상은 경찰의 모든 데이터를 모아서, 통합 분석하는 기술 조직을 지향했다. 당시 연구소장이었던 민갑룡 전 경찰청장에 따르면 ‘경찰청 특정 부서가 데이터를 통합하면 빅브라더, 정보 침해 등 쟁점이 있을 수 있으니, 연구소에서 통합 분석을 해야 한다’고 취지였다. 경찰의 주요 데이터(KICS, 112, 교통, 과학수사, 사이버 등)를 모아서 분석하고, 직접 기술 연구는 물론, 경찰과 국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목표로 했다. 3년간 100억원 정도를 투입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연 5억 운영비를 투입하기로 계획했다. 총경이 부서장이 되어 연구직(9명), 경찰관(4명)이 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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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18년 치안정책연구소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스마트치안지능센터를 구성하고자 당시 치연에 발령받은 임기제 공무원(4명)과 비정규 TF로 시작했다. 2019년 경찰관 9명을 경찰청에서 정원 조정으로 배치하여 정식으로 발족했다. 운영예산은 2019년부터 매년 시험연구비 1.5억원을 받아 SW 임대, 출장비, 자문비 등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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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데이터는 112신고데이터를 연계해 전송받고 있다. 사실상 빅데이터로서 안정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유일한 데이터이다. 112상황실의 열린 자세와 지원에 깊이 감사드린다. KICS 데이터는 형사사법전자화촉진법 상 수사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 2019년 1회 전화사기 분석을 위해 관련 데이터만 1회 제공받았다. 우리 센터는 필자를 비롯 수사경과 경찰관들이 여러 명 있고, 현장에서 요청하는 사건을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 역할을 인정받아 KICS데이터를 연계하고자 했으나, 법령 해석의 차이, 보안 장비 설치 요청, 경찰청 수사운영담당관의 통제하에 데이터 사용해야 한다는 지침 등에 따라 연계를 하지 못했다. 과학수사‧사이버 부서 역시 KICS 연계데이터로 같은 방침을 따르고 있다.
※ 2016년 구상(왼쪽)과 현 실정과의 비교(오른쪽)
KICS를 비롯 경찰청 데이터를 추가 연계하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 뿐 아니라, 조직 문화의 변화, 우리 센터의 역량 발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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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역량 발전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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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분석 부서를 운영한다는 것은 오랜 시간의 계단을 만들어 한발 한발 딛고 올라가는 것과 비슷하다. 112 데이터를 활용해 치안에 활용할 AI를 개발하는 지난 과정을 돌아보자. 데이터 연계를 위해서도 오랜 시간의 협의와 연계장비의 구축 등 인프라를 구성해야 한다. 전송받은 감사하고 귀중한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우리 센터가 분석할 수 있는 기본 SW를 배워야 했다. 경험이 없고 기술 역량이 부족한 신임 연구자들이 처음부터 배워서 걸음마하게끔 기다려주지 않기에 전문 역량을 갖춘 협력 연구기관들과 협업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112신고 등을 활용해 시공간 범죄 위험을 분석하고, 신고량을 예측하며, 신고내용을 AI로 자동 분류하는 기술을 만들었다. 공학자들의 연구를 견식하며 그들이 개발한 소스 코드를 실제 112신고에 적용하는 것을 배우면서 역량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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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센터는 데이터를 반출하지 않고, 치연 안에서 분석한다. 협력 기관이 샘플 데이터로 개발한 프로그램을 실제 데이터와 사건에 적용하는 것을 우리 역할로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고 R&D에서 그친 산출물을 사실상 실용화할 수 있다. 차량번호판 분석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전자통신연구원이 주관한 과제의 세부 산출물인 NPDR(Number Plate Deep Resolution)을 센터에서 1년간 작동해보면서 절차를 확립하고 경찰 내부망에 정보화시스템으로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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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연구를 참여하면서 습득한 역량을 제안해서 과기정통부 기금 사업이나 연구개발을 주관했다. 2020년부터 3년간 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서 지원하는 스마트치안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 2016년 설립 구상에서 제시한 인프라를 정부 예산으로 확보하지 못했기에 기금 사업을 통해 데이터 분석 기반을 만들려 했다. .
2012년부터는 실제 현장과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봤다. 전화사기대응 시스템이다.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업을 관리해 112신고나 민간에서 수집하는 악성앱 등을 경찰관들이 분석하게 하고, 시티즌코난이라는 악성앱 탐지 어플을 제공했다.
2022년에는 국가연구과제 주관기관을 맡았다. 빅데이터 기반 보이스피싱 정보수십 및 수사지원 시스템이다. 녹음음성, 공개 데이터를 활용해 경찰이 활용할 기술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경찰 내 연구기관이 책임자이기에 112신고 등을 활용해 범죄 발생을 추적하고, 실제 사건 녹음음성과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공학 연구기관들을 참여 기관으로 구성하고, 전체 분석 개발의 방향을 정하고, 실제 데이터에 적용해 성능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치연의 존재 의의에 맞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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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 간 책상 하나 없이 시작했던 첫 시작을 생각하면 감개 무량하다. 모두 동료들 덕분이다. 따뜻하면서도 컴퓨팅 학자로서 연구를 놓지 않는 배순일 과학기술연구부장님의 지도 덕택이다. 현장에서 데이터 분석의 갈증을 느끼고 출범 원년 멤버로서 함께 해준 김희두 경위 역할은 엄청나다. 협력 기관이 제출한 소스를 이해하고 적용하면서 시스템을 만들어 간 것은 김 경위 역할이 대부분이다. NDPR를 고도화하고 있고 센터와 다른 부서, 기관과의 소통에 기여하는 최주현 경장은 센터의 분위기를 밝게 해준다. 김완중 행정관은 쟁점이 많은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묵묵히 이끌어 궤도에 올려주었다. 이상옥 경사는 복잡 다단한 인프라를 정비해주고 산출물이 많아지는 시기에 점점 더 많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보이스피싱 대응 연구의 실무를 맡아 커다란 참여집단을 밀어가고 있는 김창식 경사와 김대호, 김서연 연구원께 감사드린다. 112데이터의 음성-문자 전환을 비롯, 비정기적으로 제시하는 연구수요를 관리하는 이서영 순경의 영입은 센터의 행운이다. 경찰관 중심으로 장기 근무자들이 많은 센터의 취지상 과학연구부의 서무를 맡아주는 송경호 경위에게는 앞으로 국제 치안 기술 협력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 전화사기 악성앱 시티즌코난을 피싱 통화, 인터넷사기, 몸캠피싱, 로맨스피싱 등으로 고도화하는 서비스를 담당하는 김재후 행정관은 무거운 쟁점을 견뎌가며 병원에 2번씩이나 갔다. .
모두에게 감사하고, 송구하다. 6년째 한 자리를 지키며 많은 이들이 머물다 갔다. 데이터분석이 그리 멋진 일이 아니다. 데이터 수집이 70%의 업무이다. 누군가에게 사정하고 설득하고 부탁한다. ‘연구-행정-사업자’를 오가는 일상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은 사람의 판단을 자동화하고 대신하는 것을 지향한다. 사람보다 나은 컴퓨터를 만들려면 뛰어난 사람이 있어야 한다. 뛰어난 사람은 영입하거나 육성한다. 충남 아산에 있는 공무원 조직에서 뛰어난 사람을 쉽게 영입하겠나? 의욕과 학습능력이 있는 이들과 함께 익히며 육성하고 성장해야 한다. 데이터 연구기관의 역량이란 고성능 컴퓨터나 분석 SW가 아니라 오래 동안 경험과 실력을 키워온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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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가야 할 방향
지난 5년간 기반을 닦았다. 인프라 구축을 위해 외부 과제를 수탁해 여러 목표를 동시에 운영했다. 앞으로는 지금 해오고 있는 분야의 실력을 높혀야 한다. 키워드는 AI, 디지털 범죄, 스마트치안 플랫폼이다.
첫째 AI 연구를 심화해야 한다. 가상 데이터에 적용하는 AI는 활용도가 떨어진다. AI는 실제 사례로 학습해야 한다. 실제 경찰데이터와 범죄데이터를 활용하는 우리 센터가 반드시 해야 한다. 경찰 내외 어디에서도 하기 어렵다. 기관에 실제 데이터를 맡길 수 없다. 경찰이 쓰는 문서를 이해해서 분류하고 생성하는 치안 자연어 AI를 개발하고 있다. NPDR 등 영상 AI 등도 연마하고 있는 영역이다.
둘째 디지털범죄에 대한 대응이다. 오프라인의 범죄는 거의 줄어들고, 보이스피싱, 스미싱, 인터넷사기, 몸캠피싱, 로맨스스캠, 디지털성범죄가 일상이다. 기술 인력은 자본과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데 디지털 범죄는 자본과 욕망이 들끓는 곳이다. 범죄는 디지털 전환하고 있다. 상하이, 연변, 선진, 필리핀, 베트남, 일본 등에의 외곽에서 피싱범들이 콜센터를 차리고, 시나리오를 기획한다. 월 3억원을 들여 대용량 서버를 운영한다. 범죄조직이 인공지능과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는데 경찰 활동은 전환하고 있나? 디지털 범죄에 대한 경찰활동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술 개발을 해야 한다.
셋째 스마트치안 플랫폼이다. 경찰데이터를 직접 운영하는 스마트치안지능센터와 , 영상‧음성‧문서 등 영역에서 기술력을 갖춘 기업과 연구기관이 협업하는 연계 체제이다. 보이스피싱 등 디지털범죄에 대응하는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대국민 안전에 기여할 것이다.
이런 목표를 공유하며 지나온 지난한 5년보다는 보람있고 성장하는 5년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새로운 목표를 함께 걸어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애정과 관심이다.
거대한 데이터, 대용량 서버보다 귀중한 것이 발전할 역량과 의욕을 갖춘 사람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동료들을 가치있게 인정하고,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이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지나온 5년이 동료들 덕택이었듯 앞으로 5년도 동료들의 힘으로 발전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