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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쓰파인더 Nov 07. 2023

요르단 암만 출장기

치안정보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구축 지원

지난달 중순 요르단 암만이라는 곳에 출장을 다녀왔다.

 

요르단 경찰이 한국이 지원하는 국제 협력 사업에 빅데이터 기반 치안정보 분석 시스템 구축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2019년에 신청한 5개년 사업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양국 간 견학, 교육, 협의 과정이  전반적으로 늦어졌다. 우리 연구소는 올해부터 참여했다.


KOICA가 사업을 총괄하고 경찰청은 사업을 관리하는 기관이며, 경찰청 내에서 실무를 맡아 진행 계획을 세우고 점검하는 부서가 원래 있었다. 요르단 경찰의 요구가 한국 경찰이 가지고 있는 여러 부서의 시스템 중 단일 시스템이 아니라, 여러 기능을 종합한 통합 서비스이다보니, 사정이 복잡해졌다.  


경찰청 외사국에서 작년 말 요르단 경찰 한국 방문단에게 우리 센터의 개발물을 소개해줄 수 있냐는 문의에서 시작했다. 작년 11월 소개, 올해 1월 지원부서 변경, 8월 시스템 구축 설계 업체를 선정했다. 새로 겪는 일이다 보니, 신기하고 낯설었다.


기업 선정 후, 요구사항을 확인하고 방문 전 쟁점을 정리하는 두 차례 회상회의를 했지만, 정보 전달이 어렵더라. 한국어-영어-아랍어를 오가는 의사소통, 치안정보 분석시스템이라는 복잡한 주제인데다, 화상처음 시작하는 단계이니 오죽했겠나. 정보를 확인하기는 커녕, '대화가 잘 안되는구나'라는 감정적 반응까지 생겼다.


10월 8일 손에 잡히는 것 없는 상태에서 난생 처음 가는 나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중동으로 처음 가는 항로, 이스탄불 공항에서 경유해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 도착했다.


사막 가운데 소박한 공항에서  비행기에서 내려 통로를 나오자 마자 요르단 경찰 2인이 마중와 있었다. 비자 발급, 입국 절차를 살뜰히 도와주었다. 시내로 들어오며 마중나온 경찰관 yabdul에게 "한국 사람들은 요르단을 많이 알고 좋아한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본 드라마 '미생'에 나온다. 한국 사람들이 중고차 사업을 하는 이야기다"등을 어설픈 영어로 얘기하며 서로 웃으려 노력했다.

<첫날 호텔 채크인 전, 실무자 압둘을 사이에 두고, 우리 센터 동료들과>


호텔에 도착해, 한국팀들끼리 회의를 했다. 요르단 경찰이 원하는 기능 들은 여러 데이터를 모아서 범인의 복합적인 정보를 확인하길 바랐다. 1)범죄 연루된 사람이 운행하는 차량이 지나가면 경고하기 2)마약 샘플을 분석해 연결된 테러 자금 과 먀약 조직 정보를 분석하기 3)특정한 장소에서 이동하는 범죄 의심차량의 움직임을 찾아내기 4)여러 사람이 연결된 범죄에서 각 범인들이 어디 에 있고, 각자 어떤 범죄를 했는지 찾는 것. 5)범인들을 풀어주면 다시 범죄를 저지를지  6)지역별 범죄 발생 정보를 보여주기 등이었다.


우리 센터와 구축 설계 기업 은 이런 목표에 회의적이었다. 그간 경험상 여러 원천에서의 데이터를 통합해야 하는데 그 의사결정이 매우 어려웠다. 기술적으로 기대만큼 성능을 내기 힘들다. 그런 시행착오를 설명해 현실적인 목표와 성능지표로 수정해보자고 했다.


다음 날, 요르단 경찰청에 갔다. 사업책임자인 나달 대령 (작전통제국 부국장)이 중앙에 있고, 각 부서에서 온 20여명의 경찰관들이 앉아 있었다. 열의를 느꼈다. 짧은 인사를 하고, 사전 회의한 바와 같이 목표를 낮추고 구체적으로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반응은 격했다. '할 수 있다'는 나달 대령과 '어렵다'는 나와 1시간 가깝게 아랍어-영어-한국어 논박을 했다.

<목표 시스템을 설명하는 나달 부국장과 압둘, 현지 경찰 들 / 오른편은 우리 센터와 수행 기업>


희망하는 기능과 현재 데이터 실정을 들어보며 생각을 바꿨다. 이미 운영하는 시스템이 기본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데이터에 대해서도 자료 정리를 해두었더라. 그간 사업을 준비하며 사람들을 바꾸지 않고 준비한 것을 느꼈다. 오히려 우리 나라 관계자들이 자주 바뀌고, 깊은 검토를 하지 않았던게 아닌가 싶었다.


차량번호판 조회-분석 시스템은 오히려 우리 나라보다 나은 점이 있었다. 경찰이 전국을 관할하여 실시간 수배차량을 찾을 수 있었다.  차량번호는 물론 차종까지도 표시했다. 성능의 정확성이나 수배차량 발견을 사람이 인식하지 못하는 점은 개선이 필요했지만, 그 점은 우리도 마찬가지.

<차량분석시스템을 설명-요르단 전역 2000여개 CCTV가 있어서 실시간 자동/수동 관제를 한다>


데이터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각 부서간 데이터 통합을 위한 의사결정를 해서, 3년간 놓치지 않고 가다듬고 있는 점은 오히려 우리가 배울 점이었다. 국제 지원 사업이라도 한 곳이 일방적으로 받는 것은 아니며, 이 과정을 함께 만들어나고 배우는 사업이리라.

<911신고센터에서 시스템 설명-요르단 인구는 1700만명, 암만의 중앙경찰청에서 전국 신고를 처리>


3일 동안 구축 시스템에 대해 상의하고, 현지 시스템을 견학한 후, 목표를 재설정했다. 너무 높은 목표와 추상적인 지표로는 사업 관리를 하기 어렵다는 원칙을 다시금 설명했다. 다만 그 기조가 3일 전과는 달라졌다. '너희들이 뭘 모르니 우리가 가르쳐주겠어'라는 취지가 아니었다. '우리도 그간 여러 시도를 했는데 어렵더라'고 경험을 말했다.


외국, 그것도 참 낯선 나라 요르단이라도 경찰관끼리는 역시나 정서적 접점이 있더라. 자동 시스템에서 원하

는 정보가 알기 쉽게 나올리 없다는 사건의 복잡함, 체계적 방법론을 수정해가며 실험을 하는 것들 용납할 리 없는 경찰 문화, 시키면 해야 하는 모든 나라의 상사들, 투정하면서 웃었다.

웃으며 기념품 전달 : 앞으로 잘해보아요, 나달 대령님^^

반나절 쯤 구시가지에서 로마시대의 유적지, 성곽과 콜로세움을 둘러봤다. 로마시대 이전 고대에서부터 요르단 암만은 여러 세력의 역사적인 중심지였다.  지금은 이스라엘, 시리아, 팔레스타인, 레바논, 이라크, 사우리 아라비아와 국경을 맡대고 있다. 종료, 인종, 정치체계가 첨예한 가운데다.  요르단은 권역의 혼란 속에서 국가의 기능을 잃지 않고 중재와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오랜 역사와 미덕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무게를 견디는 동질감이 느껴졌다.  이들의 열의가 우리랑 닮은 건 우연이 아니겠다 싶었다.

앞으로 한 두 차례 더 만나고 찾아갈 듯 하다. 나의 작은 경험과 지식이 한 국가가 발전하려는 에너지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어 다행이다. 연구-개발-기획자로서 가끔 이런 보람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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