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쿄언니 Aug 13. 2022

경제적 지원없이 일본유학을 떠날 수 있었던 이유

일본 여행에서 미래의 커리어를 그리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문화재 도시인 교토에 방문한 후 일본에 언젠간 살고 싶다는 마음을 먹은 나. 하지만 당시 그저 스무 살이었다. 20살. 원하는 대학을 못 갔기 때문에 부모님의 반대에도 재수를 감행한, 집안에서 눈칫밥 먹는 그런 존재였다.


부모님이 재수를 반대한 이유도 하나였다.



우리는 돈 없다. 그러니 재수를 시켜줄 수 없다.



집안에 돈이 없다는 건 20년 내내 들어왔기 때문에,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욕심을 감히 내비칠 수도 없었던 내가 1년 뒤 유학을 떠났다. 그것도 물가가 비싸다고 유명한 도쿄로.



에이~ 그럼 말만 돈 없다. 돈 없다 말만 하고 알고 보니까 중산층 아냐? 브런치에 글 쓸 거면 좀 더 생각하고 글 좀 쓰지.



라고 여기까지 읽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분명 계실 거다. 하지만 나는 2014년 3월에 일본 유학을 떠날 당시, 부모님으로부터의 경제적 지원 없이 일본으로 떠났다.


돈이 없는데 어떻게 유학을 떠났지?라는 의문이 드시겠지만 그건 다른 글에서 설명하도록 하고, 일단 22살 여자애가 부모님의 경제적 도움 없이 어떻게 일본으로 갈 수 있었을까라는 꼬리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이 글의 타이틀처럼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 없이 일본 유학을 떠날 수 있었던 너의 확신은 무엇이었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일본 여행으로 '일본어를 할 줄 알면 굶고 죽지 않는 나만의 스킬을 얻겠구나'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더 나아가 한 나라의 전문가가 되고 싶었던 내게 '일본 전문가'라는 꿈을 꾸게 해주었다.


문과생이었던 나는 당시 고려대, 서강대 다녔던 과잠을 입고 다닐 때는 누구보다 빛나보이던 (문과계열) 과외 선생님들이 취업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어떤 강점을 가지고 미래의 취업 시장에 나가야할까'라고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던 내게 인구 1억명이 넘는 일본이라는 나라와 문법과 발음이 비슷하여 배우기 쉬워보였던 (처음엔..) 일본어는 매우 매력적이었다.



일본어 할 줄 알면 굶고 죽지 않을 것 같다고?
애가 아직 어려서 현실을 모르네...
우리나라에 일본어 능력자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냐?
일본어 가지고는 절대 취업 안돼.



라는 또 시니컬한 반론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나는 일본어로 부자가 되겠다고 얘기 한 것이 아니다. 일본어 선생을 하든 면세점이나 명동 화장품 가게에서 판매를 하든 어쨌든 먹고 살 수 있겠다는 확신이었다.


그런데 당시의 내가 그렇게 확신 했던 두번째 이유는 '일본 내의 한류의 위상'이었다. 뉴스에서 일본에서 동방신기, 빅뱅, 소녀시대가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걸 접했을 때, 당시 시니컬했던 나는 '어차피 저거 다 국뽕이지 뭐, 실제로는 뭐 마니아들이 좋아하겠지.'라고 실제로 믿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교토 여행을 끝마치고 오사카 여행을 시작했을 때, 오사카의 어떤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는데 그곳에서 빅뱅 콘서트를 가기 위해서 오사카에 온 일본 전국의 빅뱅 팬들을 만났다. 나는 도쿄, 오키나와, 교토 등 정말 여러 도시에서 빅뱅을 보러 온 그들이 신기했고, 반대로 그들은 나를 신기하게 생각했다.


실제로 한국인 만나서 대화하는 건 처음이라면서 본인들이 어떻게 빅뱅을 좋아하게 됐고, 지금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얼마큼 좋아하며 등 대화도 통하지 않는데 라인 번역기를 사용해가면서 밤새도록 떠들었다. (그땐 숙박객들이 다 빅뱅 팬이라서 숙박객 모두와 밤샘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들과 직접 이야기하며 '교세라돔에서 공연을 하는 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그렇게 대단한 걸 우리 한국 그룹들이 하고 있다는 말이야?라는 걸 깨달았다.


또한 한국 여행 가고 싶은데 한국어를 못해서 가기 무섭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겨울연가 이후로 이렇게 오랫동안 한국을 좋아해 주다니....' 근데 이렇게나 한국을 가고 싶어 하는데 한국어를 못해서 무서워서 못 가겠다고?



그럼 이제 나랑 친구 됐으니까, 한국 놀러 와.
내가 가이드해줄게.



그렇게 진짜로 그 친구들은 2개월 후에 한국에 놀러 왔다. 나는 그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일본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종로에 있는 일본어 학원에 등록했다.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그들과 계속 라인 그룹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류는 유행이 아니다.'라는 걸 깨닫게 되었고 점점 일본이라는 나라에 내 미래를 걸어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이렇게나 한국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사람들 상대로만 비즈니스 해도 나는 굶어 죽지 않을 것 같았고 혹시 일본에서 한류가 시들해진다고 한류 전성기 때보다 관심도가 적어질 뿐, 일본인 특성상 좋아하는 건 계속 좋아하는 의리와 덕후 근성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라는 판단을 내렸다.


 후 어느덧 일본과 인연을 맺은 지 벌써 햇수로 9년이 되었다. 일본 내에 한류는 이제 미국 문화처럼 자연스러운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다들 햄버거, 피자를 아무렇지 않게 먹는 것처럼 순두부찌개와 삼겹살을 아무렇지 않게 먹게 되었다.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9년 전 일본 간사이 여행을 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일본으로 유학 가고 싶다'라는 열망만 갖고선 '돈도 없는 애가 무슨 일본 유학이야.'하고 그저 현실에 순응하고 살고 있지 않았을까?

작가의 이전글 내 인생은 일본 여행 전과 후로 나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