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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언니 Aug 25. 2022

한국이 아닌 일본 회사로 이직 한 이유

일본 시장 전문가를 꿈꾸며

일본에서 대학교 재학 시절, 나는 일본에서 취업할 생각이 없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제품을 일본에 팔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본 유학을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배운 것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고 더 이상 일본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당시에는 생각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취업난이 극심한 한국으로 돌아와 취업에 성공한 후,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 취업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려고 한다.





첫 번째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는 제대로 된 일본 마케터, 일본 시장 전문가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정말이다. 일본어를 잘하고 일본어 성적이 좋은 사람들은 많으나 일본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일본 전문 마케터는 극히 일부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굉장히 특색 있는 나라이다. 비즈니스 할 때도 그렇다. 그들은 비즈니스를 위한 매너라는 주제의 책이 넘쳐날 정도로 많고, 일본 대학 취준생들은 비즈니스 용어에 대해서 배운다. 특히나 비즈니스 메일은 일본인들도 어려워해, 신입일 때는 상사한테 확인받고 보낼 정도로 이상하게 엄격한 나라이다.


또한 그들은 독특한 미적 감각이 있다. 우리가 봤을 땐 '으으 촌스러워' 하고 느끼는 것도 그들에게는 '괜찮은데?' 하고 유행하는 경우도 있고, 모든 나라가 그렇겠지만 일본도 일본 나름의 고유의 스타일이 존재한다.


한국에 들어와 일본 마케팅팀을 지원하고, 또 일하며 여러 일본 해외영업, 일본 마케팅 등 일본 비즈니스에 관련한 분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 '저분들이 일본어학과를 나와서 일본어 점수는 높은 건 알겠는데, 진정 일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가?' '나는 저분들과 함께 일하며 일본 비즈니스를 배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계속해서 내 안에 피어났다.



재택근무로 아무도 없는 우리 회사



첫 번째 이유와 연결되는 이유일 수도 있지만, 일본으로 이직한 두 번째 이유는 "제대로 된 일본 비즈니스를 경험하고 싶었다."


한국에는 생각보다 일본 비즈니스 전문가가 없는 것에 비해서, 일본 관련된 일을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상하게 '나는 일본에 대해 잘 알아.' 하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쩌다가 일본에서 일어났던 경험담을 이야기를 하면, 매우 공감하면서 자기도 그랬다고 맞장구를 치는데 사실 그렇게 흔하게 겪을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그들의 그런 반응이 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이 사람들도 나랑 비슷하게 오래 살았나 보다 하고 그들에게 얼마나 살았나 거주기간을 물어보면 다 워킹 홀리데이라든지, 교환학생 반년, 1년 이 정도였다.


다른 나라에서 살다온 사람들은 이 정도까지의 그 나라에 대한 부심은 덜한 것 같은데, 내가 만난 일본 관련한 일이나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짧게 살았던 안 살았던 '나는 일본 잘 안다.'라는 자부심이 넘치는 경우가 흔했다.




이런 케이스의 사람들이 나를 가장 곤란하게 했는데, 개인적으로 내가 느끼기엔 일본에서 오래 살다온 나에 대한 이상한 열등감과 경쟁심리가 있는 듯했다. 여러 사건들이 있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가장 어이없었던 일을 말하자면, 이전 회사에서 일본 시장 상대로 어떤 디자인을 선택할 것인지 회의를 한 적이 있었다.


디자인 후보로 A, B가 있었는데, 누가 딱 봐도 A가 일본스러워서 나는 A를 선택했다. 하지만 평소에 나름 탐탁지 않게 보던 다른 일본 팀 사람들은 B를 선택했다. B는 누가 봐도 한국스러운 디자인이었다. 나는 A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들은 B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의에서 의견이 나뉠 수 있는 건 당연한 일인데, 그들이 나에게 했던 대사를 잊지 못한다.



00님이 일본에 더 오래 사셨을지 모르겠지만,
그건 유학이었잖아요?
일본 비즈니스는 저희가 더 오래 했으니..



그리고 어이없게도 저 대사를 끝으로 회사는 저 팀의 의견에 따라 B를 선택했다. 하지만 B는 결과가 좋지 않았고, 혹시 몰라 진행한 A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내 선택이 옳았다는 것에 조금이나마 위로받았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와 대사가 잊히지 않았고 나는 그렇게 무언가를 다짐하게 되었다.



치사하고 더러워서 일본에서 직접 일하고 온다!!
일본에서 직접 일하고 왔으니 아무 말도 못 하겠지.



처음에는 당연히 일본 비즈니스는 본인들이 더 오래 했으니 비즈니스를 모르는 유학생은 빠져라라는 그들의 건방진 언행에 분노했다. 하지만 곧 그 말을 곱씹어보며 내 커리어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한국에서 저렇게 본인들이 일본 비즈니스 경험이 더 많으니까라고 하면서 나를 은근슬쩍 본인들 아래로 보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도 있겠구나.'


'그럼 나는 어떻게 그들에게서 내 의견을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인가?'  


'그래!! 진짜 일본에 가서 일본 비즈니스를 배우고 경험하고 와야겠다'



이러한 사고의 흐름으로 일본 이직을 결정하게 되었다. (주변에서도 진짜 이것 때문에 일본으로 이직 결심한 거냐고 했는데 진짜다. 그 정도로 자존심 상했다.)






이러한 한국에서의 짧은 업무 경험을 통해 이 영역에서 강점을 갖기 위해서는 "일본에서 직접 마케팅한 경험"이라는 게 필요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현재 나는 일본 광고회사에서 일본 클라이언트과 함께 일본 광고, 마케팅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광고 기획자의 일하고 있다.


일본에서 일본인들과 함께 일본 광고주들의 일본 국내 마케팅을 진행하는 한국인. 아마도 희소성 있다고 판단했고 그렇게 믿고 있다. 나중에 한국으로 들어올 때, 제대로 내 가치를 인정받을 만한 실적을 일본에서 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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