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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주 Jan 24. 2022

여행하는 자아, 영재영 작가님

수강생 소개 01

영재영0jae0 작가


인스타 @0jae0jae0jae0

트위터 @conure01






12월, 첫인상


셀 채색법에서 벗어나 동양적이면서도 손맛이 살아있는 디지털 작업을 하고 싶어서 찾아오신 분.


재영님은 흑백을 주로 그려왔고, 또 그 선 맛을 굉장히 잘 살리셔서 상담 때부터 놀랐었다.


다만 그리시는 과정에서 컬러 채색법을 연습하며 그림을 그려내는 과정에서 일관성을 확립하고,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긴 일러스트를 만들기 위해 주제 선정부터 복합적인 요소를 화면 구성에 활용하며 신선함과 깊이 있는 감각을 이끌어내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했다.




12월 수업


12월에는 재영님과 주어진 레퍼런스와 말씀드렸던 기법을 흡수해서 우선 1차적으로 작업 한 다음,


외부 레퍼런스와 피드백 등을 통해 무테 컬러 일러스트를 그려내기도 했고,





또 “케빈에 대하여​” 크로키 수업에서는 선 맛이 굉장히 거칠고 뭉근해지기도 하면서, 또 회화적 표현과 만화적 표현 사이 즈음의 어떤 작품들을 만들어내시기도 했다.




여기서, 재영님이 붓 느낌이 나는 일러스트가 확실히 무테 일러스트보다는 손에 익고, 즐거워하신다는 점을 알았고


그를 토대로 개성화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로 짚었던 것은 주로 불교적 매체와 설화 중심적 작업등이었는데, 그중 특히 앞으로 그려내고 싶은 세계관이 잘 드러나는 작업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작품 소개


2017년 작품

<PAD YATRA>

발의 여정


출처: https://blog.naver.com/conure01/221162360675


문명화되지 않은 높은 설산지대의 대자연 속에
삶을 의탁한 이들이 있다.

과학과 기술이 아닌 자연의 섭리와 신의 의지에 따라
구원받기를 원하는 사람들.(…)

천장을 소재로 다룬 작업은,
(…)무수히 많은 변주를 통해 발전시켜온 작업.

상처받고 소외된 자들을 위한
(…)치유적인 기능을 하는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나의 작가로서의 염원이다.

-작가노트 중에서





이 작업의 키워드는 총


업과 윤회

업이 소멸되지 않는 이상 윤회는 반복된다는 것


천장

시신을 독수리에게 먹이로 주어, 하늘에 영혼이 닿기를 바라는 장례 풍습


으로 총 두 가지였고,




두 명의 주인공을 토대로 이 두 가지 키워드를 연결해 각각


문 외부의, 신묘한 능력을 가진 두 아이의 구성




문 내부의, 아수라를 거쳐 근원으로 여행하는 과정

으로 구성시킨 작품이다.






재영님의 언어, 여행하는 자아


특히 이 작업을 보면서 생각나고, 재영님도 공감하셨던 부분은,


재영님은 관계에 대한 감정 굴곡이 아닌 결국 개인의 자아에 대한 기승전결이 담긴 이야기를 선호하시고 찾아 나서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는 점이었다.

상당히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으시고, 호기심과 해보고 싶으신 것들도 많았기에,


그게 빛나고, 스러지고, 헤매는 과정 자체를 어떤 여행하는 자아라고 이름 붙여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하는 무언가가 정해지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찾아나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정체성이고, 그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여기에서 출발해보아도 좋지 않을까도 이야기해보았다.


재영님과 유사한 친구가 주변에 있기도 한데,


그도, 재영님도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는 순간 아마 그 정체성과 말들 또한 금방 새로운 기점으로 나아가곤 했다.


오히려 집중점을 찾는 것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또 다른 자유를 선사해주기 때문에 진행하시는 프로젝트들과 연작들 역시 그러한 과정과 확립의 간극에 서서, 어떤 것을 선택하고 향유하게 될지,

그 이야기를 촘촘하게 공유하면서 대화하고 확립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번외,
개별 프로젝트



따라서 따로 진행해보신 프로젝트 중에 탈에 대한 일러스트를 진행하고 계시는 것도 흥미로웠다.


탈은 연극성과 이중성의 상징이기도 하기에, 내면의 감정에 집중하는 재영님이 어떤 생각으로 작업하였을지 궁금해서 수업 중에 어떤 관점으로 진행하고 있는지를 물어보았더니


탈은 각 감정의 격양된 순간을 과장되게 새겨두는데, 그것과 공명하는 이들은 상위의 정신체를 자신의 몸으로 끌어내려서 인간을 초월한 새로운 인격(페르소나)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

감정은 닳고 닳아 우리들의 표정은 하나로 뭉쳐졌다.

지친 웃음.
이 표정 속에 우리는 솔직한 자신을 숨긴다.
탈은 여러 감정과 심리 상태의 미묘한 지점들을 포착하여 단단한 물성에 붙잡아 놓는다.
유독 와닿거나, 불편한 탈이 어쩌면 당신이 필요로 하는 감정상태일지도 모른다.
지금 당신에게 결핍된 것은 무엇인가.

탈을 쓰고 대화를 나눌때 비로소 우리는 솔직해 질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거짓된 모습이라는 사전적 정의의 가면(mask)=탈) 아래 단단히 얼굴과 감정을 속박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와 해방을 느낀다.


라고 답하기도 했다.




재영님은 겪어보지 못한 초현실적인 감각을 등 컷과 화면 연출을 이용한 신선함과 이를 구현시키는 깊이 있는 작화를 지향한다고 했었는데, 탈은 이를 위해, 가장 직관적인 감정의 초현실화를 시킬 수 있는 매개라고도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보아낸 재영님은, 앞으로 마음을 찾아 여행하고 폭을 넓히는 그 자체가 속성이고, 거기에서 수많은 감정을 누리며, 선택으로 인해 더 확실한 자유와 근원의 길로 나아설 수 있다고, 어쩐지 확신이 드는 수강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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