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 작업노트; 백지의 알과 피어나는 여성의 얼굴
Project KYUNG_JONG
Painting Work Notes: Egg of Blank Paper & Woman’s Blooming Face
KYUNG [sunlight - KYUNG], [shadow - YOUNG]
JONG [seed - JONG]
JONG
1. 종자
2. 종류
3. 생물 분류의 가장 기초가 되는 단위. 비슷한 종이 모여서 속을 이루고,
또 종의 상이에 의하여, 아종/변종/품종 등으로 나눔.
1. seed
2. sort
3. basic unit of biological classification.
Similar ‘Jongs(species)’ form a genus,
and different species are divided into subspecies/mutants/breeds.
CONTENTS
백지
Blank Paper
: 전체적인 작품관에 관하여
: Overview of the Work
roots
관념과 실험
ideas and experiments
: 세상의 형태소들이 가지는 유동성을 포착하고, 이를 정갈하게 정리해 나갑니다.
: capturing the fluidity of the world’s morphemes, organizing them neatly
그래픽 노블, 애니메이션
graphic novels, animated film
: 가독성 있게 체계적으로 이야기할 방법을 모색하고 전달합니다.
: searching for ways to tell stories which reads well and systematically organized, then delivering
flowers
회화
painting
: “백지는 차별이 삭제된 공간이기에, 나는 여성 신의 얼굴을 그려넣기 시작했다.”
: “Blank Paper is a space where discrimination is erased; thus, I started drawing the face of a female god.”
Preface
백지는 모든 차별이 삭제된 공간이 아닐까.
Perhaps Blank Paper a space where all discrimination is erased.
나는 종이 위에 씨앗 하나를 심었다.
I planted a seed on a piece of paper.
그리고 씨앗에서 생명이 피어나가기를 기다렸다.
Then waited for life to bloom from the seed.
Egg of Blank Paper
백지; 씨앗, 땅
Blank Paper; seed, soil
Overview of the Work
만약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순간 종이라는 살을 얻어 생명이 태어난다고 전제한다면,
디지털로 태어난 그림은 살 없이 오직 영혼만이 존재하는 상태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또한
빛의 합동은 흰색이지만 색의 합동은 검정이니,
화가가 디지털 파일과 종이 사이를 오가며 작업한다는 것은,
빛의 합동과 색의 합동이 반복하여 환원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 환원 세계의 중간 지점인 하얀 여백을
‘백지의 알‘이라고 부르는데요
백지의 알은 모든 차별과 시간이 삭제된 세계기에, 저는 그 속에 여성 신의 얼굴을 그려 넣기 시작했습니다.
If we could assume: the moment we draw something on a paper, life is born, given flesh as paper,
could a digitally-born painting be something where only the soul exists, without flesh?
Further,
the union of lights is white, whereas the union of colors is black,
so a painter who works between digital files and papers
is the one who repeatedly return from the union of lights and the union of colors.
I call the white space in the middle of the world of reduction as
‘Egg of Blank Paper‘
As Egg of Blank Paper is the world where all discrimination and time is erased,
I started to draw the face of a female god in it.
그렇게 태어난 신체는
백지와 백지 사이에 흐르는 투명한 핏줄을 타고
무형의 땅으로 성의 경계를 흐려져갑니다
누군가의 시선에 오염될 위험 없이 신체를 개방할 자유를 가지게 됩니다.
The body brought into the world as such
flows in the transparent veins between Blank Papers
blurring the boundaries of gender, towards the intangible land.
The body secures the freedom to open itself without the risk of being polluted by others’ gaze.
또한 그림 세계에서 태어난 후 뻗어나가고-덧대어지고-세상에 현현하며
꿈이 지워진 종들의 사념을 번식시키기 위해 새로운 피부를 만들고, 목소리를 만들고, 꿈을 퍼트립니다.
After being born in the world of painting, the body expands – adds – manifests itself in the world
moulding new skins, creating voices, spreading dreams
to breed the thoughts of those species whose dreams have been erased.
저는 그러한 회화 기반의 작품 활동 중 일부를 ‘경종’ 시리즈라 칭하며 뿌리, 줄기, 꽃으로 이어지는 큰 생태로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I call these painting-based works of art as ‘KYUNG JONG’ series,
and have been drawing a large ecology of roots, stems, and flowers.
roots
관념과 실험 : 채집, 양분, 영혼
ideas and experiments : gathering, nourishing, soul
In the territory of roots, I capture the fluidity of the world’s morphemes, organizing them neatly.
Whereabouts of Soul
세계의 형태소가 예술이라는 다른 세계로 편입되는 순간,
그 본질은 뒤바뀐 채 새로운 개념과 얽히기 시작합니다.
저는 그 전환점을 포착해, 원래 형태소가 가진 넋을 그려보고자 합니다.
예컨대,
돌이나 식물에도 영혼이 있을까요?
그렇다면 돌과 식물을 그림으로 그리는 순간, 그림 속의 사물들에는 영혼만 존재하게 될까요?
아니면 영혼 없이 살만 존재하게 될까요?
The moment the world’s morphemes enter the other world of art,
their essence are switched, intertwining with fresh concepts.
I wish to capture the watershed, and draw the soul of the original morphemes.
For instance,
Do stones and plants have souls?
Then, the moment you paint a picture of stones and plants,
would only the soul exist in the objects inside the painting?
Or will there be only flesh without soul?
비자림에는 천 년 가까이 산 천년나무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천년나무 앞에서 모여 소원을 빌고,
근처에는 소원이 깃든 것으로 추정되는 돌탑들이 쌓여 있습니다.
그들이 나무에서 느끼는 신묘한 힘은, 소원을 비는 이들의 마음이 모여서 생겨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There is a thousand-year-old tree in Bijarim.
People gather around the millennium tree, making wishes;
there are stone pagodas piled nearby, believed to embrace the wishes.
The mysterious power people feel from the tree could be seen as stemming from the minds from those who pray.
그를 보고
저는 가장 먼저 물감으로 나무들을 크로키 해보았습니다.
나무가 그림으로 옮겨지는 순간 영혼은 비자림에 남고 형체만 온다고 생각해, 골격이 모두 사라진 살 같은 모습으로 담아내 보았습니다.
그 후, 디지털로 제 태몽을 덧씌우고, 심장을 달아두고, 음향을 작업하였습니다.
After seeing that, I first did croquis of the trees with paint.
I thought the moment the tree is moved to the painting, the soul remains in Bijarim and only the shape comes,
so I tried to portray a flesh-like shape with all the frames (bones) gone.
Later, I digitally overlaid my conception dream, put up a heart, and worked on sounds.
넋 없이 신체만 있던 나무에 이제 디지털로 관측할 수있는 넋이 생긴 셈인데요,
이다음에는 영혼이 부재한 그림에 소원과 넋을 깃들게 할 수 있는 무형이 힘이 필요합니다.
천년나무처럼요.
The tree, which only had body without soul, now has soul which could be digitally observed.
Next, the intangible power is needed to make wishes and souls dwell in the painting.
As in the millennium tree.
Digital Stone Pagoda Project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 디지털 돌탑 프로젝트입니다.
This is how I started the Digital Stone Pagoda Project.
돌을 쌓으며 기도를 하는 순간 어떤 의미가 생겨날까요?
손으로 돌을 움켜쥐고, 기도하고, 무너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돌 위에 돌을 쌓는 행위.
그렇다면 돌들은 기도를 담는 육체가 된 것이고, 기도는 돌의 영혼이라 불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 영혼들만 층층이 쌓기 위해서는, 이 기도를 어떤 방식으로 물질에서 비물질로 전환시켜야 할까요.
그런 의문을 품으며 진행한 첫 번째 프로젝트 [디지털 돌탑 프로젝트]는
자연에서 가져온 돌로 비자림 크로키 밑에 재단을 만들어 관객의 소원을 모은 후,
When we pile up stones and make wishes, what meanings would arise?
The act of holding a stone, praying, and carefully stacking up stone by stone not to fall.
If so, the stones would become bodies embracing the wishes,
and the wishes could be called as souls of stones.
In order to pile up those souls in layers,
how should this prayer be switched from material to non-material?
The first project [Digital Stone Pagoda Project] was undertaken with such question in mind;
after collecting wishes of participants by forming a stone altar beneath Bijarim croquis,
실제 돌 [육신]은 만물 속으로 돌려보내고,
소원 [영혼]은 디지털 관념 상태로 층층이 쌓아 올렸습니다.
I returned the stones [bodies] back to nature,
and piled up wishes [the souls] in a form of digital concept, layer by layer.
[Summer Digital Stone Pagoda]
link
[Winter Digital Stone Pagoda]
link
이제 소원의 넋들은 관념화된 천년나무 곁을 맴돌며
실제 천년나무와 그를 지탱하는 소원들처럼 상호보완적인 상징을 가진 채,
실재하는 영혼의 행방을 가시화시키게 되었습니다.
Now the souls of wishes could circle around the conceptual millennium tree
embracing complementary symbols just like the real millennium tree and its supporting wishes,
so the whereabouts of real souls are made visible.
stems and branches
뿌리와 꽃을 잇는 신체 : 그래픽 노블, 애니메이션
the body connecting roots and flowers : graphic novels, animated film
In the territory of stems and branches, I search for ways to tell stories inside Project ‘KYUNG JONG’ which reads well and systematically organized, then deliver them.
Things Lost from Dreams
그를 위한 첫 번째 프로젝트가 ‘꿈의 유실물’입니다.
뿌리 영역에서 소화된 세상의 소망들을 정리해,
귀신이 된 딸들이 어머니 신의 홍채 속에 집을 짓고 이동하도록 했습니다.
Animation link
해당 내용을 자세히 다룬 ‘경종’ 신화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현재 재작업 중에 있으며,
현재 공개작은 오프닝 애니메이션,
The first project is ‘Things Lost from Dreams.’
Organizing the wishes absorbed from the territory of roots,
I made the ghost daughters build a house in the iris of the Mother God, then move.
The 1st detailed episode of the ‘KYUNG JONG’ myth is currently being reworked,
At present is the opening animated film,
그리고 홍채 속 집에 묵는 딸들의 소망들은 현재
And the wishes of the daughter staying in the iris are now
산호의 백화현상에 관한 동화,
산호인어
A fairy tale about coral bleaching,
Coral Mermaid
[Tumblbug Introduction of Coral Mermaid]
link
[where to buy Coral Mermaid]
link
소원을 비는 AI에 관한 이야기인
‘기도하는 로봇’
story about an AI who makes wishes
‘Praying Robot’
소외 가정에서 자란 아이의 결핍에 관한 이야기인
‘DNA’
story about a child raised from marginalized family
‘DNA’
난민 아동에 관한 이야기인
‘심장 속의 집’
story about a refugee child
‘House in the Heart’
성소수자 커플이 함께하는 여생에 대해 생각하며 그린 이야기인
‘유령꽃’
story about an LGBTQ+ couple living the rest of their lives together
‘Ghost Flower’
으로 총 네 가지의 소망을 담은 그래픽 노블
꿈의 유실물
Total four wishes embraced in the graphic novel Things Lost from Dreams
[Tumblbug Introduction of Things Lost from Dreams]
link
[where to buy Things Lost from Dreams]
link
이렇게
동화 한 권과 그래픽 노블 한 권,
총 두 권으로, 다섯 개의 이야기가 소개됐습니다.
Thus,
I have published one fairy tale book and one graphic novel,
a total of five stories.
또한 해당 줄기 파트의 이야기들이 어머니의 신체 속에서 발화되는 기억임을 알리며,
그 신체가 어떤 구조로 형성되어 있는지 알리는 ‘꿈의 설계도’
Further stating that these stories from stem territory are memories vocalized through Mother’s body,
‘Dream Blueprint’ informs the structure of the body
그리고 한 가정 속 여성들의 기억 줄기를 그린 그래픽 노블 ‘6년’[가제]
And another graphic novel ‘6 Years’ depicting the memories of women in one family
이렇게 총 두 권이 제작 예정되어있습니다.
A total of two volumes are planned for publication.
꿈의 유실물에서는 제가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가닿기 쉬운 매체들[: 그래픽 노블, 동화, 애니메이션]을 통해 소외된 종들의 소원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부디 여러분들이 채집된 꿈들을
심은 뿌리에서부터 시작되어, 새로운 세계로 뻗어나고자 하는 약속과 초대처럼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In Things Lost from Dreams, I aim to show wishes of marginalized species through the most accessible mediums[: graphic novel, fairy tale, animated film].
I sincerely hope you read it as a promise and an invitation, stemming from the roots where collected dreams are planted, expanding into new world.
flowers
회화; 가지 위에서 꽃피어나 세계로 퍼져나가는 얼굴들
painting; faces blooming on branches, spreading to the world
백지는 차별이 삭제된 공간이기에, 나는 여성 신의 얼굴을 그려 넣기 시작했다.
“Blank Paper is a space where discrimination is erased; thus, I started drawing the face of a female god.”
KYUNG JONG : faces of gods
사람의 신체가 사회와 개인의 연결을 위한 중립 지대이듯,
백지 또한 사회와 화가의 생각을 잇는 중립 지대입니다.
Just as a human body is a neutral ground connecting society and individual,
Blank Paper is also a neutral territory, connecting society and artist’s thoughts.
다만 백지는 사회와도, 화가와도 독립된 세계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하나의 생명처럼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백지는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도, 과학도, 종교도 깃들 수 있는 동시에 신이 될 수도 있고, 지금 나의 곁에서 숨 쉬는 인간보다 더 인간다워질 수 있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백지 안에는 화가가 감각할 수 있는 세계 내 형태소만큼의 가능성이 존재하고,
어떤 화가가 그중 몇 가지를 조합하여 숨을 불어넣는 순간, 세계의 형태소들은 현실에서 분리된 개별자가 되어 백지 안에서 재구성되고, 새 생명을 가지게 됩니다.
Only, Blank Paper is different in that it is a territory both independent of society and the artist, functioning as unique life itself.
Because Blank Paper could turn into anything.
It could embrace politics, science, religion, even god; moreover, it could become more human than the people breathing next to you.
Therefore, Blank Paper embodies morphemes in the world as much as the artist could sense;
When the artist blends some of them and breathe into it, morphemes of the world become individuals separated from reality, reconstructed within Blank Paper, bearing new life.
그리고 화가가 마침내 손을 떼고 세상으로 다시 흘려보내면, 회화는 자신만의 힘으로 세계를 떠돌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디지털 원본 파일을 일종의 영혼/관념처럼 생각하고, 종이라는 피부 위에 출력된 이미지에 그 영혼을 덧씌워냅니다.
즉, 복제와 오리지날리티의 경계를 무형화시키는 작업.
무한 복제되는 원본[SNS에서 퍼져나가는 디지털 파일]과 복제 불가능한 복제품[프린팅 후 리터칭되는 회화]들을 생산해 나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Then, when the artist finally lets it flow back into the world, the painting begins to wander the world on its own.
In this process, I deem the original digital file as one kind of soul/idea; I overlay the soul on the printed image attached to the skin, the paper.
Thus, this is the work of immaterializing the boundaries between duplication and originality.
I have been recording the process of producing infinitely copied original painting[digital files spreading through social media] and non-replicable replica[retouched paintings after printing out].
그 결실은 결국 회화로, 미술로 꽃피워집니다.
The fruit eventually blooms into painting and art.
이로 말하고 싶은 바는 명료합니다.
What I would like to say is clear.
한철 피었다 지는 꽃이라도 그 주체가 영원히 운동하는 나무에 있다면 죽음이라 부를 수 없습니다.
Even a flower which blooms and withers one season should not be named death, as long as the subject is an infinitely growing tree.
경종 시리즈의 핵심인 회화 파트에서는,
이렇듯 관념과 육신이 서로를 입었다 벗기를 반복하는 유기적인 이미지 운동을 통해
더 이상 누군가가 다치지 않는 방식으로 재생산 활동을 재현하려고 합니다.
이는 판화 방식과 유사한데, 판화와 달리 디지털 파일은 시간이 지나며 원본 또한 무한히 디벨롭될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다양한 생산/재생산에 자유롭습니다.
애니메이션이건, 디지털 일러스트건, 리터칭된 회화건… 얼마든지 형태를 바꿔 몇 번이고 반복해서 태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In the painting part, which is the core of KYUNG JONG series,
I wish to recreate reproductive activities which harms no one,
through these systematic image movements of ideas and flesh, putting on and taking off each other.
This is similar to printmaking method; however, unlike printmaking, digital files are much more free to produce/reproduce since the original could also be developed infinitely over time.
Whether it is animated film, digital illustration, or retouched painting… anything could change its form as many times as it wishes, earning life again and again.
그 통로가 되는 신의 얼굴들은 크게는 인간이 가한 영향력을 상징하는 역병의 신
The faces of the gods who became the passage are largely the God of Plague, symbolizing the human influence
자연의 힘을 상징하는 전염의 신으로 시작하여
Starting from God of Contagion, symbolizing the power of nature,
계속해서 변화하며 보이지 않는 핏줄로 이어진 연대와 연결망을 형성하고자 합니다.
I wish to form an ever-changing network of solidarity and connections linked through invisible veins.
‘These work notes will be developed through numerous exhibitions and publications.’
한/영 번역: 최리외
translator: Rieux Choi
교정/교열: 반재윤
Editor: Jaeyoon B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