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소설을 쓰며 느끼는 점
“저는 성인기의 대부분을 ‘글을 다듬는 사람, 즉 Wordsmith’ 으로 살았습니다. ..기록하다보면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세세한 내용들이 떠오르거나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놀라운 통찰이 생기는 경우를 자주 경험하였습니다. ”
(프랭크 커닝햄, ‘나이듦의 품격’ 중)
브런치 작가 신청
떨리는 마음으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고 신청에 통과가 되고 글을 연재하는 느낌은 내가 다시는 느낄 수 없는 정말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환경에서 살았는지는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글로만 소통하고 받아들여지는 느낌이라는 정말 새로운 느낌이었다.
한 번 브런치 작가 신청에서 탈락하면서 느낀 것은 결국 아무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두번째 작가 신청에서는 습작해두었던 글 세 가지를 올렸는데 통과가 되었다.
브런치에서 이 습작 노트를 바탕으로 자전적 소설을 쓰기로 하고 2008년에 써두었던 글들이 담겨있는 습작노트 폴더를 열어서 읽는 일은 정말 새로운 일이었다. 읽어가면서 필요한 부분들은 다시 쓰고 수정이 필요한 부분들은 연재하는 글에 넣도록 다듬는 일을 시작했다.
여러 명의 나와 조우하다
글을 다듬으면서 하게 되는 경험들은 특별했다. 지금도 연재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이 경험들은 진행중이다(언젠가는 끝이 나겠지만).
나의 기억과, 습작노트와 지금의 나 자신이 끊임없이 대화를 하고 있다. 인천의 곳곳에 대한 기억과 나 자신의 어린 시절에 묻혀있던 기억들, 그리고 습작 노트에 글을 쓰던 16년 전의 나와 조우하는 일까지. 16년 전 당시의 내가 써두었던 글을 보면서 의외의 모습에 놀란다. 이런 생각을 했구나. 이런 면이 있었구나.
같은 한 사람이지만 다른 시기를 살아내고 있는 어린시절의 나, 젊은 시절의 나 그리고 현재의 나.
이 이야기를 쓰면서 내 내면이 어떠한 서사를 통해 어른이 되어갔구나를 좀 더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