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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내 Jul 05. 2024

나이트 근무였습니다만...

참을 수 없는 졸음의 무거움

 나는 잠자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살면서 한 번도 불면이란 것을 경험해 본 적이 거의 없다. 머리만 대면 어디서든 잘 자고 주위 환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쿨쿨 잘 잔다. 그렇다고 해서 잠이 너무 많아 아침에 일어나기를 힘들어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언제든 잘 자고 잘 일어나는, 잠에 있어서는 신의 축복을 듬뿍 받은 사람이다.

 

 그런 내가 간호사가 되어 나이트 근무를 하게 되었다. 잠은 언제나 잘 자는 편이기 때문에 낮과 밤이 바뀌어 잠드는 게 힘들거나 하지는 않다. 이건 정말 더 축복받은 일이다. 하지만 밤샘 근무 후에 졸린 것은 어쩔 수 없다. 종종 환자들은 나이트 근무를 하다가 간호사들이 잠을 자는 줄 아는데 그건 크나큰 오해다. 자고 싶어도 잘 시간이 없고 나이트 근무는 조용하지만 9시간의 근무동안 바쁘게 움직인다.


 나이트 근무의 피크는 새벽 4시~5시 사이부터 환자들 혈압, 체온 등을 재고 I/O 확인(섭취량, 배설량 확인), 각종 혈액, 혈당 검사를 위해 라운딩을 도는 시간이다. 밤을 꼴딱 새우고 가장 졸릴만한 시간에 몸을 움직여 밤 사이 환자들의 건강상태를 살피고 요구사항을 해결해 주어야 하는 것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지치고 힘든 일이다. '퇴근'이라는 것 하나만 생각하며 그 시간을 버티어 낸다.

 라운딩을 돌고 나면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출근하는 의사에게 보고할 내용들을 정리하고 그때부터 의사의 추가 지시사항을 받아야 하는데... 졸리고 지친 와중에 몸을 움직이다 와서 앉아있으려니 더욱 졸리고 비몽사몽 상태에서 전산을 확인하여 정리하고 최대한 해결할 것들을 해결한 후 다음 근무자들에게 인수인계를 넘기고 터덜터덜 퇴근을 한다.


 모든 환자들이 아프지도 않고 별일 없는 나이트면 그나마 나은데 한 명이라도 컨디션이 안 좋은 환자가 있으면 진짜 그날은 더욱더 힘든 나이트 근무가 된다. 마구마구 일 하다 보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시간은 흘러가고 인수인계 시간이 다가오는 날이 많다.


 나는 나이트 근무날에는 차를 가져가지 않는다. 퇴근 시간(다른 이들에게는 출근 시간)에 차도 밀리고 졸음운전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운전하는 것은 사고를 부르는 길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병원에서부터 지하철로 40-50분 정도 걸리는데 지하철 탑승 후 자리에 앉지 못할 경우 손잡이를 잡고 졸았던 적도 있고 그렇게 졸다가 넘어질 뻔 한적도 허다하다. 다행히 자리에 앉으면 그때부터 상모 돌리듯 고개를 열심히 돌리며 쿨쿨 잔다. 그렇게 자다 보면 옆 사람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일도 많은데 엊그제 근무 끝나고는 어떤 아저씨가 화를 냈다. 잠결에 죄송하다고 하긴 했는데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그럴 때는 내 등판에 "나이트 근무로 밤을 꼴딱 새운 간호사입니다."라고 써붙이고 싶기도 하다.



 남들은 아침부터 쿨쿨 자는 나를 보며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전날 술 마시고 밤샌 게 아니라 생과 사의 경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과 함께 밤을 지새운 간호사임을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졸고 내릴 때가 되어 일어나면 목도 뻐근, 어깨도 뻐근하다. 다음 나이트 근무 때는 편안한 목베개라도 준비해볼까 싶다.



*커버스토리 그림, 본문 그림은 https://www.bing.com/images/create 를 이용해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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