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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우 Oct 25. 2022

오늘부터 감사일기

첫날의 일기는 마음속으로

감사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 먹은 날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김이 샜다는 거지 감사일기를 안 쓰겠다는 건 아니어서 마음 속에 내내 남아 있었다. 다만 하고자 하면 이면지에라도 쓰면 될 일을 이 기회를 빌어 어떻게든 예쁜 노트를 하나 마련하겠다는, 그러니까 돈을 좀 쓰고 싶은 기분을 그동안 누르고 있었다. 볼펜, 공책, 메모지 등 한창 공부하는 학생 때도 이렇게까지 욕심이 있었나 싶게 귀여운 거 이쁜 거 보면 사고 싶어진다. 아마 값이 만만하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아니 내가 이천 원짜리 수첩도 하나 못 사냐! 하지만 다 쓰지도 않을 거 다 쓰지도 못할 거 자꾸 사쟁이는 게 문제라는 걸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지.. 하지만



오늘 글의 주제는 그것이 아니오라, 오늘 아침 알람소리를 듣긴 들었는데 눈을 뜨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잠자리에 늦게 든 탓에다가 화장실 간다고 몇 번 깨기도 했고, 아니 잠자리에 늦게 들어놓고는 세상 좋을 거 없다는 잠자리에서 핸드폰 보기도 오랫동안 하다 잠이 들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일어나기가 고역이었지만 지금 떨치고 일어서지 않으면 아이들 등교에도 지장이 생겨(그렇다 나는 우리집에서 제일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다. 출근하는 사람 빼고. 그 출근하는 사람은 오늘까지 제주도에 있으므로 오늘은 내가 우리집 1등 기상) 억지로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재빨리



허리를 세우고 바르게 앉아 힘들었지만 잘 일어나게 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를 시작으로 중복은 있을지언정 한 열 개 정도 감사할 거리를 주섬주섬 빠르게 찾아 마음 속에 떠올렸다. 아이들이 간밤에 잘 자게 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지금 일어났는데 딱히 아픈 데가 없어서 감사합니다, 오늘 날씨도 맑은 것 같아 감사합니다 등등.. 내가 이걸 왜 하지? 란 생각도 없이 그냥 해 봤다. 그래 꼭 삼십 분 먼저 일어나 공책에 어여쁘게 쓰는 것만이 다는 아니다. 일전에 유튜브에서 거북목 펴주는 자세라고 해서 본 가벼운 스트레칭 자세를 해 가며 감사할 거리를 찾으니 잠도 더 빨리 깨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오늘부로 감사일기는 시작되었다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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