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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우 Oct 27. 2022

소풍날엔 삼시세끼가 김밥

내 한 몸 불살라 세 끼가 해결된다면야

지난주 목요일에는 작은 아이가 현장체험학습을 갔고, 오늘 목요일은 큰 아이가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날이다. 무슨 소린고 하니, 지난주 목요일에 이어 오늘도 나는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김밥을 쌌다는 소리다. 시금치니 당근이니 우엉이니 이거저거 넣으면 맛도 좋고 몸에도 좋겠지만 아침 일찍 싼 김밥이 점심까지 쉬지 않고 온전하게 있기 위해서란 핑계로, 소원 수리 하듯 아이들이 원하는 재료로만 속을 채웠다. 가짓수가 많지도 않으니 밥이 되는 30분이면 재료 준비도 금방이고 돌돌 마는 것도 역시 금방이다. 지난 주 목요일에 작은 아이는 아침, 점심, 저녁을 다 김밥을 먹었는데 오늘 큰 아이가 그렇게 세 끼를 김밥으로 채우게 되었다. 남편이랑 나랑은 아침을 안 먹으니 최소 두 끼인데 그나마 남편은 점심도 회사에서 먹으니 저녁 때 아니면 김밥은 냄새만 맡고 끝나게 생겨 저녁에도 돌돌말이 김밥이 메뉴가 될 예정이다. 기왕 기분 내는 거, 그리고 세 끼 연속 김밥을 먹게 생긴 각 주의 주인공들을 위해 라면도 함께다. '세 끼 연속 김밥'이란 표현은 남편과 나에게는 좋은 뜻인데, 지난주에 작은 아이에게 너는 오늘 하루 세 끼를 다 김밥으로 먹는 구나 라고 말했더니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라면이랑 같이 줬잖니? 라떼 이야기가 빠질 수 없어 남편과 나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는 현장체험학습이 아니라 소풍을 갔다, 산, 공원, 바닷가 이런 곳엘 갔다, 가방에 김밥에 봉지 과자 세 개 네 개 가득 채워서 갔다, 보물 찾기도 하고 수건 돌리기도 하며 정말 놀기만 하고 왔다 등등 자랑삼아 이야기했는데 아이들은 질세라 자기들은 현장체험학습을 가면 체험도 하고 배워오는 것도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렇지.. 누가 아니래니.. 소풍이든 체험학습이든 학교에서 공부 안 하고 도시락 먹고 과자 먹고 친구들과 마냥 웃다 오는 건데 이름이 뭐라고 붙든 좋은 게 당연하지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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