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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우 Dec 25. 2022

내 마음이 닿기를

크리스마스에는 행복을

아무리 생각해도 산타가 집에 어떻게 들어오는 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도 나한테 딱히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전 세계 어린이에게 동시에 어떻게 선물을 주는 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편지는 정성스럽게 적는다. 산타 존재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하면서도 일찍 자야 산타 할아버지가 온다면서 자러 들어간다.



모순이다...



그래도 그 마음 알 것 같아 나는 별 말을 하지 않았다. 하긴 나에게 설명을 요구하지도 않았다니까.. 다만 올해는 날이 다가오도록 별 말이 없기에 내심 스스로 현실을 알았나? 하고 넘겨짚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진실을 알았니? 하고 나 역시 소리내어 묻지는 않았다. 아니 물을 수 없었다.



이렇게 날이 다 되어서 열심히 정성스럽게 편지를 쓰고 있으니 난감이로소이다.. 편지는 몰래 뜯어보기도 힘들게 봉해놓았으니 나는 열심히 저들 하는 말에 귀동냥을 하고 무심한 듯 떠 보기도 해 가며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어린이 한 명이 원하는 선물은 다이소에 있단다. 다른 어린이 한 명이 원하는 선물은 네이버 스토어에 있단다. 어떻게 이렇게 구체적이지? 검색을 했나? 하지만 계속 하는 말을 들어보니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에서 만든 굿즈인데 홍보를 한 모양으로 금액까지는 알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래, 뒤늦게라도 받으면 좋겠지 싶어 주문을 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 금액 때문에 망설이다 결국 안 사기로 했다. 그러면 자동적으로 다이소에 있을 그 물건도 어린이에게 닿지는 못하게 생겼지?



나는 좀 난감했다. 남편은, 아이들에게 용돈을 좀 주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우리 마음대로 산 물건이 아이들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는데 차라리 용돈을 주면 원하는 걸 살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나는 말했다. 그건 문제가 아니야. 용돈을 주든, 다이소나 마트에 데리고 가서 골라보라고 하든, 맛있는 걸 같이 먹든 그것은 아무런 문제도 아니야. 문제는 크리스마스 아침에 아이들이 실망을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그거야. 나는 그게 걱정이야.



그러나 그것은 나만의 걱정인걸로...



하여 나는 아이들이 산타를 기다리며 일찍 자러 들어간 걸 확인한 후 산타에 빙의가 되어 편지를 썼다. 원하는 선물이 없으면 실망할텐데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이 휑 하니 있으면 더 슬플 것 같아 아까 마카롱도 색 예쁜 걸로 몇 개 사두었다. 편지에는 원하는 선물을 못 주어서 미안하다 대신 마카롱을 준비했다 건강하고 예쁘게 자란 모습이 보기 좋다 라는 말을 네이버에게 부탁해 영어로 적었다. 당연히 해석을 못할 테지만 문장을 고르고 골라 정성스럽게 타자로 쳐서 프린트 해서 펜으로 겹쳐서 썼다.



하면서도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 남편은 왜 이 사태에 둔감한 것인가. 아이들이 실망할텐데 라고 말해도 어쩔 수 없단다. 아이들이 설레어하며 편지를 준비하고 색종이로 작은 트리를 열심히 꾸미는 과정을 나는 다 지켜보았다. 귀로 들었다. 설거지를 하고 집안일을 하는 내내 들리고 보였기 때문이다. 그걸 알아서 마냥 외면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는 게 사실이어도 말이다. 내 어줍잖은 솜씨로 준비한 산타의 편지와 마카롱이 외면을 받게 될 지라도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 싶었다.



이젠 내 손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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