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카 Jul 07. 2023

무게균형



이틀에 한 번은

20리터 종량제봉투 가득 장을 봐서

왼손으로, 다시 오른손으로 들길 반복하며 

집을 향해 걷는다.


보따리 쥔 손에

종아리를 그은 빨간 회초리 자국처럼 

골이 선명할 즈음

이심전심의 마음으로 

짝지 손이 마중 나가

잠시라도 무게 부담을 대신한다.


평소와 다르게

두 손 무겁게 장을 본 날,

견디다 못해 길 한복판에

짐을 내리고 손바닥을 노려본다.

양손을 모두 붉게 물들인

선명한 선들을 보며 생각한다.


두 손 모두 과한 짐을 지니

무게를 덜 수도

덜어줄 수도 없구나.

그래,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손이 더는 없구나.


문득

우리가 나눠지는

무게 균형은 어떨까.

우리는 가끔이라도

스스로 진 무게를 비우고

서로를 마중하고 있는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