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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경 May 01. 2024

아기와 여행, 호? 불호?

해외여행하면서 육아하기 vs 어린이집 보내면서 집에서만 육아하기

아기와 떠나는 여행은 엄마로서 조금 부담스럽고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집처럼 육아템과 장비들이 갖춰진 것도 아니고 위험 요소는 없는지, 무엇을 먹일지, 아프면 어떻게 할지 등 순간순간 대처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순간순간 급변하는 상황에서 육아를 해야 하는 것은 ‘나’이기 때문에 그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육아템이 갖춰지지 않는 상황에서의 육아는 보통 육체를 더 갈아 넣는 방향으로 이뤄지는데 그 갈아 넣어 짐의 주체는 거의 나이다^^


그래서 항상 아기랑 떠나는 여행은 걱정이 한가득이다.


4월 속초로 아기와 함께 갔던 여행. 숙소에 사슴 농장이 있었다.




얼마 전 내가 팔로우하는 한 인스타툰 작가도 아이와 해외 여행하면서 육아하기 vs 집에 있지만 어린이집 보내면서 육아하기라는 어려운 밸런스 게임을 제시했다.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고민할 만한 밸러스 게임이었다.


해외여행을 가면 새로운 경험도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을 수 있고 특히 호텔에서 묵는다면 엄마들의 경우 각종 집안일에서도 해방될 수 있다. 밥 차리기와 청소가 빠진, 그러나 육아 환경이 세팅되지 않은 곳에서 육아를 할 것이냐, 밥을 차려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지만 어린이집도 보낼 수 있는 집에서 육아를 할 것이냐.


댓글을 보기 전 나는 당연히 어린이집 찬스(?)를 쓸 수 있는 집에서의 육아가 더 많은 선택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내 생각보다 여행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캐릭터임을 감안해야 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집안일을 안 하는 것을 메리트로 꼽았다.


여하튼 이 정도 밸런스 게임이 만들어지고 논쟁이 될 정도로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꽤나 힘든 일이다.





한편 어른도 그렇지만 여행을 다녀오면 아기가 한 뼘 성장한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특히 아기의 성장은 어른의 성장과는 다르게 너무나 눈에 보이는 일이다. 그렇기에 고생을 하더라도 여행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 아기와 여행을 가본 적은 손에 꼽지만 5개월 차에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도 그렇고, 11개월에 속초여행을 갔을 때도 아기는 확실하게 성장했다.


5개월 차 제주도에 갔을 때, 사실 굉장히 속이 상하는 일이 있었다. 아이가 숙소의 낮은 소파에서 낙상을 당한 일이었다. 아주 다행히 소파의 높이가 어른의 무릎 아래로 오는, 낮은 소파였다. 그럼에도 아기가 어딘가에서 떨어지는 일이 처음이었기에 나는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자마자 소아과에 가기도 했었다.


아이의 낙상을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 당시 아기가 목을 잘 가누기는 했지만 뒤집으면서 이동까지는 못하는 정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도 여행에서 아기는 훌쩍 커버렸고 갑자기 뒤집기를 하면서 뒹구르면서 이동하는 스킬까지 갖추게 되었다. 그래서 소파에 아기와 함께 있다가 잠깐 남편과 대화를 하는 도중 아기가 굴러 떨어져 버린 것이었다. 다행히 어느 곳도 다치지 않았지만 당시엔 정말 크게 놀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여행을 간 하루 이틀 사이에 급격하게 성장한 탓도 있는 듯하다.




11개월 여행 때에도 확실하게 아기의 성장이 보였다. 돌이 지난 지금은 누군가의 손을 잡지 않고도 5~6걸음 걸을 수 있는 상태가 됐지만, 11개월 무렵엔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 여행을 가서는 손을 떼고, 가구를 짚지 않고도 한두 발자국을 걸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내 금방 주저앉았지만 “이제는 기지 않고 걸어서 이동하고 싶어”라고 생각하는 아기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였다. 걷고 싶다는 의지가 보인 것이다.


여행 이후 아기는 계속 엉덩방아를 찧긴 하지만 걸음을 걸으려고 했고 이제는 5~6걸음 정도는 걸을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어쭈구리 미끄럼틀도 탄다.





물론 아기들은 워낙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아기의 성장이 꼭 여행을 가서가 아니라, 그저 시간이 흘러서 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행을 간 며칠 사이, 서서히 성장하고 있던 것들이 포텐이 터진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어른들의 성장은 눈에 잘 안 보여서 그렇지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렇게 여행을 좋아하는 것일 테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나 자기 단련의 공통점은 어쩌면 하나다. 힘든 일을 먼저 하라. 힘든 일을 하면 성장한다는 공식. 그렇기에 애증의 여행을 또 계획하는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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