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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경 May 27. 2024

대치동 학원 정보는 저출생에 영향을 미치나

과열된 교육 현장 정보를 흥밋거리로 다루는 유튜브, 어떻게 봐야 하나

나는 남편과 유튜브를 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편인데, 각자 보는 유튜브의 종류가 다르므로 다양한 채널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남편이 소개해준 유튜브는 방송인이자 모델인 이현이가 진행하는 '매진임박'이라는 유튜브이다.


여러 동네의 엄마들을 만나면서 육아와 교육, 미용 등 엄마들의 관심 주제를 이야기하는 유튜브인데 정말 동네 엄마들이 모여서 하는 이야기를 옮겨놓은 것 같다. 이 영상과 이영상에 따라오는 현상들이 모두 흥미로웠다.


https://www.youtube.com/watch?v=DKAJYmh5db0


이 유튜브의 콘텐츠 중 가장 인기가 있고 논란도 된 것 같은 '대치맘' 편을 시청했다. 예상대로 어떤 학원을 보내느냐, 얼마나 빡세게 아이를 교육시키느냐가 드러났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대치동 키즈로 자란 엄마 -대치동 키즈로 자라 피부과 원장이 된 사례-의 경우와 그 옆에 앉아있는 분 모두 집 안의 아이 방문을 뗐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어 방에 틀여 박혀 공부를 안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게다가 방문을 뗄 수 없는 시기가 되기 전, 초등학생이었을 때 방문을 떼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나아가 이 동네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했다.


꼭 대치동 맘이 아니어도 많은 학부모들이 고민하는 주제인 영어 유치원에 대해서도 나왔다. 이 영상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꼭 영어 유치원을 보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었다. 그러나 영상에 나온 3명 모두 영어 유치원을 보내본 적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중 한 명은 학습식 영유를 보내다가 아이가 번아웃이 와서 놀이식 영유로 바꾸었다고 밝히고 있다. 게다가 학습식 영유에서 놀이식 영유로 바꾸었더니 아이가 엄마에게 '구해줘서 고마워'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마 이 콘텐츠를 본 사람들이 모두 흥미와 충격 모두를 느꼈을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상에서 황소라든가 피아이, 렉스킴, CMS, 필즈 더클래식 등 대치동 학원의 이름이 실제로 거론되고 이른바 '대치동 로드맵' 사진이 뜨면서 흥미와 동시에 논란이 일 것이라는 예상이 들었다.


아이 고문하는 것이다, 이런 콘텐츠가 저출생의 이유라는 반응

VS

볼 사람은 유용하게 본다, 필요 없으면 안 보면 된다는 반응


나 역시 대치동 로드맵 사진을 인스타그램에서 본 적이 있었다. 이런 정보를 올리면 항상 댓글창은 논란이 일어난다. 아이 학대하는 거냐부터 시작해서 이래서 저출생 나라인 거 모르냐는 비판이 많다.


중도(?)적 입장으로는 이런 정보는 이런 걸 따라갈 수 있는 아기는 1% 정도에만 유효하다는 반응이 있다. 혹은 가성비 안 좋은 공부방법이다라는 반응도 있다.  


반대로 '나는 이런 정보 좋은데? 정리해 줘서 좋은데?'라는 반응도 있다. '정보를 듣고 아이에게 맞는 걸 선택하면 되지 왜 이런 정보를 올리는 것도 못하게 하냐, 필요한 사람은 보고 싫은 사람은 안 보면 된다'는 반박. 항상 비슷한 골자의 싸움이긴 하다. 꼭 이 유튜브 반응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고 대치동 정보나 교육에 대한 정보에는 항상 붙는 논쟁들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또 이현이 유튜브에서 나왔던 대치동 로드맵은 이 사진이다.



역시 이 영상의 댓글에도 똑같은 논란과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현이라는 사람이 어쨌든 공공에게 영향력을 조금 더 미칠 수 있는 연예인의 신분이다 보니 제작진 역시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 영상을 보고, 또 이영상에 따라오는 논쟁들을 보고, 사실 나는 이런 정보를 접하는 것을 흥미로워하는 류이고, 이 부분에 대해 나름 나의 의견을 정리했기 때문에 그러한 관점에서는 유용하게 봤다고 말할 수 있다.


대치동에 대한 정보나 아이 교육 과열에 대한 정보나 뉴스를 보고 이런 건 내보낼 가치가 없다, 저출생의 이유라는 의견에 대해 나의 생각을 풀어보겠다.


우선은 이런 정보를 특정한 채널에서 다루지 않는다고 해서 이런 세상이 없는 것은 아니며 내가 반대하는 세상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자본주의에 살고 싶어서 자본주의에 사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냥 자본주의라는 세상에 던져진 것이고 치열한 세상은 이미 존재하고 있다. AI에 대한 세상도 마찬가지다. 인간보다 AI가 발전한 세상,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세상을 내가, 많은 이들이 원하지 않더라도 그런 세상은 이미 오고 있고 온다. 그런 정보를 접하기 싫다고 해도 그런 세상이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분명히 이런 정보를 원하는 사람도 있기에 공급이 사라지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비판도 하지 말자는 건 아니다. 당연히 비판할 수 있다. 다만 비판은 비판대로 하되 이 현상을 막을 수 없다는 것도 인식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채널에서 다루지 않는다고 해서 이 정보는 계속 나오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사실 이런 정도의 정보는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검색어 하나면 금방 볼 수 있다.


또한 이런 정보를 원하는 소비자층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SNS든 유튜브든 블로그든 나아가 뉴스든 막을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


비판적인 인식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동시에 이 막을 수 없는 정보들을 나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특히 공급자가 아니라 소비자라면 더더욱.


혐오 표현을 지적하면서  오히려 유행시키는 뉴스의 문제


한발 더 나아가 '이런 정보를 검색해서 보고 싶은 사람만 보는 게 아니라 공중에 뿌리는 것이 문제다'라고 주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개근 거지'라는 단어가 뉴스로 나왔을 때 그런 비판이 있었다. 실제로 저런 혐오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는데, 뉴스를 통해 '이런 혐오 표현이 유행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오히려 저런 혐오 표현이 또 한 번 유행이 된다는 지적이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뉴스가 아무리 '개근 거지'에 대해 비판하는 뉘앙스를 띄고 있어도 뉴스가 나온 이상 그 표현은 더 널리 퍼지면서 유행이 된다. 뉴스의 딜레마다.


그러나  뉴스에 대한 비판을 꽤 오래 해본 사람으로서, 아무리 막아도 풍선효과처럼 어떤 다른 곳에서 튀어나온다. 아무리 하지 말자고 해도 어딘가에서는 꼭 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어차피 말해봤자 안된다'라면서 '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그만하자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비판하고 싶은 사람은 비판하는 게 맞다. 하지 말자는 비평도 필요하다. 특히 비평지는 그런 역할을 하라고 있는 것이니 쓰긴 써야 한다. 특히 뉴스 공급자들이 많이 읽는 뉴스 비평지는 이런 비판을 해야하긴 한다. 만약 내가 일을 하고 있었다면 그런 시각의 비평 기사를 썼을 수도 있다.  


비판은 리터러시의 시작일 뿐


그런데 그 비판이 공급자끼리가 아닌 소비자에게 그렇게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뉴스나 영상 소비자의 입장만 생각하면 차라리 이런 정보가 나왔을 때 더 중요한 것은 나는 그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내 상황 -혹은 우리 아기의 기질이나 상황-에는 이 정보가 유효한가? 필요한가?를 따져보는 리터러시를 배우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에겐 유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비판적 의식도 리터러시의 일부이긴 하다. 그러나 비판에서만 끝나면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런 정보가 나왔을 때 '진짜 그런가?'하고 의심해 보고, 실제로 정보를 찾아보고 나아가 관련된 책도 읽어보는 것이 이런 정보를 맞닥뜨렸을 때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비판하고 홱 돌아서는 것보다 어려운 태도다.


나는 이러한 정보를 처음 접했던 올초에 (아기 낳고 어린이집 고민할 때 이런 정보까지 봤었음) 교육 실용서를 정말 많이 읽었다. 이런 정보를 꽤 적나라하게 다룬 서적들이 많았는데 그 서적들을 보고 저 정보가 어느 정도는 '과장' 되어있었다는 결론을 낼 수 있었다. 물론 실제로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꼭 저 정도의 '스텝'을 꼭 밟아야지만 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이현이 유튜브의 영상에도 포함돼 있다.


그렇기에 저런 이야기는 정말 정보의 일부라고 받아들이고, 저 정보가 나에게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더 깊숙하게 공부하고 고민해야 한다. 비판이 리터러시의 끝은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PS. 내가 읽었던 책 중 이런 내용을 정말 적나라하게 다뤘다고 생각한 책은 '어머님, 의대생은 초등 6년을 이렇게 보냅니다'라는 책이 있었다. 이 책 역시 대치동 최상위 로드맵에 대한 언급을 하고, 그 로드맵에 대한 자신의 생각뿐 아니라 의대생들의 생각을 다룬다. 관련해서 다른 책들도 읽었는데 우선 이 책을 언급하고자 한다. 이 책에 대한 포스팅은 따로 정리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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