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아무것도 하기 싫은 사람을 위한 뇌과학> 리뷰
복직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아기가 어린이집에 가고 난 후 보내는 혼자만의 시간이 더욱 소중해졌다. 이제 복직을 하면 이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일에만 집중해야 할 테고,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이라기보다는 에너지를 쓰고 오는 시간이 될 테다.
솔직히 지금도 완전한 휴식만을 하는 것은 아니고 집안일 해놓고 대학원 과제에 치여있는 게 현실이지만, 짬짬이 시간을 내 블로그 글도 쓰고 에세이도 쓰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제 그 시간을 낼 수 있을까 겁부터 난다.
이렇게 겁을 먹다 보니 얼마 전 잡아놓은 지인들과의 약속들이 모두 버겁게 느껴졌다. 솔직히 나는 아주 친한 친구들과도 자주 만나는 편은 아니다. 제일 친한 친구들도 1~2달에 한번 정도 만나는 정도이고, 어느 정도 친한 친구들은 반년~1년에 한 번 정도 만나는 수준이다. 아직 아기가 어려 아기 친구 엄마들도 없는 편이다.
또한 내 취미가 독서나 글쓰기이고 그것은 완전히 혼자서 하는 활동들이기에, 친구를 만나면 그 시간 즐겁다가도 마음속으로는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기에 내가 먼저 약속을 잡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성향이 최근 극에 달했다. 그러다보니 내가 점점 고립을 자처하는 것 같고, 사람과의 대화까지 뭔가 '효율'로 판단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우려되었다.
일종의 직업병 같기도 한데 기자로 일을 할 때 미팅을 나가면, 그 사람이 '기사로 쓸만한 것을 이야기해 주는가' 생각하면서 대화를 하다 보니 생긴 재수 없는 행동 양식이다. 스스로도 이런 성향의 사람을 굉장히 싫어하기에 자기혐오가 올라왔다. 어느 정도 연차가 찬 후에는 '나중에 전화를 해서 다시 물어보는 일이 있더라도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에는 무언갈 빼먹으려는 대화보다 그때그때 즐거운 대화를 나누자!'라고 생각을 다 잡은 적이 많다. 생각을 바꾸어도 쉽게 고쳐지지는 않아서 점점 사람과의 대화를 피하게 되고 약속도 안 잡게 된다.
그런데 요즘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고립을 자처하고 스마트폰과의 대화만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는 찰나, 읽은 뇌과학책이 있다. 나 같이 고립을 자처하는 생각이 잘못된 생각임을 가르쳐줘서 공유해보려고 한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사람을 위한 뇌과학'이라는 책이다. 지은이 가토 도시노리는 일본의 의학박사로 주식회사 '뇌학교'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뇌연구에 종사하며 주식회사 뇌학교를 만들어 뇌 진단 연구와 뇌 컨설팅을 하고 클리닉을 개설해 뇌과학과 관련된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굉장히 쉽게 서술된 뇌 과학 이야기로, 술술 읽히는 책이다.
이 가운데 내가 꽂힌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뇌의 발달 정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성장 방식이 곧 개성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뇌가 얼마나 발달했느냐가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성격이 바로 뇌의 개성이라 해도 좋다.
때로 ‘어떤 게 나의 진짜 모습일까?’ ‘꾸밈없이 살고 싶다.’라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있는데 무의미한 고민이다. 현재의 뇌 상태가 언제까지고 이어지지 않고 뇌는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면 저절로 바뀐다.
가령 직장에서 어제까지 남의 험담만 하던 사람이 동료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순간 주위에 고마움을 느낀다. 이런 경우, 어제와 오늘 중 어느 쪽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인지 판단할 수 있을까? 경험이 새로울수록 오늘의 자신과 내일의 자신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너무나 자주 바뀌는 나의 생각 때문에 "도대체 나라는 것은 누굴까? 나는 뭘까?"라는 생각을 쓸데없이 많이 하는 편이다. 뇌과학자께서 무의미한 고민이라고 못 박아 주셔서 굉장히 명쾌했다. 함께 딸려오는 직장 생활 예도 굉장히 재미있고 공감이 갔다.
그러면서 내가 요즈음 많이 고민한 부분, 즉 고립을 자처하는 현대인에 대한 이야기를 써주셨다.
현대사회에는 타인의 간섭이 싫어서 고립을 자처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주위로부터 간섭을 받는 환경에 있으면 자신의 진짜 모습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고립을 선택한다.
그러나 MRI 진단 결과를 보면 이와 완전히 반대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주변의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자발적으로 고립된 사람은 오히려 주변에 파묻혀 있다.
연락조차 못 할 정도로 타인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에 혼자 있고 싶어 한다.
이는 뇌가 주위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주위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사람은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고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 ‘나는 무능하다’ 등의 말을 자주 한다. 단순한 아르바이트라도 이런저런 지시를 받는 게 내키지 않는다면 외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엄청난 공감이 느껴졌다. "나는 혼자서도 잘 놀아"라고 어렸을 적부터 합리화했던 것이 사실은 다른 사람들보다도 예민한 나를 보호하려는 합리화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합리화를 하면서도 찝찝했던 적이 많았다.
그리고 책에 언급된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 "나는 무능해"같은 느낌도 내가 자주 받는 느낌이었다. 또한 이런저런 지시를 받는 것도 싫어해서 일도 혼자서 하는 일로 가지게 된 것도 있다. 그런데 사실 요즘 사람들 중에 이렇지 않은 사람도 있나? 싶기도 하다. 어쨌든 더 읽어보자.
이렇게 고립된 사람의 뇌를 보면 대체로 좌뇌의 감정 영역이 약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뇌에서 어느 부분이 약한지 알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은 보다 쉽게 느껴 점점 타인의 감정에 민감해진다. 고립을 택하는 사람은 공격받거나 평가받는 상황을 꺼린다. 하지만 인간은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지 않고는 성장할 수 없다.
이렇게 셔터를 내리는 것은 ‘원하지 않는 인풋을 하지 않기’라는 일종의 테크닉이다. 경우에 따라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이런 능력도 필요하다. 단지 셔터를 만드는 것에 에너지를 소비하고 인풋이 줄어드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뇌가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 셔터는 어디까지나 긴급 비상시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고립된 사람보다 타인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소통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일수록 주위로부터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사회화된 사람일수록 자신을 표현하는 훈련이 잘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자신의 입장을 정확히 알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생각해서 나름의 소신을 갖고 사회에 나온 사람들이다. 그래서 내면에 자기 나름대로 평가 기준을 갖고 있다.
오히려, 내가 굉장히 주변을 신경 쓰는 사람이기에 끊임없이 "난 주변을 신경 쓰지 않아"라고 하면서 고립을 자처했었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진짜로 주변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주변과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그리고 이런 뇌의 논리를 알았다고 해서 "나는 주변사람을 신경 쓰지 않을 거니까 더 많은 모임에 잘 참석해야지~"라고 변할리는 없다.
예전에는 "나는 다른 사람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아~ 그래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지"라고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은 후에는 "나는 다른 사람을 많이 신경 써서 에너지를 많이 빼앗기니까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바뀔 뿐이다.
어쨌든 혼자 있기를 선택하는 것은 같다... 그러나 결론을 내는 과정이 달라졌으니 책을 읽은 보람이 아예 없지는 않다.
그리고 책은 이렇게 말한다.
사회에 자신의 의견과 욕구를 숨김없이 표출하는 것은 때로 비난받을 위험을 수반한다. 그러나 내면의 중심을 잘 잡는 사람에게는 자멸하지 않고 의지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자신이 나아갈 곳을 직시하고 있는 사람은 타인이 간섭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주위의 간섭이나 개입에 신경이 쓰인다면 자신만의 목표를 갖고 그것을 향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굉장히 이상적인 이야기긴 하지만 '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자신이 나아갈 곳을 직시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기는 하다. 어쨌든 나 같은 스타일의 사람은 나만의 목표를 계속해서 확인하고 그것을 향한 에너지를 '만들어 내도록' 노력해야 하는 사람임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다.
복직이 다가오는 시점,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에 부정적인 감정을 없앨 수 있어서 유익한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