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교 작가 '인터뷰하는 법' 리뷰
인터뷰를 준비할 때면 괜히 더 날카로워야 할 것 같고, 진부한 질문은 부끄러운 것처럼 느껴진다. 뾰족한 질문을 준비하면서 껄끄러운 느낌이 드는 나를 보면 '나 역시 이 직업이랑 어울리지 않는 건가' 싶을 때가 많다. 이러한 생각들을 바뀌게 한 책이 있다. 좋은 질문은, 상대의 마음을 꿰뚫는 화살이 아니라 스스로 문을 열게 하는 열쇠에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고 가르쳐준 책이다.
경향신문에서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했냐’(제54회 한국기자상 기획보도부문 수상작, 이하 ‘우명함’) 등의 보도를 했던 장은교 작가가 자신의 인터뷰 노하우를 담은 저서 ‘인터뷰하는 법’(터틀텍프레스, 2024)을 출간했다.
장 작가는 ‘우명함’ 외에도 책 ‘오늘도 당신 궁금합니다’, 밀리 오리지널 ‘정지선이 출발선이 될 때’를 썼고, 경향신문 재직 중 박막례 인터뷰(‘코리아 그랜마’ 박막례 “인생은 막례처럼…오지게 렛잇고”), 미아리텍사스 약사 인터뷰(‘미아리텍사스’ 약사 이미선씨 “언니들 얘기 들어주는 것, 그게 치유”) 등의 기사를 써냈다.
장은교 작가는 2005년 11월 경향신문에 입사해 취재기자로 17년 동안 일했으며 2022년 12월에 퇴사했다. 마지막 보직은 소통데스크 겸 젠더데스크였다. 퇴사 후에는 책 쓰는 일을 포함해 강의, 인터뷰 등을 하고 있다.
장은교 작가는 책 ‘인터뷰하는 법’을 쓴 계기로 “인터뷰를 좋아한다. 한 사람이 가진 세계를 만나는 여정이 행복하다. 찬란해 보이기만 하는 사람에게도 반드시 어둠의 시간이 있었고, 지금은 힘든 구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도 반짝반짝한 시간이 반드시 있다.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고, 그걸 인터뷰라는 과정을 함께 발견해 나가는 것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라고 하면 대단한 사람에게서 대단한 이야기를 끌어내야만 하는 작업으로 생각할 때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장 작가는 “더 나아가서, 타인을 인터뷰하듯 내가 나를 인터뷰하는 시간을 한 번쯤 가져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 타인의 마음은 잘 살피려고 하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홀대하는 경우가 많다. ‘나 전문 인터뷰어’가 되어서, 나라도 나의 사소한 이야기들을 물어봐 주었으면 했다”라고 말했다. 장 작가는 최근에도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살같이 뾰족한 질문 아닌 ‘열쇠 같은 질문’은 무엇일까
책 ‘인터뷰하는 법’은 기자 혹은 인터뷰어가 인터뷰에 가지고 있던 부담감과 편견을 덜어준다. 흔히 좋은 인터뷰를 만들려면 아주 뾰족한 질문으로 인터뷰이의 정곡을 찔러야 할 것 같고, 진부한 질문은 하지 말아야 할 것 같고, 인터뷰이에 대한 정보를 아주 샅샅이 다 조사해야 될 것만 같다.
특히 많은 이들은 날카로운 기자가 인터뷰이를 당황시켜 지금까지 세상에 나오지 못한 사실을 실토하게 하는 인터뷰, 매우 뾰족한 질문을 던지는 기자의 인터뷰를 인터뷰의 정석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장 작가는 뾰족한 화살 같은 질문보다 ‘열쇠 같은 질문’을 던져보라고 제안한다. 인터뷰이에게 열쇠가 되어 스스로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가는 질문 말이다.
뾰족한 질문을 던지지 못하면 기자들 스스로 ‘나는 기자로서 전투력이 너무 부족한 것 아닌가’, ‘이런 질문을 던지지 못하는 나는 기자와 맞지 않는 것인가’ 생각하기 쉽다.
책은 “인터뷰에 따라 상대에게 불편한 질문을 해야 할 때도 상대에게 건네야 할 것은 거미줄이나 곡괭이, 삽, 화살 같은 질문이 아니라 열쇠 같은 질문”이라며 “윽박지르거나 추궁하지 않고, 속이거나 현혹하지 않고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질문”을 던져보라고 제안한다.
인터뷰이 역시 불편한 답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 고민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이 말하는 그대로 정확하게 듣겠다’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인터뷰를 할 때 진부한 질문을 하는 것 역시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상대의 허를 찌르거나 놀라운 질문을 던져야 할 것 같지만, 책은 “그런 마음은 우리를 ‘특별함의 오류’에 빠지게 한다”라고 지적한다.
가장 궁금한 것은 역시 뻔하고 흔한 질문일 수 있으며 모두가 예상하고 인터뷰이 역시 예상하는 질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모두가 예상하는 질문은 바로 그만큼 기본이고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만 AI가 집어낼 수 없는 현장에서의 감정이나 상태의 태도 등을 관찰하는 것이나, 인터뷰 장소를 인터뷰이의 실생활을 지켜볼 수 있는 장소로 정하는 등의 팁으로 특별함을 더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특히 책에서는 기자가 미아리 텍사스 약사인 이미선 씨를 인터뷰할 때 인터뷰 장소로 그의 약국을 택했고, 그의 하루를 관찰했는데 그가 약국을 나서며 튼 노래(양희은의 ‘엄마가 딸에게’)를 포착, 이 노래의 가사를 기사의 마지막 문장으로 활용한 사례를 전한다.
성공적인 인터뷰 사례만 전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연말연시 기획으로 입양기관을 인터뷰하려다 거절당한 사례를 알려주는데, 인터뷰 목적을 전하며 “연말연시 기획으로 훈훈한 미담 사례로 기사를 쓰고 싶다”라고 말했다가 “저희는 훈훈한 미담 기사로 언론에 등장하고 싶지 않다”는 소리를 들으며 거절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도 자신의 이야기가 ‘뻔한 아이템의 일부’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인터뷰란 ‘오늘의 나와 당신이 만나는 단 한 번의 사건’이라 명한다. 인터뷰와 관련된 부담과 비장함을 내려놓게 되는 동시에 물음표(?)처럼 둥그런 질문들을 던지는 법을 고민하게 한다.
*이 글은 미디어오늘의 기사로 먼저 발행되었습니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4171
인터뷰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고, 다양한 가치가 있다는 것. 어떤 사람의 매력을 드러내는 인터뷰도 있지만, 어떤 사람이 가진 정보나 결정 과정, 영향력 자체를 전달하는 인터뷰도 있다는 것. 인터뷰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만의 대화가 아니라, 인터뷰 콘텐츠를 보는 제삼자가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 인터뷰는 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을 만나 듣기 좋은 이야기만 듣는 게 아니라는 것. 95p
그 사람을 알고 싶다면 질문을 해야 합니다. 다만 우리는 그 사람을 결코 다 알 수 없을 거라는 마음으로 질문을 시작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결코 그를 다 알 수 없을 것이라는 마음은, 몇 가지 질문만으로 그를 쉽게 파악하겠다는 무례한 마음을 갖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103p
우리가 인터뷰이에게 건네야 할 것은 열쇠입니다. 열쇠 같은 질문입니다. 그에게 열쇠가 되어줄 질문을 건네고, 그가 스스로 마음속을 열고 들어가기를 기다리는 것. 106
물음표(?)는 둥글둥글하게 생겼지만, 일단 던지고 나면 상대에겐 뾰족한 모습으로 다가갑니다. 질문을 받았다기보다 질문을 당했다는 느낌일 때가 많아요. 110p
인터뷰를 할 때 특별한 질문이나 남다른 질문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상대의 허를 찌르거나 놀라운 질문을 던져서 답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 마음은 우리를 특별함의 오류에 빠지게 합니다. 129p
전화를 받는 곳이 인터뷰이가 실제로 머무는 공간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연스레 ‘생활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19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