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스스로 수영을 깨우친 강아지
이 나이에 수영은 무리려나...?
올해 17살이 된 투비를 보면서, 8년 전 노아랑 투비를 되돌아보면, 둘 다 완전히 애기들이지만 그 당시에는 9살도 나이가 많은 노견이라고 생각했다. 노아랑 투비가 9살이 되었을 때, 아이들이 더 나이 들기 전에 특별한 경험을 시켜주고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애견 수영장에 데리고 갔다. 왜 '마지막'이 되었는지는 읽다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노아는 허리 디스크 수술을 하고 난 뒤, 후유증으로 한쪽 뒷다리를 쓰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수중치료'를 받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수중치료도 노아가 다시 제대로 다리에 힘을 주도록 하지는 못 했지만, 병원 측에서는 효과가 있다고 말하며, 노아를 모델로 홍보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들에게도 수영이 디스크 치료에 효과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기에, 이번 기회에 노아가 물속에서 열심히 헤엄을 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애견 카페이자 수영장을 운영 중인 가게에는 소형견부터 대형견까지 정말 온 동네 개님들이 다 모여있는 것 같았다. 사회성이 뛰어난 노아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다른 개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언제나 그렇듯 사회성 제로(다른 강아지 기피증)인 투비는 노아 뒤꽁무니만 쫄래쫄래 따라다니다 결국 언니 품에 안착했다.
드디어 수영장 안으로 입장해서 시원한 물속에 몸을 담그자마자 노아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아 역시... 노아는 안 되겠군...'
원래도 투비 보다 겁이 많았던 노아는 수영을 도와주려는 누나의 노력이 무색하게 자기를 잡아 죽인다는 것처럼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첨벙..!' 하는 소리에 놀라 투비 쪽을 바라보니, 투비가 혼자서 물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투비의 눈은 오로지 언니를 향해 있었다. 9살에 수영장을 처음 와본 투비가 갑자기 수영을 하고 싶어 할 리도, 물속에 있다는 게 어떤 건지 알리도 없을 텐데 단지 언니가 저 쪽에 있는 것을 보았고, 언니가 있는 곳이 물속이든, 불속이든 투비는 언니한테 달려가야만 했던 것이다...
노아는 포기하고, 투비가 혼자 수영을 할 수 있도록 꼬리를 살짝 잡아주자, 이내 열심히 발길질을 시작했다.
9살에 처음 와본 수영장에서 투비는 타고난 재능(?)을 발견해버렸다. 물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스스로 물속으로 뛰어들어 쉴 새 없이 발길질을 하며 투비는 혼자서 금방 수영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투비가 수영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투비의 작은 얼굴에서 두 눈알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으니까...)
투비가 수영을 하는 이유는 단지 언니가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걸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무식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예쁘게 포장해 투비의 '용맹'스러움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된 수영장 나들이는 이 날 한 번으로 끝이 났다.
나중에 개님들을 데리고 바닷가에 갔을 때도, 노아는 물가에 조금도 가까이 가고 싶어 하지 않은 반 면에 투비는 모래사장을 걸으며 물을 바라보았다.
서로 정말 달랐던 이 둘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항상 너무나 흥미로운 일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투비는 흥미로운 모습으로 눈을 뜨고, 혓바닥을 내민 채 잠을 자고 있다.
(잠을 잔다고 믿고 있다...)
+ 2022년 현재 투비는 17살 노견이 되었고, 동갑내기였던 노아는 2020년 12월 21일, 15살에 하늘나라의 별이 되었답니다.
+ 저의 20대와 30대를 함께 한 노아와 투비에 대한 이야기이자, 저희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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