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꿈 histor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에오 낌 Mar 18. 2022

돈이 없지, 꿈이 없냐?(9)

세계 최초 스페인 정규리그 한국인 축구단 구단주 스토리- QUM.FC

9화.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를 먹고 자란다.- 기적(Miracle)


2016년 12월 18일


최종 선발을 마쳤다.

blind 공개 테스트를 통해 선수들을 선발했기 때문에 선수들의 경력을 전혀 알 수 없었으나 이제 선수 선발을 마쳤기 때문에 각 선수들의 그간 이력을 확인해 보았다. 가장 나이가 어린 선수는 만 18세,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는 당시 32세였다. 그중에는 대학 명문 구단에서 촉망받았던 유망주도 있었고 한국과 중국에서 프로선수로 뛰었던 선수, 선수 경력이 없던 선수, 중학교까지만 축구를 했던 선수 등 아주 다양한 사연들의 선발자들이었다. 그리고 각자의 사정이나 부상 등의 이유로 합류를 못 할 경우를 생각해서 최종 합격자 이외에 약 10명의 예비합격자를 지명하였다.  

최종 선발 선수들의 포지션 및 이미지


한국과 유럽은 시즌 시작이 다르다. 한국은 3월에 리그를 시작하지만 유럽에서는 8~10월에 보통 시작한다.

그래서 선발된 선수들은 2017~2018 시즌 참가를 위해 9개월 정도 기다리며 출국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던 중 꿈FC 공식 페이스북 메신저로 보내온 장문의 글을 보게 되었다.

글을 보내온 분은 예비선수로 선발된 한 어린 선수의 어머니였다. 사연은 이 친구가 어렸을 때 축구를 너무 좋아했으나 집안 형편이 여의치 않아 축구를 시켜주지 못해 한스러웠다가 이런 기회가 와서 아들이 지원하게 되었는데 예비선수로 선발되었으나 꼭 합류하게 해줬으면 하는 부모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내용이었다. 나는 같은 부모의 입장으로서 아이가 그렇게 원했던 것을 해주지 못했던 그 마음을 이해했다. 하지만 blind 공개 테스트의 취지를 훼손할 수 없었고 아무리 구단주라고는 하지만 선수 선발은 구단의 스페인 코칭스텝의 권한이었기에 관여하지 않아야 했다. 꿈FC의 슬로건은 '공정한 기회와 경쟁, 그리고 정직한 결과'이다. 사적인 감정으로 공적인 일에 개입하는 순간 선의의 누군가는 또다시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러는 사이 몇몇 최종 선발 선수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합류를 못하겠다는 통보를 보내왔다.

팀의 역량을 위해서는 아쉬웠지만 내가 어쩔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었다. 나는 이를 코칭스탭에게 알리고 예비선수들 중에서 대체할 선수를 다시 내게 알려주면 그 선수에게 연락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코칭스탭이 그 장문의 글을 간절하게 보내온 어머니의 아들을(이하 A라고 칭하겠다.) 지명하는 것이 아닌가?


뭐라고? A라고? 정말이야? 


si.(네.)


나는 솔직히 그 선수를 지명할지는 상상도 못 했다. 왜냐하면 축구선수 경력도 없어서 나머지 예비 선발 선수들에 비해 이른바 '스펙'도 떨어졌고 나이도 만 18세로 어렸을 뿐 아니라 최종 선발 후 코칭스탭과 이런저런 이야기 나눌 때도 지나가는 말로, 그 선수는 예비선수들의 추가 선발 선정 순위에서도 최하위라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와우!!


단언컨대  A의 어머니가 보내온 글에 대해서나 A에 관해 단 한마디도 코칭스탭에게 언급한 적이 없었다.


A에게 이 사실을 전했고 무척 기뻐했다. A의 어머니에게 따로 연락을 드리지는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무척 기뻐하셨으리라 짐작되었다.


나는 '작은 기적'을 보았고 기분이 이상했다. 이런 것이 예전에 한참 유행했던 '시크릿'이란 책에 나왔던 '끌어당김의 원칙'이라는 건가? 뭐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후에 나는 리그 중간에 A가 아버님이 편찮으셔서 다시 한국에 돌아갈 것에 대해 고민하던 A와 스페인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적이 있다. 참고로 A의 부모님은 독실한 카톨릭 신자이시고 A 또한 신부님이 되려고 준비(?) 했었던 독실한 카톨릭 신자이다.


네가 어떻게 해서 스페인에 오게 된 줄 아니?


 A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 A의 어머니가 페이스북 메신저로 보낸 장문의 글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네가 아버님이 편찮으시니 걱정이 돼서 한국에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고 우리 구단의 입장으로 볼 때 아쉽기도 하지만 네가 꼭 돌아가고자 한다면 막을 생각은 없다. 그런데 넌 부모의 마음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이야기하는 거야. 만약 내 아들이 너와 같은 입장이라면 나는 절대로 오지 말라고 할 거야. 어렵게 자식이 꿈을 위해 도전을 하는 와중에 내 몸이 아프다고 자식의 꿈이, 그 꿈에 미련이 남기를 부모는 절대 원하지 않거든. 그게 부모에게는 몸이 죽을 만큼 아픈 것보다 더 아픈 것이거든. 나는 아무런 축구 경력도 없이 네가 꿈FC 구단선수로 선발되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네 부모님의 간절한 기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게 부모님을 위한 것인지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해. 그리고 네가 어떤 결정을 하든 네 결정을 존중 하마.


A는 여전히 말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번 리그를 마치고 가겠다고 연락이 왔고 후보선수였지만 성실하게 매 훈련에 임했으며 수비수였음에도 불구하고 골까지 넣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그 아이가 골을 넣었을 때는 정말 정말 마음이 울컥했다.

프로선수가 되지 않았더라도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꿈FC 구단 소속으로 스페인 정규리그를 뛰어본 경험이, 그 도전의 기억이 그 아이의 인생에 멋진 한 페이지로 남기를 기대한다.


나는 그 친구가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당사자와 그 부모님의 간절한 바람이 합쳐서 그 친구의 소망을 이룬 '작은 기적'을 만들어냈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 


우리 모두 크던 작던 '기적'에 대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태어난 것조차 '기적'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리고 나에게 꿈FC는 '기적의 기록'이다. 


우리 모두의 '기적'을 위해... 화이팅!!...


https://www.youtube.com/watch?v=VL7pOWDVz24&list=PLmMH6cuBBgXSFxUu5HVOxxZfO9NCtsNdX&index=3


 

















 







매거진의 이전글 돈이 없지, 꿈이 없냐?(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