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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제 Mar 18. 2023

2. 로즈마리 식구로 들이기

가지치기, 이게 맞니?

며칠 전, 마트에 장 보러 갔다가 식물코너가 있어 기웃기웃거렸다. 수경식물을 좀 더 키우고 싶어 아이비 포트를 골라 결제했다가, 왠지 모를 찝찝함에 폭풍검색. 아니나 다를까, 아이비는 고양이한테 위험하다고. 집에 집사랑 같이 살식 부문을 담당하는 고양이가 있어 급하게 다른 애들을 찾다가 눈에 띈 로즈마리를 집어왔다.


사실 로즈마리를 썩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그냥 물꽂이를 해보고 싶었던 것뿐이라- 가지를 싹 솎아다 꽂아버리고 남은 화분은 그냥 버리려고 했다.

물꽂이한 로즈마리 가지

그런데 얘도 일단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죽지도 않은 애를 내다 버리자니 좀 아쉬워서 베란다에 내놨는데, 물도 주지 않았는데 죽지도 않고 잘 버티더라.


흙 쓰는 식물은 더 이상 키우지 않겠다는 다짐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베란다에 작은 원예공간이 생겨났다. 안 쓰던 이케아 랙 위에 원예고수 친구들이 추천한 화분을 한둘 들여놓고 나니 자연히 로즈마리의 안부에도 관심이 가게 되었다.

베란다에 내놓은 랙 상단 화분들. 로즈마리가 구부정하다.

어느새 끄트머리 부분이 추욱 늘어져 구부러진 걸 보니 물을 안 주면 이젠 정말 죽을 것 같았다.

급히 물을 듬뿍 주고 하룻밤 자고 일어났더니 고개는 번쩍 들었는데...


식린이는 (심지어 살식이 습관이었던 식린이는) 항상 정보가 부족하다. 이곳저곳 검색하다가 무성한 소문만 들었던 식물갤에까지 찾아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3대 지랄초에 로즈마리가 들어간다고..? (나머지는 율마, 장미라고. 5대로 늘어나면 유칼립이랑 마오리가 낀단다.)

갤에서 얻은 url (https://m.blog.naver.com/professionaldog/222033591666​ 프로개님 블로그)

에 찾아갔더니, 얘는 미련해서 자기 향기에 자기가 질식해 죽는단다. 이게 무슨 소리야..ㅋㅋㅋㅋ


여하튼 이왕 키우기로 마음먹었는데 훅 죽어버리면 슬프니까(.. ) 프로개님이 일단 대강 이렇게 하라고 보여주셨으니까. 가지를 쳐 보기로 했다.

이발 완료

잘랐다. 시원하게.

죽지는 않을까? 가위질 한 번이 참 무서운데 친구들은 괜찮다고 한다. 프로개님도 이쯤은 하셨던 것 같다. 왼쪽은 길이도 제법 뻗어서 생장점을 잘라줬다. 가능하면 너무 크게 키우고 싶지는 않아...


가위질을 했더니 이젠 화분 상태가 맘에 들지 않는다. 화분에 채운 흙의 높이가 너무 낮고, 뿌리가 약간 드러나 있다.

또 친구들의 도움을 받는다. 지금 분갈이 하면 얘 몸살 나니...? 괜찮대서 시원하게 뽑아버렸다.

원래 들어있던 플분은 대강 씻어서 망을 깔고 마사를 먼저 넣었다. 유튜브 좀 구경했다고 다이소 가서 대뜸 사 왔는데, 세척을 안 하고 넣었다가 나중에 봉변을 당했다ㅜㅜ 다음엔 꼭 세척해서 넣어야지. 상토를 적당히 깔고 로즈마리를 넣고 둘레로 흙 채우고 상단에 뿌리를 덮을 정도로 흙을 더 넣어주었다.

사실 이게 맞는지는 모른다. 식초보가 흙배합따위 알까보냐!

다 했다고 물을 싹 줬다가 화분 밑으로 줄줄 흘러나오는 누런 흙가루에 한 번 좌절하고 (다음에는 세척 마사 사기) 열심히 흙을 치운 다음에 다시 랙에 모셨다. 죽으면 살식마가 또 한 건 했거니, 생각하겠지만서도 가능하면 좀 살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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