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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C Mar 03. 2024

여행의 끝에서 시작되는 여행

In the Life University 

순례의 끝에서 시작되는 순례


여행채널을 본다고 보고 있었는데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한 것이었다. 프로의 뒷부분에서 순례현장의 장면은 사라지고 두 진행자가 마무리 코멘트를 주고 받았다. 


"진정한 순례는 순례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부터 다시 시작됩니다."


본의 아니게 기독교방송에서 진행하는 성지순례의 하나로 편성한 방송이었나보다. 그런데 그 마지막 멘트의 여운이 참 길게도 남겨졌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신앙의 여부를 떠나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여행코스의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아마도 종교방송이었기 때문에 순례의 의미가 좀더 진지하게 닿가왔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800킬로를 한달 동안 걷는 과정에서 믿음과 신앙을 다지는 시간이 쌓이면 뭔가 변해도 달라지지 않겠는가. 그저 걷기여행이라면 무신앙적으로 '자기 자신을 비우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일상과 여행의 경계


그 메시지는 일상과 여행에는 어떠한 경계도 있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난 여행의 경험들을 되돌아보며 무엇이 새롭고 의미있었는가를 생각해보니 그 모든 요소들이 우리 일상 곳곳에 있는 것들이었다는 사실이다. 다만 그것을 여행에서처럼 느끼는데 둔감해지고 무뎌진 감수성에 원인이 있는 것이었다. 


Travel is  ______  more than escape.


여행산업이 비지니스로서 성립될 수 있는 건 '일상과 경계를 짓는 것'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볼 수 있다면, 여기서 먹을 수 있다면, 여기서 즐길 수 있다면 굳이 멀리 떠나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저 빈칸에 'free'이란 단어를 채워넣었을 때 코로나 팬데믹이란 시간 속에 갖혀야만 했다. 그때 여행은 더이상 자유라기 보다 '여행 때문에' 현실이 감옥처럼 느껴지는 'prison'이 되었다. 아이러니다. 


여행이 자유라면 언제 어디서나 자유 그 자체로 남아 있어야 한다. 자유의 가장 넓은 범위는 'free from'이고 'free for'라는 행위로 한정지을 때 자유의 영역에 울타리를 치는 짓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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