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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성 Aug 10. 2023

명상과 잡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템플스테이에서 챙긴 마음

국회에서 일하다 보니 정치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놓일 때가 많다. 첨예한 갈등 상황을 지켜보며 준비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감 압박감에 늘 스트레스와 함께 지낸다. 수시로 변하는 업무 환경에 노출되어 여유와 평정심을 잃는 경우도 허다하다. 피곤한 직업이다.


이렇게 앞만 보고 일하다 보니, 나 또한 위태로웠던 적이 종종 있었다. 머지않아 번아웃이 와서 모든 걸 포기할까 봐 겁이 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 여름휴가 기간을 이용해, 제대로 마음을 챙겨보자 마음먹었다.


가평 대원사

명상을 위해 찾아간 가평 대원사는 자연 그 자체였다. 푸른 나무와 함께 어우러진 사찰의 모습 정말 일품이었다. 절경을 등에 업고 나무향이 물씬 나는 방 안에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명상과 잡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수많은 잡념을 뚫고 작은 성찰이라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찰나에 오는 영감을 잡기 위해 발버둥 쳐봤자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저 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몸을 맡기고 있다 보면, 잡념이 지나가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괴로움과 마주하게 된다. 한바탕 감정이 휘몰아치고 나면 잠시 평화가 찾아온다. 고요 속에서 괴로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자, 오히려 마은 단단해졌다.


숙소에서 바라본 절경


지금은 다시 속세로 돌아왔지만, 명상의 가르침은 남아있다. 우리 삶은 괴롭고 혼란스러운 소용돌이 한복판에 있지만, 그 실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면 마음은 평화로워진다. 태풍의 눈처럼 우리 마음이 중심을 잘 잡고 있다면, 아무리 거센 비바람도 고요하게 느껴질 것이다.


마음의 중심을 잡겠다고, 몸에 힘을 주며 살 필요는 없다. 오히려 우리는 몸에 필요 이상의 힘을 주며 아등바등 살고 있다. 일부러 힘을 빼는 법을 연습할 정도로.


삶의 목적이 따뜻하고 행복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라면, 나부터 따뜻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고단했던 하루하루를 잘 버텨준 마음에게 감사를 표하며, 앞으로는 잘 챙겨주겠다고 조용히 읊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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