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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성 Aug 03. 2024

AI 시대에서 교육의 역할은?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AI 시대, 우리 교육은 과연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고 있는가? 100여 년 전 산업화 시대의 틀에 갇힌 채 21세기의 거친 파도에 휩쓸리고 있는 대한민국 교육의 모습은 마치 태풍 앞의 모래성과도 같다. 지식 전달과 암기에 치중한 주입식 교육, 대학 입시를 위한 과도한 경쟁,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 함양의 부재 등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은 AI 시대를 살아갈 미래 세대에게 더 이상 유효한 교육 방식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높은 학업 성취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가 매우 낮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는 교육의 본질을 되돌아보고,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교육의 역할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한강의 기적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그동안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고도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극심한 빈곤 속에서도 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우리 국민들의 노력은 결실을 맺어, 반세기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최근 발표된 PISA 2022 결과에서도 한국 학생들의 뛰어난 학업 성취도가 다시 한번 입증되었다. 수학, 읽기, 과학 모든 영역에서 OECD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점수를 기록했으며, 전체 81개 참여국 중 최고 2~3위를 차지하는 등 최상위권에 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학업 성취에도 불구하고, 한국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는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PISA 2022 결과에 따르면, 한국 학생 10명 중 2명(22%)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평균(18%)보다 4% 포인트 높은 수치로, 우리나라 학생들의 삶의 질이 주요국 평균에 미치지 못함을 보여준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낮은 삶의 만족도가 PISA 2015(22%), PISA 2018(23%)에 이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교육이 지식 전달에는 효과적일지 모르나,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과 행복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높은 학업 성취도와 낮은 삶의 만족도 간의 극명한 대비는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작가의 학창 시절 경험을 돌이켜보면, 교실에서는 공식의 원리, 순수 문학의 감상, 토론과 비평, 사고와 실험보다 정해진 답을 외워 맞추는 주입식 교육이 주를 이루었다. 나를 포함해 많은 학생들은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고, 그저 대입을 위한 문제만을 풀며 고등학교 3년을 보냈다. 훌륭한 문학작품도 화자의 의도를 맞추기 위한 객관식 문제로 전락했고, 사고력을 높이는 수학 문제조차 패턴화 된 공식을 외워 적용하는 것에 그쳤다. 이는 교육의 본질적 의도와 전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교육 시스템 하에서 자란 학생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기술적인 부분에만 집착하며, 스스로를 공장의 부속품처럼 여기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면서 서로 누가 더 잘난 '부속품'인지 끊임없이 경쟁하고 비교한다. 삶의 만족도는 점점 낮아지고, 생산적인 일을 꺼리게 된다. 그렇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A급 인재들은 월급 루팡으로 전락한다.

이제 AI의 등장으로 인간의 사고가 필요 없는 단순 지식 노동은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AI 시대의 교육은 '지식을 가진 사람'에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으로, 나아가 '행복할 줄 아는 사람'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제시한 2025년 필요한 10대 역량을 보면, 분석적 사고와 혁신, 적극적 학습과 학습 전략, 복잡한 문제 해결, 비판적 사고와 분석, 창의성과 독창성 등이 상위를 차지한다. 이는 단순 암기나 반복 학습으로는 길러질 수 없는 고차원적 사고 능력들이다. 더불어, 이러한 역량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행복과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영어 수업시간 발표용으로 직접 만든 퀴즈프로그램을 자랑하는 핀란드 아이, 출처: 연합뉴스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성 함양: AI 시대에는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고, 복잡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에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을 기르는 과목을 필수로 도입해야 한다. 실제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를 하면 어떨까. AI를 활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정보 습득하는 방법을 배우고, 민주주의와 정치를 이해하며 비판적 사고를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핀란드에서는 이미 현상기반학습(실제 사회 현상이나 시나리오를 교실에서 관찰하며 분석하는 학습)을 실시하고 있는데, 좋은 예가 될 것이라 본다.


학제 간 융합 교육: AI 시대의 복잡한 문제들은 단일 학문으로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다양한 학문 분야를 융합한 교육이 필요하다. STEAM(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 교육을 확대하고, 인문학과 과학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교과목을 개발해야 한다. 최근 대학마다 자율전공을 늘리는 시도는 바람직하나, 구조조정으로 인해 학부 통폐합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왕 통폐합을 할 것이면, 물리적인 학부 통폐합보다 AI시대를 대비하여 학제를 합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 강화: 빠르게 변화하는 AI 시대에는 평생 학습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스스로 공부하지 않는 지식근로자는 언제든 기술적 실업의 목표가 될 수 있다.


AI 리터러시 교육: AI를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미래 사회의 필수 역량이다. AI의 원리와 응용 분야를 이해하고, AI 프로그래밍을 통해 간단한 AI 모델을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AI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따른 책임 있는 사용법도 반드시 익혀야 한다.


개인적으로 어린 나이부터 태블릿을 사용해 학습하는 건 반대한다. 출처: 전남교육통

AI 시대의 교육은 '무엇을 아는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지식의 습득은 AI의 도움으로 더욱 쉬워질 것이지만, 그 지식을 창의적으로 활용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우리 교육이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미래 사회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세르는 "우리는 수천 년 동안 살아온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제 교육은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찰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AI시대를 살아갈 미래세대가 진정한 주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골든타임을 놓치기 전에 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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