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다. 알람 소리에 눈을 떠 핸드폰을 집어 들고, 습관처럼 스크롤을 내린다. 삼십 분 뒤,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나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고양이 릴스 세 개, 틱톡에서 춤추는 사람 다섯, 그리고 유튜브 쇼츠서 이상한 광고 두 개를 본 기억만 남아 있다. 근데 어제 내가 뭐 했더라?
회사에 도착해 커피 한 잔을 들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회의자료를 만들기 전 잠깐 쿠팡에 들어간다. 로켓 배송 세일을 확인하고, 해외 직구로 산 영양제가 언제 오나 확인한다. 문득 어제 본 드라마 리뷰가 떠올라 네이버에 제목을 입력한다. 지나가던 상사가 "요즘 왜 이렇게 멍해 보여?"라고 묻는다. 멍하다니, 나는 늘 바쁜데? 하지만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떠올릴 수 없었다.
어느새 다가온 점심시간. 마라탕을 흡입하며 동료들과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뭐라 말하는지 끝까지 듣기가 힘들다. 머릿속에서는 잡념의 회전목마가 쉼 없이 돌아간다. "아, 그 드라마 배우 이름 뭐였지?", "저 사람 표정 좀 이상한데 기분 나빴나?", "오늘 퇴근 후엔 뭐 볼까?"
그리고 퇴근길. 지하철에서 유튜브를 연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영상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한 영상이 끝나면 다음 영상이, 그다음 영상이, 또 다음 영상이…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내리는 역도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것이 일상이다. 되새김할 시간조차 없이 짧은 영상, 맵고 짜고 단 콘텐츠를 탐닉한다. 수많은 정보가 스쳐가지만 남는 것은 텅 빈 도파민 수용체뿐.
옥스퍼드가 선정한 올해의 단어는 '뇌썩음(Brain_rot)'이다. 저급한 숏폼에 뇌가 노출되어 지적 수준이 퇴보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자, 한번 들여다보자. 당신의 뇌는 얼마만큼 썩어있는가. 당신의 손 안에서 흘러가는 이 글도, 수많은 숏폼 속 스쳐가는 한 조각일까? 이마저도 알고리즘이 던져준 먹잇감일까? 무기력하게 썩어가는 두뇌로 AI 시대를 살아갈 수 있을까? 가짜 뉴스와 저질 영상에 희로애락을 맡기고, 정부지원금에 의식주를 연명하는 삶. 그것이 당신이 꿈꾸는 멋진 신세계인가.
당신은 어떤 삶을 원하는가.
당신의 다음 스크롤이 그 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