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장소의 미묘한 차이
서재에 다녀왔다.
책을 간략하게 요약해 알려주는 플랫폼 '서사'에서 운영하는 '서사, 당신의 서재'는 플랫폼 구독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프라이빗한' 공간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이 늘어났다.
과거에는 구글이나 인스타그램이 사람들의 시간을 자기들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썼다면, 이제는 그 사람이 서있는 공간을 놓고 경쟁한다. 독서모임을 위한 아지트부터 혼자만의 시간을 제공하는 공유 서재, 내 짐을 보관해 둘 수 있는 보관소 등 목적도 가지각색이다.
사실 사람은 언제나 공간(Space)에 머물러 있다. 그곳이 길 한복판이더라도 가시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공간에 있다. 그리고 그 공간에 무언가 의미가 부여된다면 그것은 '장소(Place)'가 된다. 감히 생각하건대, 사람들은 내가 휴식을 취하는 집이나 돈을 버는 회사를 고를 때에 비해 그 외의 공간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 휴식이나 경제활동 못지않게 자기 계발, 자아실현의 가치를 높게 침에도 불구하고 그를 위한 '제3의 장소'의 중요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미 십수 년 전 스타벅스에서 내세운 가치인 제3의 공간은 이제 와서야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에는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이에 따라, 공간 자체가 아이디어를 자극하고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하는 '영감의 공간'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내가 선택한 제3의 공간이 어떻게 자신의 창조성과 자아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결국 앞으로는 명품시계나 모노클 잡지 따위가 아니라 내가 머무는 제3의 장소가 자신을 표현하는 명함이 될 수도 있겠다는 고민이다.
즉, 우리는 내가 머무는 장소는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며, 나를 대변할 수 있는지 충분히 고민해 볼만한 문제라고 생각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