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6.│마지막 여행지인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다
3일 내내 구름이 잔뜩 껴있던 포르투는 우리가 떠나는 날이 다가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이른 아침부터 화창한 모습으로 가득했다.
늦잠을 자던 나의 얼굴에 아침의 햇빛이 내려앉고 나서야 얼굴을 찡그리며 천천히 아침을 맞이했다. 바르셀로나로 넘어가기 위한 저녁 비행기 탑승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기지개를 켜고 침대에서 일어나 여유롭게 샤워를 마친 나는 방안에 늘어뜨려 놓은 짐들을 하나둘씩 가방에 담기 시작했다.
숙소를 나서기 전 다시 한번 놓고 가는 물건은 없는지 확인을 하고 주인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나서 거리로 나왔다. 햇빛이 내리쬐는 포르투 거리 곳곳의 모습은 첫날에 내가 마주쳤던 포르투의 모습과 같이 여전히 다정해 보였다. 그런 일상에 잘 스며든 이곳을 떠나보내기 아쉬웠지만 바르셀로나에서 만들어갈 추억을 기대하며 힘차게 오늘의 일정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정오가 되자 아침 대용으로 사 먹은 에그타르트가 뱃속에서 흔적 없이 사라질 때쯤 배꼽시계가 요란하게 울려댔다.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포르투 시내 근처 초밥집으로 향했다. 여기서 초밥을 먹을 줄이야. 초밥 귀신인 나의 입속으로 오랜만에 아는 맛이 들어오자 정신줄을 놓고 한참을 먹어댔다. 배가 채워지고 나서야 정신이 돌아온 우리의 테이블에는 접시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뒤 계산을 마치고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포르투 공항으로 향했다.
몇 시간 일찍 도착한 우리는 북적이는 인파를 뚫고 무사히 체크인을 마쳤다. 그제야 여유가 생긴 우리는 떠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공항의 상점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포르투에게 작별인사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유로움도 잠시, 얼핏 우리가 탈 비행기에 대한 안내방송이 들리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에 급하게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 탑승 게이트로 달려가니 이게 웬걸 우리 비행기가 아닌 다른 비행기의 정보가 떠있는 게 아닌가. 요란스럽게 배낭을 뒤적거려 비행기 티켓을 꺼내 들고는 이리저리 재빠르게 돌아다니며 바뀐 게이트를 찾아다녔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의 게이트에 우리의 비행기가 떠있었고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1시간이 지연되었다.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앉아 차분히 기다리고 있으니 어느새 출발 시간이 다가왔다. 게이트 입구에는 어느새 우리와 같은 비행기를 타기 위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티켓 검사를 마치고 비행기에 무사히 타자 약간의 피로가 몰려왔지만 창가 쪽 자리에 앉은 우리는 마지막까지 포르투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어느새 비행기는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했는지 기장님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이내 점점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바깥에는 짙은 어둠이 드리고 창밖에는 반짝이는 불빛 가득한 바르셀로나의 모습이 보였다. 낭만적인 풍경에 다시금 설렘에 가득 찼고, 그렇게 한참을 창밖을 바라보며 바르셀로나에서 만나게 될 모습들을 한껏 기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