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7.│배낭 여행을 하며 깨달은 땀과 노력의 의미
바르셀로나 하면 떠오르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축구와 가우디다. 이틀 밖에 남지 않은 일정에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준비를 마치고 거리로 나온 우리는 버스를 타고 오늘의 첫 일정인 캄프 누 경기장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 위로 떠있는 태양이 강렬한 햇빛을 내리쬐며 내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 때쯤 다시금 스페인에 돌아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새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릴 무렵 캄프 누 경기장 입구에 도착했다.
아침이었지만 이미 경기장 안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줄지어 서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티켓을 들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줄을 보자 정신이 혼미했다. 아쉽지만 경기장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한 우리는 경기장 밖에서 사진을 찍은 뒤 기념품 샵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세상에 있는 축구 용품은 다 모아놓은 것 같은 매장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사람들을 뚫고 한 곳 한 곳 꼼꼼히 둘러보고 나서야 아쉬운 발걸음을 돌릴 수 있었다.
다음 목적지는 바르셀로나에서 꼭 봐야 하는 대표적인 가우디 건축물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으로 향했다. 성당 앞에 도착하기 전부터 길가의 나무들 사이로 하늘 끝에 닿을 것처럼 뾰족하고 우직하게 서있는 성당의 모습이 보였다. 건축에 조예가 없는 나도 대단하다는 말로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곳을 다녀온 사람들이 감탄과 경이로움을 금치 못할 정도의 리액션이 나에게서는 나오지 않았다. 이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오며 수많은 성당들을 보고 지나쳐왔던 것이 눈에 익숙해져서였을까. 그다지 큰 감흥이 없었다. 물론 훌륭하고 내가 감히 평가할 수 없는 대단한 건축물이지만, 매일 20킬로가 넘는 길을 땀 흘리며 걷던 길에서 본 성당이 나에게는 더욱 의미가 있었기에 지금처럼 뽀송뽀송한 상태에서 관광객 차림을 하고 바라본 대성당이 크게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
- "정말 대단하고 멋지고 웅장한 건축물이지만, 난 그다지 큰 감흥이 없다?"
동원이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느낀 감정에 격하게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배낭여행을 하는 동안 우리는 어느새 땀과 노력이 가진 의미와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성당을 바라보며 다음에는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다시 오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우리는 다시 버스에 몸을 실었다. 또 다른 가우디 건축물인 까사 밀라와 까사 비센스 구경하고 구엘 공원으로 향했다.
골목을 지나 높은 언덕을 올라가며 벅찬 숨을 몰아쉬며 겨우 도착한 입구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입구에 서있던 안내원은 우리에게 입장 손님의 수가 다 찼다며 예약하지 않은 관광객은 오늘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전했다. 우리의 앞뒤로 같이 올라온 외국인 여행자들도 예약을 하지 않았는지 똑같은 이야기를 전해 듣고 저마다의 무리에서는 한숨 소리만 나올 뿐이었다. 왜 예약을 미리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한숨을 내쉰다고 해결될 일은 없었다. 긍정왕인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 "좋아! 그럼 우리 가기로 했던 식당에 가서 저녁을 훨씬 여유롭게 먹을 수 있겠다. 오히려 늦게 가면 웨이팅이 있을 수도 있어!"
식당으로 향하는 우리에게 미련의 발걸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간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렇게 20여 분을 걷자 오늘 먹기로 했던 식당에 도착했다.
바람이 솔솔 부는 테라스에 앉아 음식을 시켜놓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내일모레면 떠나보내야 할 이곳에서의 일상이 아쉬운 마음을 애써 숨기고 싶었나 보다.
- "그래도 우리끼리 첫 해외여행인데 무사히 잘 보냈네! 이제 이번 여행은 끝나지만 다음에 또 같이 여행 가자!"
- "고생했다! 그래, 다음에 또 여행 가자!"
그런 서로의 마음이 닿아서였을까. 와인이 담긴 서로의 잔을 부딪히자 그 어느 때보다 청아하고 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배부르게 먹고 난 우리는 이제 야경을 보기 위해 벙커로 향했다. 해가 지기 전부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벙커에 올라와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바르셀로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은 우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해가 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천천히 저무는 저녁노을처럼 우리의 여행 마지막은 그렇게 서서히 그리고 잔잔하게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