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현무 May 02. 2023

좋은 글의 조건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

사람은 누구나 창작과 표현에 대한 욕구가 있습니다. 그런측면에서 많은 이들이 글을 쓰는 이유는 가장 직관적이며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좋은 글을 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좋은 글에는 두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번째는 내러티브입니다. 내러티브란 작가의 의도, 배경, 경험 등 창작물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되는 이야기의 모든 요소입니다. 내러티브가 매력적일수록 글은 더욱 깊이가 있으며, 독자에게 커다란 울림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조건은 스토리텔링입니다. 스토리텔링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역량을 뜻하며, 단어선택, 문장길이 등 섬세한 노력이 모여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집니다. 스토리텔링은 엄연히 하나의 기술이며, 개인의 표현력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가 결정됩니다.


좋은 글을 꾸준히 쓰는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그 이유를 먼저 스스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러티브가 있지만 스토리텔링이 부족하다면 재료는 좋지만 요리실력이 뒷받쳐주지 못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스토리텔링은 뛰어나지만 내러티브가 없다면 이야기를 부풀려 독자는 물론 자신까지 속이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은 이미 알고 있어 더 나은 요리실력을 위해 갈고 닦지만, 내러티브에 대해서는 그만큼 고민하지 않는듯 합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스토리텔링보다는 내러티브입니다. 예를 들어, 실감나고 재밌게 읽은 글이 사실 지어낸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우리는 실망하고, 아는 장소나 인물이 이야기에 등장할 때 우리는 더욱 몰입합니다. 이처럼 작품의 가치를 정하고 작가를 예술가로서 정의하는 것은 스토리텔링이 아닌 내러티브입니다. 


따라서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나만의 독특한 내러티브를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새로운 경험, 환경, 사람을 통해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발견하고,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길 때까지 인내하는 것입니다. 평소에 글을 쓰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어쩌면 그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최근 인공지능이 예술의 영역에 빠르게 들어서면서 내러티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Novel AI, Midjourney 등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정말 놀라웠으며 많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좌절을 안겼습니다. 하지만 진정 예술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앞으로의 방향성이 크게 달라지지 않다는 말과 함께 위로와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단지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도구가 생긴 것이며, 예술가로서 자신의 내러티브를 더욱 존중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최근 인공지능이 예술업계에서 일으킨 파장은 마르셀 뒤샹의 <샘>으로 인한 변화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예술의 정의가 대상보다 개념을 만드는 행위로 흘러가면서 현대미술에서는 표현보다는 의도와 선택으로 인해 작품이 탄생합니다. 즉, 스토리텔링보다 내러티브가 필수요소가 된 것이며, 한편으로는 예술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입니다. 해당 시점부터 이미 모두가 예술가로서의 조건을 갖추게 되었으며, 더욱 뛰어난 스토리텔링 수단이 존재하는 미래에는 내러티브가 중요한 영역에서만 예술의 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샘> 마르셀 뒤샹 (1917)


저희 팀에서는 최근 2주만에 서비스를 만들어 창작과 표현의 미래에 대해 간단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로 내레이터입니다. 내레이터는 인공지능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이야기를 직접 쓰는 것이 아니라 내레이터와 대화만 나누면 인공지능이 알아서 이야기와 이미지를 생성한다는 점입니다. ChatGPT 기반으로 만들어서 인공지능의 한국어 능력이 뛰어나진 않지만, 저희가 궁금한 점은 두가지입니다. 먼저 자신의 내러티브를 제공하여 만든 이야기에 소유감을 느끼는지, 그리고 타인의 글을 인공지능이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가지는지입니다. 모두에게 스토리텔링 수단을 제공했을 때, 내러티브의 가치가 퇴색되는지, 유지되는지, 오히려 높아지는지 알고 싶습니다. 


여기까지 제 글을 읽어주셨다면 분명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넘어 예술가로서의 영혼을 가지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댓글로 의견을 남겨주세요. 함께 예술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모두의 시간이 모이는 곳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