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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무 May 27. 2024

Founders Fund vs Y Combinator

두가지 창업가 타입

최근 저는 창업가를 Founders Fund와 Y Combinator 두가지 타입으로 분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두 곳 모두 엄청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VC입니다. 피터 티엘이 설립한 Founders Fund는 Space X, Facebook, Spotify 등에 투자하였고, 폴 그레이엄이 설립한 Y Combinator는 Amplitude, DoorDash, Dropbox 등에 투자하였습니다. 창업가들이 만들고 운영하는 VC인만큼, 이들은 창업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으며, 각각 명확한 철학이 담긴 관점이 있습니다.


먼저 Founders Fund는 창업가에게 새로운 시장에서 독점하라 이야기합니다. Facebook, Microsoft, Apple 등을 보면서 새로운 소셜 미디어, 운영체제, 개인 컴퓨터를 만들려고 하지말고,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시장에서 끊임없이 혁신하고 독점하라고 말합니다. 피터 티엘의 ‘제로투원’을 인상깊게 읽었다면 아마 익숙한 내용일 것입니다. 


반면 Y Combinator는 굳이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창업을 어렵게 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서,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로, 고객이 돈을 낼만한 명확한 가치를 전달하라고 말합니다. 그래서인지 Y Combinator의 유튜브 채널에는 문제정의, 시장분석 등 스타트업 방법론에 대한 강의가 굉장히 많습니다.


비전, 미래, 혁신과 같은 단어를 좋아한다면 Founders Fund의 이야기가 더 가슴이 뛸 것입니다. 문제, 검증, 니시와 같은 단어를 좋아한다면 Y Combinator의 이야기가 더 와닿을 것입니다. 이들이 투자한 기업들이 증명하듯이 정답은 없습니다. 새로운 시장을 찾아낼 수 있다면 독점할 수 있고, 기존 시장을 파고들 수 있다면 우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창업가로서 본인이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지에 따라서 선택하면 됩니다. 잘하지 못하는 방법으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간과되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시장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독점하고자 한다면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합니다. 기존 시장은 독점할 수 없습니다. 우위를 가지고자 한다면 기존 시장을 파고 들어야 합니다. 새로운 시장에서는 파고들 수 있는 문제가 없습니다. 특히 Founders Fund 타입의 창업가들이 시장을 간과하는 실수를 종종 하는데, 많은 이들이 기존 시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새로운 시장을 찾는 것이라 착각합니다. 또는 새로운 문제를 찾아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고 합니다. 혁신보다는 무지함과 무모함에 가깝습니다.


사실 제가 그랬습니다. 새로운 AI 라이프스타일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생각으로 1년동안 9개의 프로덕트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포스트에서 이야기했듯이 AI 라이프스타일 시장은 아직 열리지 않았고, 기존 시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을 뿐, 어떠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고객은 이미 돈과 시간을 다른 곳에 사용하고 있었고, 그러다보니 우위를 갖지도, 독점을 하지도 못했습니다. 스스로 어떤 창업가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현재 타겟하고 있는 시장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말 새로운 시장인지에 대해서는 지식도 관심도 없었습니다.


결국 창업으로 성공한다는 것은 시장을 확보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Product-Market-Fit, Founder-Market-Fit 모두 시장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창업가는 없습니다. 따라서 내가 어떤 창업가인지 파악했다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시장을 찾는 것이 먼저입니다. 어떤 타입의 창업가이든 간에 내가 만든 프로덕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장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면, 창업보다는 예술이 더 적성에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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