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이 비구름이 되어 눈물로 내리기 전에 글로 써봐요
두 달 가까이 입원했을 때 몇 번의 비구름이 지나갔다.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디서 왔을까 알아챘을 땐 너무 먼 곳이었고
잡으려고 애쓰기엔 공기 같은 감정이었으니
혼자 있는 동안 과거들에게 잡히는 악몽을 꿨을 때 꽉 잡아주는 반려자의 손 온기를 느끼고 싶고
무기력하게 누워있을 때 옆에 있어주는 고양이들이 그립고
가끔 만나는 친구들의 수다소리가 듣고 싶었다.
혼자가 너무 무서웠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자살을 생각하고 시도했다.
한 번은 옥상을 올라가려고 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당장 죽이고 싶은 건 나 자신일까?
아님 자꾸 안갯속으로 숨어버리는 상처들일까?
그때 엄마랑 절 갔던 기억이 났다.
가는 길에 안개가 짙어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는 무섭다고 가지 말자고 했지만 엄마는 괜찮다며 끝까지 앞으로 갔다. 그리고 다시 맑은 길이 펼쳐졌을 땐 참았던 긴장감을 말하며 웃었던 기억이 났다
나는 그 안갯속에 갇혀 있구나
누구나 한 번쯤은 지나가는 구간이지만 엄마는 무서워도 용감하게 앞으로 갔구나
가는 동안 많은 감정들이 나를 괴롭혀도
마침내 맑은 길에 도착하면 모두 지나간 길이 되는구나
그리고 함께 한 사람과 마주 보며 웃을 수 있구나
나는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노트북을 꺼내 브런치에 글을 썼다. 처음엔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 두려웠다. 마치 과일가게 주인처럼 확성기에 대고 ‘이곳이 우울 맛집이에요!’ 말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슬픔을 글자로 써 내려가니 이것이 납작해져 내 인생의 한 페이지로 됐다. 계속 읽으면 읽을수록 남 얘기 같기도 하고 재밌다. 다른 작가님들이 흔적을 남겨주면 그것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아직 내 여행기는 시작이지만 한 페이지씩 써서 과거 1권으로 마무리 짓고 싶다. 지금 안개 때문에 앞은 보이지 않지만 계속 직진해야 할 것이다. 손 잡고 함께 걷는 동반자, 뒤에서 계속 밀어주는 엄마, 나를 따라오는 친구들과 반려동물들. 절대 심심하지 않을 것이다.
슬픔도 납작해질 수 있나요?
슬픔도 납작해질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