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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신꽃신내꽃신 Mar 14. 2024

역사의 천사

천사는 머물러 있고 싶다 

역사의 천사는 잔해 위에 또 잔해를 쉼 없이 쌓이게 하고 또 이 잔해를 우리들 발 앞에 내팽개치는 파국만을 바라보고 있다. 천사는 머물러 있고 싶고, 죽은 자들을 불러일으키고, 산산이 부서진 것을 모아서는 다시 결합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천국에선 폭풍이 불어오고 있고, 또 그 폭풍은 그의 날개를 꼼짝달싹 못하게 할 정도로 세차게 불어오기 때문에 천사는 그의 날개를 더는 접을 수도 없다. 이 폭풍은, 그가 등을 돌리고 있는 미래 쪽을 향하여 그를 떠밀고 있으며, 반면 그의 앞에 쌓이는 잔해의 더미는 하늘까지 치솟고 있다. 우리가 진보라고 일컫는 것은 바로 이러한 폭풍을 두고 하는 말이다.  

         - 발터 벤야민,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1940.

     

발터 벤야민의 오랜 명상 그림인 파울 클레 <새로운 천사>


터 벤야민은 '새로운 천사'를 ‘역사의 천사’로 다시 읽어내 근대 비판했다. 텍스트로 자신의 사유를 펼쳐낸 역사의 개념은, 진보가 미래를 향해 등을 떠밀어도 잔해더미와 파국을 어루만져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전쟁의 명분은 평화이고, 모든 식민지화의 명분은 문명화이다. 근대의 진보라는 것, 그 안의 수많은 희생과 파국은 무시하는 게 권력자다. 역사는 권력자의 것이었다. 주변부를 다시 읽어야 한다는 그의 역사관은 진보라는 이데올로기를 멈추라는 거다. 슬라보예 지젝은 <수수한 삶>에서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라는 이데올로기를 멈추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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