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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대작

김려원

by 꽃신꽃신내꽃신

처음처럼 대작(對酌)


김려원



입술 한번 댄 적 없는 처음처럼

소주잔이 턱 아래 놓여 있다.

너도 끝이고 나도 끝이다 싶어

내 입술에만 댄 소주잔

처음처럼 소주잔은 소주병이 처음처럼 비어갈수록

빛난다, 내가 사준 브로치의 가슴같이


브로치 대롱거리는 네 왼쪽에 기댄 적 있다.

그 밤 내 왼쪽 쿵쾅거림도 들었다.

사실이었을까, 술잔을 꽝 내려놓을 때


우리가 돌아다닌 수월리 함박리 구라리

소주리 연탄리 파전리 주정리 외치리 설마리 망치리의

밤과 밤의 노래에 대하여

사실이었을까, 술잔을 다시 꽝 내려놓으며


너와 내가 오늘밤이 끝이어도

끝이 아닌 것처럼 소주잔을 채워들고

“여기, 파전!”을 외친다 입술에서 테이블이 망가지도록


처음처럼 소주잔에 까마귀가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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