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갱 Mar 18. 2022

아쉬운 사람이 적응해야지

카펫과 건식 화장실

미국에서 살게 되면서 가장 어색했던 것을 꼽으라면, 고민 없이 바닥의 카펫과 건식 화장실을 말할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카펫을 더럽다고 여기며 싫어한다. 실제로도 마루 바닥에 비하면 더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그 위에서 아이와 개를 함께 키운다. 심지어 신발도 신고 돌아다닌다. 그런 카펫이 깔린 집에 들어가 살고 싶지 않다면, 집을 구하는데 최소 다섯 배쯤은 힘들지도 모른다. 

카펫은 이곳 나름의 문화다. 우리나라에 온돌이 있고 집에서는 신발을 신지 않는 것처럼. 입식과 좌식생활이라는 가장 큰 차이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하지만 나 또한 카펫에 러눕는 남편을 보며 기함을 토했다.


"따갑지 않아?(더럽지 않아?를 돌려 말한 것)

"아니 난 괜찮은데..?"


기억을 더듬어보면 나도 언젠가부터 아무렇지 않게 앉고 눕고 했던 듯하다. 여전히 카펫에 떨어진 걸 주워 먹을 순 없지만.


살다 보면 왜 카펫을 깔아 두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동부와 같이 겨울이 길고 추운 지역의 아파트는 대부분 집 전체에 카펫이 깔려 있다. 최근에 지은 아파트의 경우에는 안방에만 카펫을 깔아 두거나 거실에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대형 카펫을 구매해 깔아 두고는 한다.

그럼 도대체 왜 카펫을 깔아 두는 것일까?

카펫이라 하면 한국에선 보통 인테리어 러그 정도로 생각할 듯하다. 겨울이면 보일러 전원 버튼을 누르고 금세 따뜻해지는 바닥을 모두의 집에서 경험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미국은 천장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으로 공기 온도를 높여 생활한다. 물론 따뜻하다. 하지만 오래 틀어두기 힘들다. 얼굴의 수분이 파사삭 말라가고 콧 속이 아파온다. 특히나 달라스와 같이 건조한 지역에서는 가습기가 필수이다. 그리고 아무리 공기를 데운다한들 마룻바닥은 여전히 차가워서 슬리퍼 없이 돌아다니기 힘들다. 이러한 겨울철 난방의 이유로도 카펫을 사용한다.

또 집의 뼈대가 모두 나무이고 바닥재 또한 나무를 댄다. 자연스레 층간소음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서 카펫을 깐다. 때문에 최근에 들어서도 가장 조용한 공간이어야 할 안방만큼은 카펫을 깔아 두는 것이다.


그럼 도대체 카펫 청소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애석하게도 무선 청소기로는 역부족이다. 매일 돌린다 한들 카펫 사이사이에 숨겨진 먼지들은 뽑아낼 정도의 파워가 아니다. 우리 집에는 청소기가 총 3대다. 무선 청소기, 대형 유선 청소기 그리고 카펫 전용 물 청소기.


무선 청소기는 보통 마루 바닥 위주의 청소를 하거나, 급하게 치워야 할 것이 생겼을 경우에 사용한다. 대형 유선 청소기의 경우 한국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제품과는 상당히 다르게 생겼는데, 무게는 꽤 나가지만 파워만큼은 대단하다. 아주 카펫 속 먼지를 기가 막히게 뽑아내 준다. 다만 뽑아져 나온 먼지를 보고 충격을 받는 것이 문제다.


마지막으로 카펫 전용 물청소기는 카펫을 빨아줄 때 사용한다. 애초에 바닥에 붙어있는 카펫을 뜯어 세탁기에 돌릴 수 없으니, 물청소기를 이용해 찌든 때를 제거한다. 섭씨 60도 정도의 물에 세제를 소량 넣고 청소기를 돌리면 카펫에 세제와 물이 분사가 되고 그 물을 다시 빨아들여 깨끗해지는 원리다.

나는 반려견을 한 마리 키우고 있어 배변 실수를 할 때마다 물청소기를 돌려야 했기 때문에 구입해 가지고 있지만, 없는 가정도 많다. 때문에 종종 대형 마트를 통해 청소기를 일정기간 돈을 내고 빌려갈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다음으로 건식 화장실. 결론부터 말하면 나와 굉장히 잘 맞았다. 물론 처음엔 변기에 물을 뿌려 속 시원하게 청소를 하지 못하는 게 답답했지만, 살면 살 수록 건식 화장실이 편했다. 우선 바닥재가 타일이 아닌 장판이기 때문에 휘리릭 청소기를 돌려 청소를 한다. 자연스레 바닥에 물이 고여 생기는 곰팡이는 없다. 변기의 경우 먼지는 털어내고, 내부는 전용 브러시로 청소한 뒤 물을 내려주면 끝이다. 세면대의 경우 물이 바깥으로 많이 흘러나가지 않을 정도로 세제와 브러시, 수건을 이용해 청소해주면 된다. 단, 욕 혹은 샤워부스의 경우 거주지의 날씨에 따라 곰팡이가 생길 수도 있고 생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곰팡이를 없애는 전용 제품은 넘치고 넘치기 때문에 큰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바닥재 말고도 한국과 다른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샤워기가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샤워 헤드만이 존재한다.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로 샤워를 해야 하고 샤워기를 이용하려면 따로 구매해 설치하거나, 애초에 집을 지을 때 요청을 해야 한다. 미국인들은 샤워기를 반려동물을 씻길 때 사용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혹은 장애인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다 오늘도 아쉬운 사람이 적응하는 수밖에.



매거진의 이전글 파마하셨어요? 곱슬머리예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