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로봇 드림>은 시체스영화제,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어 칸영화제 초청,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 후보로 지명되며 화제가 되었다. 애니메이션 못지않게 사라 바론의 원작 그래픽노블 「로봇 드림」도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많은 이의 요청으로 우리나라에서 14년 만에 재출간 되었으니 이미 화제성은 충분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대사 없는 영화, 글 없는 만화책이지만 작품을 접하고 나면, 공감과 감동에는 말이 필요 없음을 느낄 수 있다.
그래픽노블 「로봇 드림」은 개와 로봇이 짧은 만남 이후 서로를 그리워하는 우정을 그리고 있다. 도시에서 홀로 사는 ‘개’는 손수 조립한 ‘로봇’과 둘도 없는 단짝이 된다. 뜨거운 여름, 해변에서 즐겁게 놀던 둘은 뜻밖의 이별을 맞는다. 바닷물 때문에 로봇이 꼼짝할 수 없게 된 것. 개는 어찌할 줄 몰라 하며 로봇을 해변에 둔 채 도시로 돌아온다. 도시에서 해결책을 찾아 헤매다, 뒤늦게 찾은 해변은 이미 폐장되어 들어갈 수 없다.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개는 다른 친구를 만나 시간을 보내지만, 돈독한 우정을 쌓기는 어렵다. 로봇은 결국 고물상에 버려진다.
어른이 된 우리는 종종 세월 속에서 잊어버린 소중한 기억, 놓아버린 관계를 뒤돌아보게 된다. 육아, 이사처럼 어떤 인생의 큰 변곡점을 맞으면서 아차 하는 순간에 놓쳐버린 관계가 많다. 자주 만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다 보면 멀어지는 인연도 있다.아이 친구를 만들어준다는 부모의 의무감에서, 직장에서는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료의 책임감에서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시기가 끝나면 인연은 때로 선택적으로, 때로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시절 인연’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인연의 끝을 받아들이는 절차를 밟게 되는 것이다. 서로를 버틸 수 있게 했던 행복한 찰나의 기억만 간직한 채, 상대에게 닿지 못하는 개와 로봇. 이들의 관계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의 이름도 우정이고 그리움이며 사랑이다.
우리는 여러 문학 작품이나 일상에서 어울리지 않는 두 개 단어의 조합을 만날 때가 꽤 있다. 예를 들면, ‘침묵의 외침’, ‘빛나는 어둠’ 같은 경우이다. ‘아름다운 이별’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별을 겪으면 우리는 슬픔에 잠기게 된다. 더더구나 갑작스러운 이별과 상실은 마음의 고통과 떼어낼 수 없는 관계이다. 슬픈 이별도 아니고, 당황스러운 이별도 아닌 아름다운 이별이라니. 이 작품에서는 아름다운 이별의 정수를 볼 수 있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지만, 자신을 홀로 둔 개를 원망하지 않고 화내지 않으면서 순수하게 그리워하는 로봇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개가 음악으로 자신의 사랑과 아쉬움을 전달한 마지막 장면 또한 강렬하고도 신선한 충격과 함께 감탄이 절로 나온다. 대사 없이 이미지만으로 이야기의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해내는 독창적인 구성으로 독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추억을 간직한 채 각자 곁에 있는 친구에게 마음을 다하는 개와 로봇의 모습은, 마음 한편에서 따스함과 동시에 아련한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아름다운 이별이 아닐 수 없다.
「로봇 드림」은 단순한 어린이용 그래픽노블이 아니라, 우정과 그리움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섬세하고 따스하게 다룬 걸작이다. 어린이 독자에게는 사랑과 우정의 소중함을, 성인 독자에게는 삶의 의미를 곱씹게 만든다. “말을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다(<The Hollywood Reporter>)”는 평처럼, 말없이 전해지는 감동이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코끝의 공기가 싸하게 느껴지는 요즘 같은 날,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책 속의 온기를 느끼고 싶은 모든 이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