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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경록 Mar 20. 2024

분신사바 형광펜

좋은 문장 아래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아침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며 설레는 마음으로 커피를 내려 마셨다.

김민식 작가님의 ‘외로움 수업’을 밑줄 그으며 읽다가 형광펜이 희미해졌다.



마치 “이젠 갈때가 되었어 캡틴락! 너와 검은 글자 파도를 미끄러지듯 항해할 수 있어서 참 좋았어. 우린 참 많은 파도를 만났지. 때론 낭만적인 빅토리아 시대의 파도도 만났고, 혹독한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생존의 파도도 겪어냈지. 이젠 사라져야 할 때야. 연명치료는 정중히 사양할게. 가끔 내가 생각 난다면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펼쳐주렴. 그럼 분명 나의 흔적은 너에게 힘이 될거야. 계속 새로운 모험을 시도하렴, 캡틴락. 검은 파도는 분명 너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줄거야!“ 라고 이야기 해주는 듯 했다.


https://youtu.be/BTHwodbnTrs?si=cDT6sxUY6_cQJsHt

(때마침 라디오에선 16세기 로마 르네상스의 종교음악 ‘스타반 마테르’가 나왔다.)



‘외로움 수업’ 책을 읽다보니,

갑자기 외로움은 평양냉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먹었을 땐 자극적이지도 않고 심심해서 도대체 이런 맹탕을 왜 먹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세번쯤 먹었을 때 그 심오한 깊이를 살짝 느낄 수 있었다. 검은 묵 같은 향이 피어났다고나 할까?

외로움의 참맛을 알기 위해서는 평양냉면의 맛을 알게 되기까지의 기간처럼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 평양냉면 같은 외로움이라는 맛을 알아차리게 되면 그동안 맛보지 못한 깊고 오묘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 분신사바같은 형광펜의 전언을 남기며 글을 마친다.


”안녕 경록,

나의 생은 희미해져가고 있어.

그래도 너의 삶이 빛날 수 있게 도울 수 있어서,

좋은 인생이었어.

안녕.“



2024.3.20.

너의 노을빛 형광펜이…



#형광펜 #분신사바 #김민식 #외로움수업 #평양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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